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본머스
토트넘 손흥민이 22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본머스 딘 코트에서 열린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본머스 원정에서 상대와 볼 경합하고 있다. 캡처 | 토트넘 페이스북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무조건 포지션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손흥민(24·토트넘)이 본머스전에서 ‘슈팅 1개’의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치면서 61분 만에 교체됐다. 22일(이하 한국시간) 본머스 딘 코트에서 열린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 본머스 원정에서 원톱 선발로 나선 그는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해리 케인이 부상 이탈 이후 손흥민 득점포에 의존하는 토트넘 공격은 이날 역시 득점 없이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9경기 연속 무패(5승4무)를 이어갔으나 주중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포함해 3경기째 무승(3무)이다.

손흥민의 골과 팀 성적이 궤를 같이하는 모양새다. 19일 친정팀 레버쿠젠과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에서 상대 집중 견제에 슈팅 1개에 그친 그는 본머스전서 다시 선발 기회를 잡았다. 최근 연이은 강행군으로 선발진 합류가 미지수였으나 한창 리그 선두권 싸움을 하는 상황에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그를 원톱으로 배치했다. 케인이 최근 갓 부상에서 돌아왔고, 대체자 빈센트 얀센이 리그 무득점으로 아직 잉글랜드 축구에 적응 중이다. ‘믿을 맨’은 손흥민 뿐이다. 그러나 61분을 뛰면서 21차례 볼터치와 슈팅 1개, 키패스 1개에 그쳤다. 이날 본머스는 틈이 없는 전진 압박으로 토트넘 공격을 무력화했다. 토트넘 최대 장점인 공격진서부터 압박과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빠른 침투를 오히려 본머스가 해냈다. 손흥민은 공을 잡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전방에 고립돼 측면으로 자주 이동했다. 그러나 장기인 드리블 돌파와 송곳 같은 슈팅을 볼 수 없었다. 후반 교체되기 전 페널티에어리어 근처에서 때린 오른발 슛이 본머스 수비수 몸에 맞고 나온 게 전부다.

골을 넣지 못한 것보다 2경기째 손흥민이 자기 색깔을 찾지 못하자 국내 팬들은 포지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본머스전처럼 원톱에 서면 손흥민의 장점인 스피드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꼭 포지션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지난 2일 맨체스터 시티와 7라운드에서도 원톱으로 나선 손흥민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초반에도 몇차례 원톱으로 나서 유로파리그 등에서 골 맛을 봤다. 측면이 최적의 포지션이긴 하나, 원톱도 무리없이 해내는 게 또다른 장점이다.

현재 손흥민에겐 연이은 강행군에 따른 체력적인 문제와 심리적 부담, 그리고 상대 집중 견제를 이겨내야 하는 게 과제다. 그는 프레시즌 기간인 지난 8월 호주에서 구슬땀을 흘리다가 곧바로 브라질로 이동해 리우올림픽에 나선 ‘신태용호’에 합류했다. 열흘 사이 조별리그 3경기와 8강전까지 뛴 뒤 곧바로 런던으로 이동해 소속팀에 합류했다. 물론 ‘올림픽 효과’는 있었다. 일찌감치 실전 경기력을 끌어올린 덕분에 9월에만 리그 3경기에서 4골 1도움으로 ‘이달의 선수’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9월 초에도 월드컵 최종 예선 중국전으로 한국을 오갔고, 10월에도 소속팀, 대표팀 일정으로 런던~한국~테헤란~런던~레버쿠젠~런던 등 2만㎞가 훌쩍 넘는 장거리 비행을 했다. 지친 몸에도 다른 공격수의 부상, 부진으로 쉴 여력이 없었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늘 해결사 구실을 해야한다는 부담이 몸을 무겁게 했다. 물론 모든 것을 극복해야 하는 건 손흥민 자신이다. 특히 레버쿠젠전처럼 자신을 집중 견제하는 상대 팀이 늘어나는만큼 템포와 경기를 읽는 시야 등에서 거듭나야 한다. 레버쿠젠전에서 측면에 서고도 35차례 볼터치에 그쳤는데 이는 지난달 측면으로 나서 2골을 넣은 스토크시티전(57회)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다행인 건 케인이 팀 훈련에 합류해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측면에 에릭 라멜라 등이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손흥민의 중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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