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기호기자] 이화여대에서 무용을 전공한 임하늘(24)은 지난 2014년 6월 12일 전북 남원시에서 열린 제84회 춘향선발대회에서 미스 춘향 진(眞)에 선정됐습니다. 어머니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해 출전한 임하늘 씨는 수상을 예상하지 못해 가족과 지인을 남원으로 초대하지 않았는데요. 퍼레이드 때까지 어리둥절한 그의 모습은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따뜻한 미소를 전하는 춘향이가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힌 그는 아나운서를 장래희망으로 꼽았는데요. 2년이 지난 지금 임하늘은 스피치와 토익, 그리고 한국어를 공부하며 방송국 아나운서 공채를 준비 중입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카페에서 임하늘을 만나 근황과 향후 계획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①에 이어


- 최근까지 팟캐스트 '미드견문록 - 말업고폴로'를 진행했는데요


인복이 많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는데, 지인으로부터 팟캐스트에서 여자 게스트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란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했죠. 그 후 새로운 프로그램 진행을 제안받았고, 아이돌 그룹 '파이브' 멤버 서지원 씨와 함께 청취자분께 미국 드라마를 소개했어요.


- 평소 드라마를 즐겨보나 봐요


지금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못 하지만, 학창시절 일본, 중국, 영국 등 외국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예술 중·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새벽 별을 보며 집에서 나오고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들어갔죠. 온종일 무용을 해서 피곤할 수도 있는데 이동하는 차 안에선 잠을 청하기도 했고, 몸을 씻고 나오면 잠이 확 달아나더라고요. 지금은 케이블 채널이 많지만, 당시엔 새벽 시간에 볼 수 있는 건 외국 드라마뿐이었어요.


- 그렇군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배운 것도 많을 것 같아요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예를 들면 어떤 작품을 소개할 때 저희는 다 아는 내용이라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청취자로선 잘 모르는 상태에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 후 말을 할 때 상대방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죠. 말의 속도와 음의 높이, 그리고 말버릇 등을 개선하면서 제가 점점 방송에 적응해간다는 것도 느꼈고요.


- 드라마를 보면서 배우의 꿈도 키웠을 법한데요


스무 살 때 보조 출연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배우 제의를 받은 적이 있어요. 전국 춘향선발대회에 입상한 후에도 있었는데 배우보다 걸그룹 제안이 많았죠(웃음). 하지만 무용을 정말 좋아해서 다른 분야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네 살 때부터 춤을 췄기 때문에 다른 세계는 두려웠고, 무용수가 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 거죠.


- 당연하게 생각한 무용을 왜 그만둔 건가요


선화예중·고를 거쳐 이화여대를 다녔고 미인대회에서 입상까지 했기에 주변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엄친딸'이구나"라는 말을 많이 해요.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달리 학창시절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부모님이 해외에 계셔서 외가 쪽 분들과 같이 살았어요. 공연 의상이 열 벌 정도 되는데 늦은 밤 귀가해서 외할머니께 옷을 다려달라고 부탁할 수 없어서 제가 직접 다렸죠. 그러면 한두 시간 잠을 자고 다시 학교로 가요. 그리고 분기마다 내는 학비만 200만 원이 넘는데 작품비와 의상비 등을 합치면 대학교 1년 등록금과 비슷한 수준이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됐어요. 대학교 2학년 때 장학금 신청과 관련해 상담을 받던 중 지도교수로부터 무용을 계속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들었어요. 부상이나 실력이 모자란 게 아니고, 경제적인 이유로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죠.


- 지도교수의 말 한마디에 쉽게 포기할 순 없었을 것 같은데요


교내 경력개발센터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지만, 그곳에서도 계속 무용을 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학창시절 저를 지도해준 선생님들 역시 똑같은 대답이었어요. 대학교를 졸업한 뒤엔 다른 길을 가라고 하더라고요. 가족의 희생과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나 혼자 잘 먹고 잘살려면 어떻게든 무용을 하려고 했겠죠. 하지만 계속 가족으로부터 돈을 끌어와야 하는데, 너무 힘들어진 상황에서 차마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고요. 이젠 제가 경제적으로 도움을 드릴 때니까요. 임하늘에게 무용이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이죠.



- 정말 속상했겠어요. 그럼 언제부터 아나운서를 꿈꾼 건가요


가수 성시경 씨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제3자 효과 이론'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왜 저런 걸 모르고 살아왔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침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는 친구 중 한 명이 언론홍보영상학을 전공했는데, 관련 서적을 읽어 보니 정말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 후 무작정 언론 관련 수업을 들으러 갔는데 생각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며 새로운 세상이 열린 기분이었어요. 여기에 좋은 교수님까지 만나게 되면서 제 꿈에 대한 확신이 들었죠.


- 아나운서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주변의 기대가 큰 탓에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어요. 꿈을 위해 제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는 알아주지 않아요. 전국 춘향선발대회 입상 경력이 있고, 가끔 방송에 얼굴도 비치니 당연히 공채에 합격할 거로 생각하는 거죠.


- 강아랑 KBS 기상캐스터와 신소정 씨 등 대회 동기들이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입니다


정말 잘 된 일이에요. 학교에 다닐 때도 정말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질투요? 그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기 때문에 오히려 내 일처럼 같이 기뻐했답니다. '친구들이 자리를 잡아가는데 나는 언제쯤 취업을 할까'라는 불안함도 있지만, 그런 마음이 들수록 더 노력해야겠죠?


-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정확한 이슈를 전달하면서 시청자와 소통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충실하게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부모님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많이 부족한 딸인데 제 선택과 꿈을 존중하고 지지해주신 덕분에 잘 준비하고 있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될게요. 아빠,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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