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응답하라 1988\'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2016년 상반기 방송가는 격동 그 자체였다. 방송 10주년을 맞은 tvN의 반격은 놀라웠다. 드라마와 예능이 고루 선전하며 철옹성같던 안방극장을 접수, 지상파의 견고한 시청률 우위를 완벽히 뒤집었다. 연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로 KBS2주말극에나 가능하던 국민드라마 자리를 꿰차더니, 한국형 스릴러 ‘시그널’, 월화극의 반란 ‘또 오해영’으로 흥행과 작품성 모두를 거머쥐었다. 지상파 드라마가 잠잠한 가운데 KBS2‘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제작, 한중 동시방송이라는 위업을 해내며 역대급 신드롬을 일으켰다.

음악예능의 인기는 여전했다. MBC‘일밤-복면가왕’, JTBC‘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은 잊혀졌던 그들을 2016년으로 소환하며 매 방송마다 실시간검색어 줄세우기를 해냈다. 연예기획사 연습생 101명이 걸그룹 데뷔를 두고 경쟁하는 오디션프로그램 케이블 엠넷 ‘프로듀스 101’은 11명의 요정을 발굴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걸크러쉬 돌풍도 빼놓을 수 없다. JTBC‘님과 함께2-최고의 사랑’로 가모장 김숙이 재조명됐고, 때맞춰 신설된 KBS2‘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여자예능의 새 깃발을 꽂았다. ‘예능대부’ 이경규, ‘흥궈신’ 김흥국, ‘프로불참러’ 조세호 등 물만난 중고스타들이 인기몰이를 했다. 양세형은 MBC‘무한도전’의 역대급 특집 ‘릴레이웹툰’을 통해 급부상했고, ‘인간복사기’ 박나래는 모든 신작예능을 접수하며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키워드로 2016년 방송가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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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시그널’ 제공|tvN

◆박경위님, 포기하지 마세요! 미래는 바뀔 수 있습니다

고장난 무전기에서 흘러나온 이재한 경사(조진웅 분)의 예언은 사실이 됐다. tvN은 화제성과 흥행력, 작품성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거머쥐며 올해 방송가의 시장구도를 바꿔놓은 것은 물론, 방송의 미래도 바꿨다. 시작은 ‘응팔’이었다. 지난해 11월 첫방송을 시작, 1월6일 종영한 20부작 ‘응팔’은 대학가요제로 혜성처럼 등장한 고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시그널로 울리며, 88서울올림픽이 열리고 ‘한강의 기적’을 세계가 주목하던 그 시절을 소환했다.

가난하지만 정겹던 동네.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1971년생 동갑내기 동네친구 덕선(혜리 분), 정환(류준열 분), 택(박보검 분), 선우(고경표 분), 동룡(이동휘 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기존의 ‘응답하라’ 시리즈가 1030세대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면, 이번 시리즈는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사랑을 얻었다는게 최고의 수확이었다.

tvN 또 오해영 13화 현장사진(1)
tvN‘또 오해영’ 제공|tvN

후속으로 방영된 ‘시그널’은 스릴러 외길인생을 걸어온 김은희 작가의 인생작이 됐다. ‘과거에서 무전이 온다면?’이라는 가정으로 시작된 드라마는 1990년대의 열혈형사 이재한과 2016년의 프로파일러 박해영(이제훈 분)이 무전을 통해 미제의 사건을 해결, 손에 땀을 쥐는 재미를 주었다. 장기미제사건전담팀 팀장 차수현으로 분한 김혜수는 15년전 돌연 실종된 뒤 백골로 발견된, 잊지못할 사랑 이재한을 되살리며 역대급 히로인 연기를 펼쳤다. ‘이재한 경사 살리기’ 운동이 펼쳐질 정도로 인기를 모은 ‘시그널’ 최종회는 12.5%를 기록,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tvN의 시청자몰이는 ‘또 오해영’으로 이어졌다. 동명오해 로맨스를 그린 ‘또 오해영’은 ‘서현진의 재발견’을 알리며 그야말로 신나게 날았다. 오해영(서현진 분)과 박도경(에릭 분)의 리얼연애가 불붙으면서 ‘월요병 해결사’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불킥’을 부르는 찌질하고 치사하고 쪽팔리는 우리 연애의 민낯을 생생하게 드러내며 공감을 얻었고, 뜨겁게 사랑받았다. 두주불사 박수경 여사(예지원 분)와 바람둥이 이진상(김지석 분) 커플, 상찌질이 박훈(허정민 분)과 4차원 윤안나(허영지 분) 커플도 메인커플 못지않은 인기를 얻으며 웃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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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태양의 후예’ 제공|KBS

