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티라노스포츠' 김하영 대표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여러 차례 거절 의사를 밝혔다. 자칫 이 일이 '홍보'로 보여져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인터뷰에 응한 결정적 이유는 '공존과 상생', '누구든 할 수 있다'는 용기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였다.


사회인 야구 배트 업계에서 최초라고 할 순 없지만, 그에게 영향을 받아 배트 업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다. 대략 30~50만 원대에 판매되던 배트의 가격이 10~30만 원대로 하향 평준화돼 사야인들은 좀 더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특히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 야구에 조금 더 쉽게 입문할 수 있게 됐다"는 이들도 있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야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면 감사한 일이다"라며 겸손해 했다. 그도 배트 업계에 발을 들인 초창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국내 사야인들이 모두 '야용사'를 이용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야용사'는 사야인들의 대표 마켓 플레이스다. 하지만 운영자와 오해 아닌 오해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으며 위기를 맞았다.


"당시 오해로 활동이 정지됐는데, 지금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며 그 때를 떠올린 그는 "그 일이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가 됐다. 덕분에 지금의 커뮤니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고, 함께 야구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얻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사야인들에게 '홈런'은 정말 꿈 같은 일이다. 그래서 더욱 더 반발력이 좋은 신상 배트를 찾게 되고, 심지어 100만 원 이상의 제품을 해외에서 구입해 경기에 사용하는 사야인들도 많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늘 '배트는 거들 뿐'이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는 만화 '슬램덩크' 속 강백호의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다. 사실 배트는 피나는 노력으로 얻어진 기술을 살짝 뒷받침하는 도구일 뿐이다. 이 배트를 사용하면 '무조건 홈런을 친다', '비싼 장비를 구입하면 홈런을 칠 수 있다'라는 접근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레몬 마켓(정보의 비대칭성, 폐쇄성)을 이용해 배트를 판매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나는 배트 구매를 고려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스윙을 하라고 권한다. 몸도 건강해질뿐더러, 홈런이 나올 가능성도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약 30자루 이상의 배트를 만들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배트는 무엇이냐'는 물음에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배트"라고 밝힌 그는 "사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이 자리가 배트를 홍보하는 자리는 아니지 않느냐"고 딱 잘라 말하며 더 이상의 답변은 정중히 사양했다.


최근 김 대표를 이어 배트 제작에 뛰어드는 이들이 있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이런 내용을 알고 있다는 그는 "시장의 경쟁자가 많아지는 건 소비자들에겐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좀 더 품질이 뛰어나고 저렴한 제품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며 후발 주자들에게 도움을 줄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앞서 자신의 커뮤니티에 이와 관련된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그는 업계의 관행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업계 관계자들에게 한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건 전체적인 시장을 좀 건전하게 만들어보자는 거다. 좀 품격있게 말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희귀 재료를 넣었다'며 과대 광고를 하는 이들이 있는데 현지 시스템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무분별한 광고가 소비자의 불신을 키우게 만든다"며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신발 끈을 다시 고쳐매겠다고 말했다.


야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김 대표는 국내 스포츠 산업, 특히 인기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야구장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내가 처음 야구를 했던 96년도부터, 아니면 그 전부터도 했던 고민"이라고 입을 연 그는 "일본에는 동네마다 야구장이 있다. 우리도 야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며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을 바랐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올해는 실험의 해, 내년이 진짜"라고 강조한 그는 "햇수로 6년째 이 일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10%를 이뤘고 나머지 90%는 5년 안에 채워 나가겠다"며 미국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간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나를 믿어주는 이들과 함께 국내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다"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에게 '티라노 스포츠'는 어떤 의미일까.


"먼저 배트를 팔아서 먹고사는 직업을 가진 지 5년이 조금 넘었는데, 완벽하지 못한 사람이라 실수도 많이 하고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는 일도 많았는데 이 자리를 빌려 그분들께 사과드리고, 여기까지 오는데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잠시 침묵 뒤) 어린 시절 뛰어놀던 동네 놀이터인 것 같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다 가고 또 한 발짝 어른에 가까워지는. 꿈을 향해 가는 놀이터? 아, 이거 너무 오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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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도형기자 wayn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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