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2회말 우르르 무너진 NC 선발투수 이태양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프로야구 두산과 NC의 경기 2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NC 선발투수 이태양이 두산 허경민에게 3타점 3루타를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개막 후 나란히 1승 1패를 기록 중인 두산과 NC는 장원준과 이태양을 각 각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2016. 4. 5.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NC 투수 이태양(23)이 승부조작 연루 혐의를 받은데 이어 KIA 투수 유창식(24)도 승부조작 가담을 구단과 KBO에 자진신고했다. 2012년 박현준(30), 김성현(27·이상 당시 LG)처럼 이번에도 투수가 승부조작의 중심에 섰다.

지난 21일 이태양이 승부조작으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외야수인 문우람도 함께 기소됐지만 직접 조작에 관여하지 않고 브로커와 이태양을 소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틀 뒤인 지난 23일 유창식의 승부조작 가담 사실도 드러났다. 2012년 박현준, 김성현에 이어 이태양, 유창식까지 모두 투수가 승부조작 중심에 섰다.

합법적인 베팅사이트에서 이뤄지는 야구토토의 경우 승부조작을 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경기 자체의 승패와 전체 득점으로 승부를 조작하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불법 베팅사이트라면 얘기가 다르다. 선발투수의 1회 첫 타자 초구 스트라이크와 볼, 첫 타자 볼넷 또는 삼진 등 경기 전체가 아닌 상황에 따른 베팅을 할 수 있게 만든다. 1회 실점, 4이닝 양팀 득점 합계 6점 이상인 ‘4이닝 오버’ 등 좀 더 세밀화됐다.

대부분 고정적으로 출전시간이 보장되는 선발투수가 조작할 수 있는 상황들이다. 야수가 실책 등으로 점수를 조작하려고 할 때 너무 눈에 드러나기 때문에 시도하기 어렵다. 하지만 투수는 스스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결정지을 수 있다. 타자들이 스트라이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투수의 어이없는 볼에도 방망이를 휘둘러야 하는 상황이 온다. 쉽게 발각될 수 있다. 브로커들이 주로 투수들에 접근해 승부조작으로 끌어들이는 이유다. 이태양도 특정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1회 볼넷을 고의로 허용했다.

브로커들의 표적을 좀 더 좁히면 아직 프로에 데뷔한지 오래되지 않은 저연봉의 어린 선발투수들이 유혹의 대상이다. 박현준과 김성현도 2012년 당시 2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였다. 이태양의 올시즌 연봉은 1억원이지만, 승부조작에 가담했을 당시 연봉은 3300만원에 불과했다. 연봉 6400만원을 받는 유창식은 500만원의 검은 돈을 받고 평생 후회할 선택을 했다.

브로커들의 접근방식도 치밀하다. 직접 접근하지 않고 평소 친분있는 친구나 선·후배를 통해 접근한다. 고의로 1회 선두타자 볼넷을 허용하거나 실점을 하더라도 경기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다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을 지속적으로 한다. ‘한 번쯤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범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야구인생은 끝나게 되는 게 현실이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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