◆‘태양의 후예’의 열풍은 남달랐지 말입니다

tvN이 연거푸 축포를 쏘는 동안 지상파 3사 드라마의 반격은 미미했다. 유난히 중박 이상을 터뜨리는 드라마가 적었고, 시청률 경쟁에서도 압도적 1위가 없는 형국이었다. 2월 우리 곁을 찾아온 KBS2‘태양의 후예(이하 태후)’가 더욱 반가웠던 이유다. 제대 전 출연계약을 확정한 송중기의 안방 복귀작이자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김은숙 작가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은 ‘태후’는 가상국가 우르크를 배경으로 군인과 의사의 사랑을 극적으로 그려내며 초반부터 위협적인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이국적인 풍광과 내전이라는 극적상황이 빚어내는 로맨틱한 장치에 폼생폼사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와 까칠속물 강모연 선생(송혜교 분)의 직진 로맨스는 ‘로코의 공식’을 충실히 밟으며 한중 양국의 시청자를 홀렸다. 상남자의 매력을 물씬 풍긴 송중기는 이 드라마를 통해 한류 톱스타 지위를 굳혔고, 송혜교는 명물허전 매력으로 1세대 한류스타의 건재를 과시했다. 메인커플 만큼 비중이 높았던 서대영(진구 분)-윤명주(김지원 분) 커플은 어떤 장애물도 극복해내는 한결같은 사랑으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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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태양의 후예’의 배우 진구와 김지원.제공|KBS

한국 드라마사를 다시 쓰는 숱한 기록도 남겼다. 100% 사전제작으로 한중 동시방송되며 국내에서는 방송 7회만에 전국평균시청률 30%를 돌파했고, 마지막회는 38.8%를 기록했다. 중국 동영상서비스 사이트 아이치이에서는 회당 3억뷰를 기록, 7회만에 21억뷰를 돌파히기도 했다. 수익도 짭짤했다. 1회부터 방송 완판 행진을 시작해, 회당 4억5000만원의 광고수익을 거둬들였다. 16부를 기준으로 하면 광고수익만 72억원이었다. 총 제작비가 130억원에 이르는 대작이었지만, 광고판매, PPL, 해외판권판매, 음원판매 등을 합해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긴 수익을 올렸다.

한류가 사그라들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해외판권 판매에도 불을 붙였다. ‘태후’는 중국, 일본, 대만, 태국, 영국, 프랑스, 미국, 호주 등 총 32개국에 판권 판매를 완료했다. 제작사인 영화사 NEW(뉴)와 KBS미디어가 50대50으로 수익금을 나누는 형태로 판매가는 중국이 가장 높았다. 중국은 인터넷 방영권을 총 48억원에 샀다. 편당 가격은 약 3억원이었다. 일본도 총 20억원에 판권을 사가 한류가 저물어가고 있는 일본시장에 다시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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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일밤-복면가왕’ 출처|방송화면캡처

◆음악예능, 어떻게 뒤틀어도 여전히 통하였도다!

