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민
에이프릴뮤직 윤종민 대표이사는 네트워킹이 가능하면서 에이프릴 특성이 담긴 음질 위주의 제품을 다양하게 내놓겠다고 밝혔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강헌주기자] ‘소리가 다르면 감동이 다르다.’

1989년 한 오디오업체의 신문광고 헤드라인이다. 1980,1990년대는 하이파이 오디오의 전성시대였다. TV와 신문 등에서 오디오 업체의 광고는 지금과는 다르게 흔했다. 오디오 전문기업 뿐 아니라 삼성, 대우 등 대기업들도 오디오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턴테이블, 테이프플레이어, 앰프, 스피커 등을 포함한 오디오세트는 그 당시 TV와 함께 집 안 거실을 차지한 대표적 가전제품이었다. 신혼부부들에게도 오디오는 필수 혼수용품으로 손꼽혔다.

오디오업계의 화려한 날은 지나갔다. 하지만 ‘소리가 다르면 감동이 다르다’라는 광고 헤드라인이 주는 울림은 여전하다. 좋은 전용 오디오가 주는 음악의 감동은 스마트폰으로는 대체불가한 것이다. 그 수는 확연히 줄었지만 음악이 주는 감동을 제공하기 위해 극소수의 국내 오디오업체는 고군분투하고 있다. 소리만큼 주관과 취향이 갈리는 것도 없다. 기라성같은 명품 오디오 브랜드들이 셀 수 없이 존재하고 있지만 틈새시장이 열려있는 이유다.

에이프릴뮤직은 척박한 시장환경에서 명맥을 유지해 온 국내의 대표적 오디오 브랜드다. 1998년 설립이후 자사 제품을 해외 오디오쇼에 참가하며 실력을 길러온 중견업체다. 국내 업체로는 드물게 제품들이 해외 유명 오디오잡지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윤종민 대표이사가 에이프릴뮤직 새 CEO(최고경영자)로 취임하면서 에이프릴뮤직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윤 대표는 국내 오디오 황금기인 1980~1990년대 인켈, 태광산업, 삼성전자 등에서 잔뼈가 굵은 오디오 엔지니어다. 또 오디오 평론가로 오랫동안 이름을 알렸다. 본인이 열렬한 오디오파일이기도 하다. 윤 대표 체제의 에이프릴뮤직에 대한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지난 12일 안양시 인덕원에 있는 에이프릴 뮤직 본사를 찾아 윤 대표를 만났다. 윤 대표는 “유명 외국산 브랜드의 음질에 못지않으면서 가격은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제품을 출시하겠다”며 “또 제품의 디자인도 과감하게 바꿔 오디오파일 뿐 아니라 싱글족, 신혼부부 등 그동안 오디오에 관심없던 소비자들도 끌어들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윤 대표와의 일문일답.

윤종민
에이프릴뮤직 윤 대표는 “유명 외국산 브랜드의 음질에 못지않으면서 가격은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제품을 출시하겠다”며 “또 제품의 디자인도 과감하게 바꿔 오디오파일 뿐 아니라 싱글족, 신혼부부 등 그동안 오디오에 관심없던 소비자들도 끌어들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윤 대표는 왜 에이프릴 뮤직 대표를 맡게 됐나? 하이엔드 오디오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위축된데다, 특히 국내 오디오 전문기업의 설 자리는 적어 보이는데.

오디오시장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나 실제 오디오를 즐기는 층은 매우 넓어 졌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사진 찍는 사람이 늘어난 것과 같다. 음원 보급과 확대로 음악을 항상 곁에 놓고 즐기는 인구는 엄청나게 늘었다. 이제 음악은 취미라기 보다는 일상이 된 상태다. 오디오는 크게 정보적 성격과 문화적 성격으로 구분된다. 압축을 하고 회선을 늘리고 하는 정보적 성격에서는 단위 원가가 중요하고 효율을 따진다. 문화적 성격이라면 원가와는 거리가 멀다. 좋은 것을 취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문화라고 본다. 이 오디오는 한동안 정보적 배경에서 많은 성장을 해 왔다. 그런데 서서히 전환점이 보이고 있다. 일상화된 오디오가 문화적 배경을 취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시장이 좁고 힘들어 보이지만 곧 태어날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에이프릴 뮤직은 이러한 문화적 요소를 완벽하게 갖췄다고 자신한다. 에이프릴 뮤직을 운영하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다.

-왜 한국에는 마크 레빈슨, 골드문트, FM어쿠스틱, 그리폰 등과 같은 명품 브랜드가 나오지 않나.

