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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서남쪽 해안 샤코탄 가는 길은 우리 동해안과 놀랄만큼 닮아있다.

[홋카이도(일본)=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 감귤 색 제주항공의 기체는 항공권 가격만큼이나 사뿐히 신치토세 공항의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이제부터 나흘. 일본 가을여행이 시작됐다. 차를 빌렸다. 뜻밖에도 과정은 아주 쉽다. 일본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 국제선 1층에는 렌터카 업체들의 부스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제주도’ 격인 홋카이도이니 내국인 중에서도 렌터카를 빌려 여행하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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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로 점점 사라지는 땅의 끄트머리. 샤코탄의 푸른 바다는 따로 ‘샤코탄 블루’라고 불리운다.
도요타 8인승 ‘알파드’였다. 캐리어 5개에 6명이 타도 널찍한 크기에다 액셀러레이터의 응답성도, 휘발유를 태우는 속도도 매우 빨랐다. 공항으로부터 오타루까지 곧장 달려야 했다. 초밥 저녁을 먹기 위해서였다. 모든 차들이 역주행(?)하는 길로 나섰다. 이렇게 홋카이도 렌터카 자유여행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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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는 초밥으로 유명하다.
◇여행의 시작

일정은 이랬다. 신치토세(新千歲)공항~오타루(小樽)~샤코탄(積丹)~비에이(美瑛)~소운쿄(層雲峽)~구시로(釧路)습원~도마무(トマム)~삿포로(札幌). 뭐 이름들은 낯설지만 정리하자면 오타루로부터 3박4일간 홋카이도 산간 내륙 깜깜시골로만 돌다오는 일정이다. 화려한 쇼핑센터나 맛있는 푸드코트 등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인 일정이다.

사실 홋카이도하면 먹방 여행지다. 들이며 바다에 맛난 식재료가 넘쳐나는 곳이며 이를 이용한 식문화가 발달했다.

오타루 운하 인근 스시야도리(壽司屋通り)를 찾아갔다. 만화 초밥왕 쇼타의 고향으로 알려진 곳이다. 싸고 싱싱한 초밥집이 많다고 알려진 덕분에 우리같은 외국인 관광객 뿐 아니라 일본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당연히 미슐랭 스타를 받은 이세스시나 마사즈시는 예약이 안됐다. 회전초밥집 와라쿠(和樂)에 갔다. 이곳도 유명한 곳이라 대기번호를 받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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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만 해도 연어알 초밥을 그렇게 많이 먹게될 지 몰랐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레일 위 죽은 생선을 한참 바라보다 주문했다. 먼저 연어알 초밥(나중에 연어알을 그렇게 많이 먹을지 몰랐던 터라)과 성게를 주문해 실컷 먹었다. 가을꽁치, 참치, 오징어다리, 장어 등 맛있는 초밥을 죄다 골라먹다보니 어느새 접시는 키가 껑충한 탑이 돼 식당 안 다른 손님들의 구경꺼리로 승화했다. 주방장이나 홀서빙, 특히 내 앞에 있던 셰프로부터 찬사와 함께 갈채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는 묵묵히 (놀라운 숫자가 적힌)계산서만 내밀었다. 오타루의 새로운 명물 ‘접시탑’을 세운 일행은 보무도 당당히 운하의 야경을 감상하며 첫날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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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 운하.

홋카이도 서남부의 오타루는 1872년 개항하며 홋카이도 개척의 중심항 역할을 했으며, 외국에서 신문물이 들어오는 관문으로서 그 이국적인 분위기가 오롯이 남아있어 관광코스로 인기가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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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은 대부분 고풍스러운 건물이 서있는 오타루 운하를 찾게 마련이다.

특히 바다로부터 연결된 운하와 양옆에 늘어선 고풍스러운 건물, 증기로 작동되는 종탑(초콜릿 명가 르타오 본점이 입점해있다)과 거대한 오르골 시계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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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쪽으로 뻗은 샤코탄 반도. 우리나라 동해 촛대바위 같은 모습의 기암도 많다.
◇땅끝에 서다

(연어알을 먹고)샤코탄으로 향하는 이른 아침. 홋카이도 서편 끝자락의 샤코탄 반도는 상징적인 곳이다. 동해로 향해 뻗은 뾰죽한 반도는 파워에이드처럼 새파란 물에 기암괴석이 가득한 절경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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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코탄 반도 끄트머리 기무이미사키에서 본 바다.

길가와 만나는 해변에도 동해의 촛대바위 정도는 몇개 씩 눈에 띈다. 동해를 가운데 두고 이처럼 닮은 바위들이 마주보고 섰다니 동해는 훌륭한 조각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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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푸른 물빛이 인상적이다.

