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SK 문경은 감독이 25일(한국시간) 전지훈련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얼바인의 숙소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얼바인 |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iaspire@sportsseoul.com

[얼바인(미국)=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SK 문경은(45) 감독이 독기를 품었다. 객관적인 전력상 SK가 약팀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9위로 마감하며 많은 것을 느낀 문 감독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얼바인에서 진행 중인 전지훈련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포워드 농구로 다시 팀을 재정비 중이다. 테리코 화이트와 코트니 심스로 원하던 외국인 선수 조합을 만들었고, 시즌 중반 이후 상무에서 뛰고 있는 포워드 최부경도 합류한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쉬지 않고 바로 시즌 준비에 들어간 문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반전을 위한 조각을 맞춰가고 있다. 다음은 문 감독과의 일문일답.

-지난 시즌 급추락했다.

2014~2015시즌까지 플레이오프에 꾸준히 나가다 지난 시즌 하위권을 맴돌았다. 내가 반성을 많이 하게 된 시즌이다. 겸손하게 보이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지난 시즌 이전까지 애런 헤인즈와 코트니 심스로 세 시즌을 하다 지난 시즌 한꺼번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더 많은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그런 변화에 제대로 대비를 못한 게 첫 번째 실수였다. 김선형이 징계로 늦게 뛴 점, 부상선수 속출은 그 다음 문제였다.

-이번 시즌 역시 변화가 많다.

6강 플레이오프에 떨어진 뒤 단 하루의 휴가도 없이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선수들 역시 일찍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큰 틀의 변화를 줬다. 이전에는 시즌 종료 후 8주 정도 공을 만지지 않고 몸을 만들었는데 일찍부터 조직력을 가다듬기 위해 공을 갖고 연습을 시작했다.

-팀을 어떻게 재정비하고 있는가.

SK하면 김선형과 헤인즈의 투맨게임을 막으면 이길 수 있는 팀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간단한 팀 컬러를 탈피하고 싶다. 분위기를 타는 것도 문제다. 좋을 때는 연승을 하다가도 흐름이 끊기면 연패를 쉽게 한다.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하는 팀을 만들려고 한다. 올해는 조직적으로 단단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5명 위주의 패턴을 2명이 하는, 3명이 하는, 4명이 하는 패턴으로 조각냈다.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그 조각을 모아 조립하고 있다. 이미 지난 4월부터 해온 것이다. 작곡가도 아니고 패턴을 그렸다, 버렸다를 반복했다. 이제 그 조각을 완전체로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은 어떤가.

심스는 걱정없다. 나와 이미 3년 동안 같이 했기 때문에 나를 잘 알고 팀 분위기 잘안다. 실력도 더 늘었다. 테리코는 몇 년전부터 추적하며 살펴본 선수다. 원하던 선수를 뽑았다. 둘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 없다. 부상으로 인한 몸상태가 문제다. 테리코는 국내 무대에 적응만 한다면 충분히 제 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테리코는 공을 소유하고 풀어가는 선수다. 김선형과 겹칠 수도 있다.

김선형과 테리코 모두 공을 가지고 하는 선수다. 감독인 내가 풀어야할 문제다. 배분의 문제다. 둘뿐 아니라 변기훈도 외곽에서 공을 많이 가져야 한다. 역할분담을 잘 하는 게 내 임무다. 모두 기대가 많이 되는 선수들이다.

-김선형과 테리코는 팀 훈련에 합류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전지훈련의 주안점도 그 부분에 두고 있다. (김)선형이는 대표팀에서 뛰다 왔고, 테리코는 발등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다. 둘이 조금씩 함께 뛰기 시작하는데 둘이 없는 3~4개월 동안 주축으로 뛰던 선수들의 역할을 다시 잡아줘야 한다. 테리코 역시 국내 선수들의 장·단점을 빨리 파악해야 한다.

-단신 외국인 선수 테리코를 1라운드에서 지명했다.

테리코를 먼저 뽑은 이유는 포워드 농구를 하기 위해서다. 테리코가 잘 적응하도록 옆에서 조언해주고 실력까지 검증된 심스를 2라운드에서 뽑았다. 포워드 농구를 하다 지난 시즌 정통센터인 데이비드 사이먼과 농구를 하다보니 전원공격, 전원수비가 잘 되지 않았다. 이번 시즌 팀컬러는 지난 3월부터 정했다. 포워드 농구로 다시 5명 모두 공격과 수비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포워드 농구로 회귀하지만 이전과 다를 듯 하다.

높이가 낮다. 이전 포워드 농구는 헤인즈와 김민수 등 빅맨들이 모두 외곽까지 나갔다. 골밑에서 최부경이 궂은일을 해준 덕분에 경기력을 유지했다. 마지막 퍼즐이 최부경이다. 시즌 중반 이후인 내년 초 최부경이 군에서 제대해 합류할 때까지 6위 언저리를 유지하면 포워드 농구를 최종 완성해 승부를 걸어볼 것이다.

-국내 선수 중 기대되는 선수는 누구인가.

김민섭은 타 팀에서 버리려 한 선수를 거의 주워왔다. 김민섭이 공격에서, 함준후가 수비에서 박승리 공백을 메워주길 바라고 있다. 실질적으로 기대되는 선수는 변기훈이다. 상무에서 2년 동안 에이스 역할을 하며 공수에서 노련미가 생겼다. 아직 B+급 선수이지만 이번 시즌 A급 선수로 만들고 싶다. 변기훈도 이번 시즌을 마치면 FA(프리에이전트)가 되는데 김선형과 함께 SK의 간판선수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이번 시즌 어떤 팀들의 전력이 좋은가.

우승팀인 오리온은 헤인즈 때문에 1~3위를 유지할 것 같다. KCC와 삼성, KGC인삼공사 등도 4강 안에 도전할만한 팀이다.

-SK에 대한 주위 평가는 어떤가.

다들 SK를 약팀으로 보더라. 솔직히 그런 부분이 이를 갈게 만든다. 잘 준비해서 그 평가를 꼭 뒤집고 싶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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