좋은 지적이다. 20년전 한국의 오디오 비즈니스가 일본을 넘어서고 최고의 성장을 달리고 있을 무렵 하이엔드에 대한 시도가 있었다. 전자제품을 설계하는데 최고의 부품과 기술로 승부하면 못할 것이 없었다고 믿었다. 인켈과 태광산업 두 업체에서 오디오 제품 개발에 관여했다. 그런데 이 하이엔드를 끌고 가는데는 이런 기술적인 문제로만 해결될 수 없었다. 국내 최고의 기술자와 해외에서 이름난 고급 부품을 맘껏 사용하였지만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은 문화적인 백 그라운드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어느날 목돈이 생겨서 어머니에게 맘껏 쇼핑을 하라고 돈을 드렸는데 동네에서 싸게 판다고 생활용품만 잔뜩 들여온 모양새였다. 써 보지 못했으니 쓸 방법도 모르는 것이라고 할까. 기술자들은 회로이론이나 설계테크닉은 완벽했지만 그런 분위기에서 일해 본 적이 없었다. 요약하면 명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명품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크레빈슨을 한 번도 써 보지 못한 기술자가 마크레빈슨을 넘는 제품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에이프릴 뮤직에서 세계적 명품을 내려면 설계의 기본 개념부터 명품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아직 길은 멀다.

-에이프릴뮤직은 몇 안 되는 국내 오디오업체의 귀중한 존재다. 1998년 창립 이후 국산 오디오의 우수성을 알려왔으나 늘 자금문제에 시달려왔다. 이를 해결할 방안이 있나.

지난 5월 취임해서 회사 내부를 살펴보니 그간 에이프릴 뮤직에서 해온 노력은 눈물겨웠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열정은 오늘날의 에이프릴 뮤직을 사랑해 주시는 많은 분들이 존재하게 했다. 오디오로 돈을 벌어보자고 시작했다면 벌써 접었어야 하는 사업이다. 에이프릴 뮤직의 기업이념은 좋은 소리를 다같이 즐기자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집행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이 자금이었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고급 재료의 투입과 과감한 기술도입을 주변의 에이프릴뮤직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의 힘만으로는 처리하기가 힘들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그것을 나눌 수 없게 된다면 큰일 아닌가. 다행스럽게 새로운 투자자가 나서면서 자금문제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에이프릴뮤직의 새 행보에 대해 기대해 달라.

-에이프릴뮤직은 사전 공구라는 방식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비교적 싼 값으로 제품을 공급해왔다. 제품 개발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공구 방식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공동구매 방식은 장단점이 있다. 우리 제품을 아껴주는 사람들에게는 보은의 의미도 있고 신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기위한 마케팅 성격도 띨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편으로는 싼값으로 진행함에 따른 손실이 발생되고 공구시의 가격이 알려지면서 이 가격보다 비싼 값으로 출하되는 동일 제품을 전문점에서는 판매할 수가 없게 된다. 물론 해결방법도 있을 것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공구는 이제 에이프릴 뮤직에서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회원제나 렌탈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다. 목돈을 들이지 않고 빌려쓰는 오디오 시스템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제품의 장단점을 점검해 주고 마케팅적인 피드백을 통해서 본사에서는 시장에 대한 대응을 신속히 하고 이와 연관된 고객들은 오디오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윤종민
에이프릴뮤직 윤 대표는 외국산 명품 오디오 10분의 1 가격에 음질과 디자인이 뒤지지 않는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윤 대표는 오랫동안 오디오 평론가이자 오디오파일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직접 오디오 업체를 경영하게 되었는데 소감은.

한국의 오디오 산업은 IMF 직전부터 중국의 저가 전략에 힘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세계 리시버 시장을 반이상이나 차지했던 인켈, 태광, 아남, 롯데가 그자리에서 주저앉는 일을 겪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시장의 변화라고 말해버릴 수 있지만 실은 이들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염가형의 오디오가 나오고 MP3가 나오면서 기술적, 영업적 대응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개인적인 오디오 노하우와 그간 양산체제의 오디오생산 경험을 잘 조화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군을 잘 맞춰보려고 한다. 누군가의 소개팅으로 우연히 만났지만 천생연분임을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 소감을 대신한다.

-에이프릴뮤직에서 앞으로 내놓을 제품은.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무선 재생 제품에 취약하다.