샤코탄 반도에 ‘땅끝’이 있다. 229번 도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면 ‘가무이미사키(神威岬)’가 나온다. 주차장에서 절벽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마치 소매물도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바다로 푹 꺼지는 박력있는 산세의 해안 절벽으로부터 뚝뚝 떨어져 물 속으로 사라지는 작은 바위섬 들. 그리고 시원한 바람. 언젠가 남아공 희망봉을 간 적 있는데 이곳이 훨씬 더 희망을 줄 수 있을 만큼 씩씩하게 생긴 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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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찾는 필수 코스 중 하나다.

바닷가에서 다시 내부 산간으로 향했다. 비에이의 흰수염(시라히게) 폭포를 들렀다. 도카치다케(十勝岳)에서 내려온 물이 낮지만 널찍한 언덕에서 수많은 결을 내며 떨어진다. 특히 바로 얼마전 홋카이도를 강타한 태풍 ‘라이온록’이 지나간 후라 폭포는 어마어마한 수량으로 떨어진다. 폭포를 조망하는 다리가 있어서 눈높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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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코탄 반도 가는 해안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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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히게 폭포.

국도를 따라 한참을 달렸다.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복잡한 세상과 멀어지는 장쾌한 드라이빙이다. 이날 최종 목적지는 다이세츠잔(大雪山). 이름 좀 보소, 겨울이면 얼마나 눈이 많이 올까. 홋카이도 최고봉 아사히다케(旭岳·2290m)를 비롯, 호쿠친다케(北鎭岳), 구로다케(黑岳), 하쿠운(白雲岳) 등 약 2000m 정도 고봉 10여 곳을 품고 있는 거대한 산이다. 이 안에 들어앉은 협곡지대가 바로 소운쿄다. 3만년 전 화산 분출로 생겨난 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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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운쿄에는 수많은 폭포가 있다.

층운협(層雲峽)이라는 이름처럼 깊은 협곡엔 수많은 폭포가, 봉우리에는 늘 운해가 드리우는 곳이다. 봉우리는 죄다 기이한 형상의 주상절리다. 연탄을 쌓은 듯, 회전초밥집 접시를 쌓은 듯 뾰족하게 솟아난 봉우리들마다 흰구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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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운쿄의 은하폭포.

거대한 굉음을 내며 흐르는 계곡을 따라 걸으면 근사한 폭포 들을 만날 수 있다. 이름도 멋지다. 초입에는 유성폭포와 은하폭포가 나란히 섰다. 가운데 부동암(不動岩)을 두고 양쪽으로 좁지만 웅장한 폭포가 흐른다. 왜 일본인들이 폭포를 물 수(水)변에 용 용(용)을 붙인 타키(비오다 롱 瀧)로 쓰는지 깨달을 법한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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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운쿄의 유성폭포.

그저 협곡과 폭포만 있다면 당일 잠깐 들르는 여행지일텐데 이름난 온천 마을까지 있어서 금상첨화다. 소운쿄 온천 뒤편에는 로프웨이가 있어 협곡을 굽어볼 수 있다. 로프웨이를 타고 한번 더 갈아타면 다이세쓰산 국립공원 제2봉인 구로다케(1984m)의 7부 능선까지 올려다 준다.

여행기자를 십 몇년째 해오는 중,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온천천국인 일본에 와서 정작 온천욕을 즐기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일행 중 누군가는 항상 새벽에 떠날 것을 종용했고 나머지는 늘 이에 동의한다는 것. 더욱 신기한 사실은 그들이 모두 온천에 대한 기사를 쓴다는 것(게다가 찬사를 곁들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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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노천탕 주변에 돌아다니던 사슴. 소운쿄에선 동내 개만큼 흔한 것이 사슴이다.

이날만큼은 고집을 피워 노천온천탕에 갔다(연어알을 먹은 후). 놀랍게도 탕 주변에 사슴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원래 온천 발견 스토리엔 꼭 사슴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다리를 다친 사슴이 뜨거운 물로 자가 치료를 하는 것을 보고 온천을 발견했다는 것인데. 실제 목욕을 하러왔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벌거벗은 채로 사슴 가족과 마주하자니 머쓱했다. 그들은 연포탕처럼 김이 모락나는 탕에 들어있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지겨웠는지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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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로 습원 트레킹 코스.
◇비운만큼 채우다

다음날도 일찍 깬 누군가가 연어알을 먹은 후, 서둘러 구시로 습원으로 가자고 했다. 구시로 습원은 홋카이도 동남부에 형성된 거대한 습지다. 일본 최대 습지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됐다. 구시로 항까지 펼쳐진 습지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있다지만 보지는 못했다.

