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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개발한 데스크톱 PC ‘서피스 스튜디오’. 서피스 다이얼이라는 새로운 보조 입력장치와 터치스크린, 펜을 활용해 더 빠른 생산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공 | 마이크로소프트

[스포츠서울 이상훈기자] IT 제품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그리고 구글은 가장 관심이 많이 가는 세계적인 거대 기업이다. 그런 그들이 한 달 동안 잇달아 신제품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을 즐겁게 했다.

먼저 구글을 살펴보면, 구글은 10월 4일(현지시간) 자체 OS인 안드로이드 뿐만 아니라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HTC가 생산한 레퍼런스 스마트폰 ‘픽셀’, ‘픽셀 XL’을 공개했다. 두 제품은 당대 최고 사양을 적용한 스마트폰으로, 지금까지 OS만을 공급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하드웨어까지 직접 생산·판매하는 제품 수직계열화를 완성했기에 눈길을 끈다.

사실 이 같은 방식은 애플의 전매특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에도 키보드와 마우스 등 액세서리 제품들, 그리고 엑스박스(XBOX)와 준(Zune) 등 하드웨어를 만들어왔지만 어디까지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주 수익원은 OS(윈도)와 MS 오피스 등 소프트웨어 라이선싱이었다. 구글 역시 2005년 안드로이드를 인수하기 전까지는 검색엔진을 통해 발생하는 광고 수익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애플은 자체 하드웨어 플랫폼에 자체 OS를 사용하고, 제품을 직접 설계하거나 혹은 생산하고, 유통과 판매까지 도맡아 했다. 이 같은 방식 탓에 자사 제품의 확산 범위를 넓히기는 어려웠지만 높은 영업이익률과 더불어 확고한 마니아 층을 거느리게 됐다. 결과는 현재 애플의 브랜드 가치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구글이 2위, 마이크로소프트가 4위를 차지하고 있다(인터브랜드 2016년 통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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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직접 설계, 판매하기 시작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픽셀’.  제공 | 구글

결국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애플과 같은 방식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검색엔진 비중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대대적인 M&A를 체결, 덩치를 키우고 자체 플랫폼에 모든 기능들을 녹이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 OS를 인수한 후 모바일 생태계를 키웠고, 유튜브와 피카사(현재는 구글 포토)를 인수했다. 디지털 위성지도 업체 키홀을 인수해 구글어스·구글맵으로 발전시켰다. 뒤이어 찾아온 스마트폰 열풍으로 인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OS가 됐고 구글은 현재 스마트폰까지 직접 개발·출시하는 체제로 변화를 이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때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상승을 꾀했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대신 ‘서피스(Surface)’라는 이름의 ‘투인원’ 태블릿PC와 서피스북 등 노트북이 성공을 거두면서 윈도 시장을 대표하는 강력한 하드웨어 기업이 됐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에는 전에 없던 올인원 PC ‘서피스 스튜디오’를 공개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제품은 초소형·초박형 본체와 더불어 전체가 터치되는 대형 모니터, 그리고 그와 더불어 사용할 수 있는 터치펜과 새롭게 ‘서피스 다이얼’을 공개했다. 납작한 원통 형태의 서피스 다이얼은 화면에 부착해서, 혹은 떨어뜨려서 자유롭게 메뉴 등을 선택할 수 있는 보조 입력장치다.

아직은 서피스 다이얼을 지원하는 응용프로그램이 많지 않지만 페인트, 스포티파이, 윈도, 윈노트, MS워드·파워포인트·엑셀 등이 지원해 한결 빠르고 편리하게 문서작업을 하거나 사진정리,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음날 애플이 맥북 프로를 통해 터치 스크린 인터페이스를 공개했지만 서피스 스튜디오는 ‘미래형 데스크톱에 가장 가까운 제품’이라는 찬사 속에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의 수직계열화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자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만큼 최적화와 업데이트 등이 유용하고 소비자들의 충성도와 만족감을 높일 수 있고, 기업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을 국내 IT 기업들에게 바라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 특히 OS를 외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웹OS와 삼성전자의 타이젠이 있지만 웹OS는 현재 TV에 국한되고 있으며, 타이젠 역시 PC에 사용돼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에는 소비자들도 외산 제품의 하드웨어를 구입하는 것이 더 편하고, 더 유용하게 느껴질 수 있기에 업계 일각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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