네트워크 관련 기술이 없이는 이제 오디오시장에서 축출당할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의 영역을 나 몰라라 해서는 자멸할수 밖에 없다. 이제부터 개발되는 제품은 이러한 스마트 기능을 바탕으로 할 것이다. 사람들의 귀는 지극히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귀로 평가되는 음질의 수준은 항상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제품의 다양한 라인업이 필요하다. 하이엔드 제품에도 도전해야 하겠고 좀 더 쉽게 다가설수 있는 제품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제품의 라인업은 가장 먼저 디자인이 좋아야 한다. 두번째 가격대 성능비를 올려야 하고 또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이라도 쉽게 세팅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여성은 물론 실버층에서도 어렵지 않게 디지털 세대에 합류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조만간 나스(Network-Attached Storage)나 와이파이로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킹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네트워킹이 가능하면서 에이프릴 특성이 담긴 음질 위주의 제품을 만들겠다. 내년 4월 이후에 오라노트2 와이파이 버전과 하드디스크 스마트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 음질과 디자인이 결합된 올인원 제품도 내놓겠다. 싱글족과 모바일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스마트 제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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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뮤직은 아날로그 오디오에 대한 관심도 많다. 기술력을 총 집결하여 진공관 사용의 포노앰프를 제작 판매할 예정이다. 턴테이블은 출시 계획이 없다고 한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아날로그 제품에 대한 오디오파일의 수요는 여전히 많다. 턴테이블, 포노앰프 등을 출시할 계획이 있는지.

최근의 오디오 구매하시는 분들의 반 이상이 턴테이블을 연결하고자 한다. 에이프릴 뮤직의 신제품에는 포노 단자가 내장되어 있어 턴테이블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곧 출하된다. 시장 추세에 따라 에이프릴 뮤직에서는 아날로그의 기술력을 총 집결하여 진공관 사용의 포노앰프를 제작 판매할 예정이다. 턴테이블은 에이프릴 뮤직에서는 자신이 없다. 단점을 커버하기 보다는 장점을 키우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

-에이프릴 뮤직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마케팅 방안은.

질문자체가 이미 답을 알고 묻는 것 같다. 지금과 같은 영업방식으로는 큰 그림을 그리는 데 한계가 있다. 큰 캔버스에 물감도 다양하게 있어야 하고 정물화만 그리지 말고 풍경도 비구상도 인물화도 그려야 한다고 본다.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인정해 주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지금 에이프릴 뮤직은 인켈이나 태광 같은 그저 소리가 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음악이 뭔지를 알고 그것을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이 기본을 충실하게 지켜야 하고 이와 연계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고, 남들과 차별 있는 제품을 출하하여 시장의 기본 규모를 넓히는 것이 그 방안이다.

-국내 오디오업계를 평가해달라.

오디오 사업을 하시는 국내 업체들의 성격은 하나같이 오디오가 좋아서 미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오디오를 해서 돈 벌자고 하는 업체는 없는 듯 싶다. 그러기에 열심히 하고 또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가족처럼 지내는 듯 싶다. 그러나 취미로 오디오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의욕만 앞선 채 사후관리 및 마케팅을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고객들이 믿고 살 수 있게, 쉽게 살 수 있는 풍토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디오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로 대체될까.

앞서 언급한 대로 오디오의 성격은 정보와 문화로 나뉜다. 그러기에 스마트폰의 방향이 정보에 있을 경우에는 그것이 오디오와 연계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시점에 반드시 문화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시절이 올 것이다. 이미 조짐이 보인다. 전용 사진기 못지않은 좋은 화질을 제공하는 아이폰7, 웬만한 디지털 변환기보다 훌륭한 DAC를 4개나 장착한 V20도 오고, 결국 이런 것들은 사진기나 오디오가 멍 하니 있다가 당하게 된 꼴이다. 그러기에 준비해야 한다. 디지털, 모바일, 아날로그의 명쾌한 합치로 오디오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좋은 오디오란 무엇인가. 값싸고 좋은 오디오는 존재하는가.

누군가 말한다. 값싸고 좋은게 어디 있냐고. 그렇다. 틀린 말이 아니지만 다른 답도 있다. 당연히 값싸고 좋은 것은 있다. 과연 그 값의 기준이 어딘가? 좋다는 기준이 어딘가부터 정할 필요가 있다. 정해준 값보다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을 최고의 결과, 흔히 우리들이 말하는 어쭈구리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다. 가격 만큼 소리가 좋아진다면 그건 재미없다. 그래서 에이프릴 뮤직의 제품을 소개한다. 같은 가격이면 10배 비싼 외산제품에 비해 음질이 뒤지지 않는다면 그 효용은 훨씬 클 것이다. 에이프릴 뮤직은 이런 제품을 내놓을 것이다.

lemos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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