습원의 일부는 나무 데크 트레킹 코스(3.1㎞)를 통해 둘러볼 수 있지만 딱히 볼 것은 없다. 그저 아프리카 초원처럼 풀이 무성한 평원이다. 풀 이름을 외우는 사람도 일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뇌세포를 낭비하는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그저 마이크처럼 생긴 풀, 키 큰 수수를 닮은 풀 정도로만 기억해두기로 했다.

5000년 전 물이 빠지며 형성된 습원은 역설적이게도 ‘아무 것도 뭔가 초점을 맞출 것이 없다’는 점이 매력이라 많은 이들이 찾는다. 자판처럼 빽빽한 도시에 있다가 도화지처럼 확트인 곳을 볼 때 느끼는 그런 느낌. 습원이 바쁜 도시인들에게 주는 여유로운 처방이다.

구시로 습원 안에는 강도 있고 늪도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한눈에 볼 수 있다. 구시로 습원 전망대, 호소오카 전망대 등 두 곳에서 볼 수 있고, 중간 언덕에 뷰포인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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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로항 와쇼시장 갓테동.

속이 습원처럼 텅텅 빌 무렵, 구시로 항 와쇼(和商)시장에 가서 역시 연어알을 올린 명물 갓테동(勝手どん)을 먹었다. 먼저 밥을 사고 이것저것 해산물과 반찬을 올려 먹는 덮밥이다. 참치와 연어알, 계란말이 등을 올려 먹자면 1000~2000엔 정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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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리조트 도마무.

구시로를 떠나 도착한 도마무 리조트(시무갓푸무라)는 일본 내 유명한 스키리조트다. 일본 유수 료칸·리조트 기업인 호시노(星野)가 운영하는 곳으로 고층타워형 리조트와 빌라 등 대단지를 이루고 있다.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모든 것이 해결될 정도로 부대시설이 빼곡하다. 도마무 리조트는 일본 최대 규모 파도풀과 노천탕 등을 갖추고 있어 사계절 휴양을 즐길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운카이(雲海) 테라스다. 이른 아침(연어알을 먹기도 전에)바로 리프트를 타고 오르면 운해를 만날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이날도 분명히 운해는 펼쳐졌을 테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운행하지 않아 무심히 연어알만 먹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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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물의 교회.

‘물의 교회’도 이름났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가 설계한 교회로 인공 호수 위 십자가의 반영을 바라보며 예배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잔잔한 물에 하늘이 비치는 낮에도 좋지만 밤에도 조명이 아름답다.

호시노리조트 도마무는 대자연 속에 둘러싸여 있어 느낌이 편안하고 좋다. 창밖으로 가을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숙면을 취할 수 있다. 홋카이도 렌터카 여행은 열차나 패키지 여행에서는 찾기 힘든 여유와 자유를 동시에 챙길 수 있어 좋다.

demory@sportsseoul.com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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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은 홋카이도 여행의 문턱을 대폭 낮췄다.

●가는 길=저비용항공사와 렌터카를 이용하면 보다 저렴하게 홋카이도를 여행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인천에서 오전 출발, 저녁에 돌아오는 편리한 여행스케줄을 자랑한다. 제주항공은 올해 11월30일까지 여행할 수 있는 일본 노선 가을여행 특가 상품을 내놨다. 삿포로(札幌) 노선은 편도 기준 8만8000원부터. 26일까지 예매하면 된다. 인천~신치토세(2시간15분 소요). 제주항공은 일일투어 상품도 운영한다. 샤코탄(積丹)의 해안절경과 소도시 오타루(小樽)를 둘러보는 당일 상품은 9만9000원. 꽃밭과 구릉의 초지가 펼쳐진 후라노(富良野)와 비에이(美瑛)를 둘러보는 투어도 있다.

●일본에서 운전하기=일본 렌터카 가격비교사이트 ‘다비라이 렌터카(kr.tabirai.net/car/#)’. 일본 내 휘발유 가격은 한국보다 저렴하지만 고속도로 통행료는 비싸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고속도로를 무제한 통행할 수 있는 티켓을 판매한다. 홋카이도의 경우, HEP(Hokkaido Expressway Pass)를 렌터카 사무소에서 구입하면 된다. 2일권이 3600엔, 3일권 5100엔, 5일권 6700엔이다.

●호시노리조트 도마무 투숙료=조식 포함 1만2962엔부터(1인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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