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3-2로 중국을 물리친 한국, \'팬들의 성원 덕분입니다\'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1차전 중국과 경기에서 3-2 신승한 뒤 관중들을 향해 손뼉을 치고 있다. 상암 |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찝찝한 승리였다. 이겼지만 웃을 수만은 없었다.

승점 3점은 땄다. 그러나 정신 무장을 바짝하고 나온 상대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 홈 경기에서 3골을 먼저 넣고도 맹추격당한 끝에 중국에 3-2로 힘겹게 이겼다. 10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9회 연속)을 노리는 한국 축구는 최종예선 1차전 무패 기록을 9경기(7승2무·2002년은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 자동 진출)로 늘렸다. A조 6개국 가운데 상위 두 팀에 주어지는 러시아 월드컵 본선 티켓 확보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밝혔다. 중국전 31전 18승12무1패의 압도적 우위도 이어갔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슈틸리케호’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남은 최종예선 9경기에서 무슨 일을 당할 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일깨운 교훈이나 다름 없었다. 지난 3월 아시아 2차예선 최종전 레바논과의 홈 경기에서 추가시간 이정협의 골로 1-0으로 간신히 이겼던 순간이 다시 떠올려졌다.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슈틸리케 감독은 1~2선 4명을 지동원과 구자철 손흥민 이청용 등 독일과 잉글랜드에서 뛰는 선수들로 채웠다. 중앙 미드필더 중 공격력이 좋은 기성용까지 합치면 전방 5명이 유럽파인 셈이었다. 반면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을 필두로 포백을 구성한 오재석과 홍정호 김기희 장현수 등 후방 5명의 필드플레이어는 중국과 일본 중동 등 아시아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했다. 정성룡은 러시아 월드컵 예선 들어 처음으로 골키퍼 장갑을 꼈다.

[SS포토] 이청용, 지동원과 부퉁켜 안고 환호
이청용이 후반전 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후반 중반까지는 ‘유럽파의 힘’이 잘 통했다. 중국 선수들은 처음 보는 한국의 유럽파 공격수들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에이스 손흥민은 왼쪽 측면에서 몇 차례 돌파를 시도해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결국 그의 발끝에서 선제골이 시작됐다. 전반 21분 레프트백 오재석이 과감한 오버래핑 뒤 상대 페널티지역 외곽 왼쪽에서 넘어져 반칙을 얻어내자 키커로 손흥민이 나섰다. 그의 오른발을 떠난 볼은 지동원의 머리를 맞고 아웃되는 듯 했으나 중국 스리백 중심에 선 36살 최고참 정즈의 몸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첫 골 시발점이 된 손흥민은 관중석을 향해 두 팔을 치켜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후 태극전사들은 기술 좋은 공격수 우레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날카로운 역습에 두 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으나 상대 골결정력 미숙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기회를 엿본 한국은 후반 17분 지동원의 크로스에 이은 이청용의 헤딩골로 2-0을 만들었다. 4분 뒤인 후반 21분엔 손흥민의 크로스를 지동원이 감각적으로 뒤로 흘리자 이를 구자철이 때려넣어 3-0까지 달아났다.

[SS포토] 너무 쉽게 허용해 버린 실점
한국이 중국에 두번째 실점 후 아쉬워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러나 3골 차가 끝은 아니었다. ‘축구굴기’를 앞세운 중국의 추격은 매서웠다. 무너질 듯 했던 중국 선수들은 그 때부터 일어서기 시작했다. 한 골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다부지게 움직이던 중국은 후반 28분 페널티지역에서의 한국 수비진 클리어링 미스를 유하이가 그대로 왼발로 차 넣어 한국전 득점포를 가동했다. 3분 뒤엔 페널티지역 외곽 오른쪽에서 교체투입된 미드필더 하오준민이 직접 프리킥을 꽂아넣어 순식간에 한국 턱 밑까지 올라왔다. 승부는 이 때부터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다. 중국은 공세를 늦추지 않으며 무승부를 노렸다. 한국도 손흥민과 이청용 등의 슛으로 맞섰다. 결국 슈틸리케호의 신승으로 90분 혈전이 끝났다.

슈틸리케호는 이번 최종예선을 앞두고 몇 가지 논란에 시달렸다. 특히 23명을 다 채우지 않은 엔트리및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이 적은 선수들 상당수가 포함돼 있어 “준비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한국은 전체적으로 조직력에서 문제점이 있었고 특히 수비가 불안했다. 중국에 운이 있었다면 한국이 비기거나 질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정신력을 다 잡지 않으면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미끄러질 수 있다는 것을 슈틸리케호가 깨달아야 할 시간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자신감을 얻은 쪽은 한국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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