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한 김연경, 혼자서는 네델란드를 넘을수 없었다[SS포토]
한국여자배구 대표팀의 김연경이 16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나징유 배구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8강전 경기에서 실점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k

[리우=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40년만의 메달 획득 목표를 안고 브라질로 건너온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의 2016 리우 올림픽 도전이 끝났다. 지난 16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8강전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한국은 1-3(19-25 14-25 25-23 20-25)으로 패했다. 상대에게 서브로만 12점을 헌납한데서도 드러나듯 서브 리셉션이 붕괴되면서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쳐보지 못한채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김연경은 자신만 바라보고 올라오는 토스를 어떻게든 해결해내며 팀 전체 득점(78점)의 35%에 달하는 27점을 해결했지만 혼자서 경기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김연경 하나로 세계의 높은 벽을 부술 수는 없다.

주장 김연경은 이번 대회에서 6경기를 치르는 동안 블로킹 8득점,서브 4득점을 포함 총 112점을 기록했다. 양효진이 77점,김희진이 47점,박정아가 39점으로 뒤를 이었다. 다른 국가들의 주 공격수 두 세명이 편차가 크지 않게 비슷한 수준의 득점력을 보인 것과 달리 공격에 관여하는 선수들의 득점 편차가 심했다. 양효진이 미들블로커인 점을 고려하면 스파이크로 공격을 분산해줬어야 할 날개 공격수들이 김연경을 따라주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6경기 한국의 총 득점은 462점,경기당 평균 77점을 기록한 와중에 김연경이 경기당 18.7점을 해결했다. 김희진은 8.1점,박정아는 6.5점을 보탰는데 둘의 득점을 더해도 김연경의 평균 득점 수치에 미치지 못한다. 김연경의 활약은 대단했지만 한 경기를 이기기 위해 최소 75점(25점×3세트)이 필요한 배구에서 김연경의 활약에 기대 승리를 얻어낼 수는 없었다. 다같이 고르게 득점할 수 있어야 경기에 이긴다는 교훈을 얻었다.

◇“결국은 경험. 국제무대 나가야” 김연경의 직언

4강 진출이 좌절된 후 김연경은 “결국은 경험의 차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있게 경기하고 공격력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결국 안정적인 면에서 부족해 기복있는 경기를 했다. 서브와 리셉션에서 부족한 면을 보였고 뒷심도 아쉬웠다”면서 “조금 더 성장해나가기 위해 각자 노력을 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도 해외에 나가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 경험이 토대가 돼야 큰 대회에서도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배구연맹이나 대한배구협회가 기반을 잘 마련해서 선수들이 해외로 나갈 기회를 갖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V리그에서 통할 수는 있지만 국제대회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여자배구는 국내 저변이 취약하고 가용 선수의 폭도 좁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국내에서만 경력을 쌓으며 변화해가는 세계배구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다. 남의 사정도 알아야 국제대회에서 맞닥뜨렸을 때 겁먹거나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

◇‘포스트 김연경’ 시대,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많은 배구인들과 팬들이 이번 리우올림픽을 메달 획득의 적기라고 여긴 이유는 월드클래스로 꼽히는 김연경의 기량이 무르익었고 경험과 나이가 늘면서 주변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올해 28세인 김연경이 32세가 되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노련미는 늘어날지 몰라도 지금과 같은 절정의 기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설사 그가 기량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지 못한다면 4년을 허송세월한 꼴이 된다. 김연경 스스로도 “내가 언제까지나 선수로 뛸 수는 없지 않나. 내 자리를 위협하는 후배가 빨리 나와주면 좋겠다”고 수년전 부터 이야기해왔다. 좋은 선수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기를 바라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새로운 동력이 될 유소년 선수들의 발굴과 육성,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에 대한 장기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구자준 한국배구연맹 총재는 “한 해에 우수한 선수가 6명씩만 나오면 프로리그의 경쟁력이 상승하고 여자배구가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맹 차원에서 각 구단들과 함께 고심하고 있는 부분이 유소년 발굴과 육성이다. 대표팀의 강화를 위해 대한배구협회도 실행의지를 갖고 현실적인 비전을 마련해 서로 힘을 합할 필요가 있다. 리우 올림픽은 한국 배구에 ‘포스트 김연경’ 이후의 다음 계획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는 이제부터 해결해야할 숙제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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