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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몬스터 대 드래곤의 대결이다.
창사 10년만에 지상파를 위협하는 공룡으로 성장한 CJ E&M이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드라마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으로 지상파를 공략하는 가운데, KBS가 8월 출범하는 자본금 400억원 규모의 드라마제작사 몬스터유니온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양사 모두 외주제작사의 작품을 트는 편성권을 가진 업자이자 다른 방송사에 납품을 하는 제작사로의 지위를 동시에 가진다. 편성권을 가진 거대 제작사의 출연이 과연 방송환경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에 대해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월 방송사업자의 특수관계자가 제작한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 편성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예고됐던 일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월 CJ E&M은 드라마전문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했다. 자체 제작사 설립에 앞서 지난 2013년 JS픽쳐스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김은숙 작가가 소속된 화앤담픽쳐스, 전지현이 소속된 문화창고의 지분을 취득, 스튜디오드래곤의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덩치를 키운 스튜디오드래곤은 이후 tvN ‘또 오해영’, OCN ‘38사기동대’, tvN ‘굿와이프’ 등 자체제작 드라마는 물론이고, 지상파 편성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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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를 통해 9월 방송예정인 수목극 ‘공항가는 길’이 스튜디오드래곤이 만든 첫 지상파 작품이다. 같은 달 MBC 월화극으로 방송되는 ‘캐리어를 끄는 여자’ 역시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을 맡았다. 지상파와 케이블이 채널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경쟁사에 작품을 만들어주는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지상파 관계자는 “스튜디오드래곤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뿐이지 CJ E&M에서 계속 드라마를 만들어왔다. 외주제작사 중 하나로 생각하고 편성을 준 것으로 보면 된다. 경쟁사의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기업의 이익이라는 것만 놓고 생각하면 파는 CJ E&M과 사는 우리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모델은 앞으로 몬스터유니온이 꿈꾸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6월 KBS미디어, KBSN이 공동 출자해 만든 KBS자체제작사 몬스터유니온은 KBS드라마 뿐 아니라 다른 채널에 납품하는 작품을 만드는 제작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출범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한국독립PD협회 등 유관단체는 한 목소리로 “콘텐트 시장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사 방송국의 일감 몰아주기로 편성을 독식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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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몬스터유니온 측은 “이제 출범하는 회사가 편성을 독식할만큼 제작할 인원도 없다. 우리는 1년에 대작 1~2편을 프로젝트성으로 만드는 걸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CJ E&M이라는 공룡에 이어 KBS라는 몬스터를 보게 된 외주제작사의 입장은 다르다.
드라마제작사협회 한 관계자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출범할 때도 이런 문제가 예상됐다. 하지만 끝까지 말리지 못했던 것은 상업방송이었기 때문이다. 상업방송이 자기 돈 들여서 제작을 하겠다는 걸 어떻게 막겠나. 하지만 KBS는 다르다. 최소한의 공영성을 지켜야 한다. 상업성을 위해 이를 포기한다면 수신료도 포기해야 맞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KBS가 외주제작사와 맺어온 관계에 비추어볼 때 공정한 외주제작이 이뤄질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CJ E&M의 경우 외주제작사에 대해 제작비를 100% 지급하고 저작권을 가져가지만, KBS는 제작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서 저작권을 50대50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몬스터유니온이 자체 제작하는 편수는 한계가 있으니, 몬스터유니온이 편성을 따고 재하청 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상식적으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리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협회 등 유관단체들은 KBS에 외주제작사와의 상생협력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KBS측에서는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올초 방송법이 개정되며 이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만약 KBS가 몬스터유니온으로 수익성에서 재미를 보게 되면 MBC, SBS도 분명 자체 제작사를 만들게 뻔하다. 외주제작사와의 상생구조는 완전히 깨질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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