이제는 ‘흥행보증수표’로 불러도 좋을 것같다. 음악예능은 어떤 방식으로 뒤틀어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MBC‘일밤-복면가왕’은 역대 최장수 가왕을 배출하며 승승장구 했다. ‘우리동네 음악대장’은 지난 1월24일부터 6월5일까지 무려 151일간 가왕자리를 지키며, 9연승을 구가했다. 방송 초반이 지나며 ‘음악대장’이 밴드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시청자들은 매회 놀라운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음악대장’의 마법에 기꺼이 속았다. 의외성과 감동이라는 코드에서 독보적인 ‘복면가왕’은 일요예능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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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투유프로젝트-슈가맨’ 제공|JTBC

JTBC‘투유프로젝트-슈가맨’은 잊혀진 가수를 발굴해내며 대중적 공감을 얻었다. 방송 초반만 해도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했지만, 매회 뜻밖의 인물로 무대를 채우면서 1박2일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하는 위용을 자랑했다. 지난해 10월 첫 방송을 시작한 ‘슈가맨’은 미스터투, H 현승민, 줄리엣, 최용준, 박준하, 에메랄드캐슬, 김민우, 뱅크, 루머스, 강성, 임주리, 하이디, 야다, 모세, 파파야, 량현량하, K2, 코나 등 약 80여명의 슈가맨을 소환해내 화제를 모았다.

출연을 계기로 팀이 재결성 되거나 새로운 앨범을 낸 경우도 많았다. 지난 2월 출연해 화제를 모은 그룹 구피가 방송 후 팀을 재결성해 11년만에 지난 5월 새 앨범을 발매했고, 바나나걸 안수지, 주주밴드 주다인 등도 활동을 재개했다. ‘슈가맨’은 7월12일 끝으로 프로젝트를 종료하고, 차기 프로젝트 준비에 들어간다.

[SS포토]마지막 완전체 아이오아이, \'우리에게 반했죠~\'
걸그룹으로 데뷔한 아이오아이(I.O.I) 스포츠서울DB

오디션예능은 이제 좀 식상하다 했던 사람들에게 케이블 엠넷 ‘프로듀스 101’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데뷔를 준비 중인 101명의 연예기획사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 열혈 ‘언니팬, 오빠팬, 삼촌팬’을 양산했다.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최종 선발된 걸그룹 아이오아이(I.O.I)는 지상파의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누비며,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I.O.I 활동을 마무리하고 원래 팀으로 돌아간 멤버들의 활약도 뜨겁다. 정채연은 7인조 걸그룹 다이아로 돌아갔고, 김세정과 강미나는 9인조 걸그룹 구구단으로 데뷔했다.

KBS2\'언니들의 슬램덩크\'
KBS2‘언니들의 슬램덩크’의 걸그룹 언니쓰의 재킷표지. 제공|KBS

◆걸크러쉬 끝판왕을 보여주마! 준비 됐나요?

여자예능인들의 뜨거운 활약상에 더해 여자들이 떼로 나오는 리얼버라이어티가 승승장구했다. ‘걸크러쉬’의 기수는 개그우먼 김숙이었다. 김숙은 JTBC‘님과 함께2-최고의 사랑’에서 개그맨 윤정수와 가상부부로 출연, 남녀관계를 완벽히 전복시키며 통쾌한 웃음을 안겼다. 가모장 김숙이 “어디 남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겨? 재수없게”, “남자는 조신하게 살림하는 게 최고지” 등으로 호통을 친다면, 윤주부 윤정수는 깔끔하고 꼼꼼한 성격을 유감없이 발휘 주부재능을 선보였다.

개그우먼 박나래, 이국주도 tvN‘코미디빅리그(이하 코빅)’를 발판으로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넘나들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들은 몸을 사리지않는 독한 개그로 웬만한 개그맨을 찜쪄먹는 위력을 과시했다. 특히 박나래는 ‘코빅-깝스’에서 미친 씽크로율을 보이는 분장으로 ‘인간복사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올해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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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박나래. 스포츠서울DB

걸크러쉬 트렌드에 맞춰 4월 첫방송을 시작한 KBS2신작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이하 슬램덩크)’도 3주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구가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슬램덩크’는 김숙, 라미란, 홍진경, 제시, 효린, 티파니 등 멤버들이 꿈계를 들어 하나씩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으로 민효린의 꿈인 걸그룹 프로젝트가 제대로 터지면서 이슈메이커가 됐다. 톱 프로듀서 박진영이 제작한 데뷔싱글 ‘셧업(Shut up)’은 1일 음원공개와 동시에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다. 같은 날 KBS2‘뮤직뱅크’를 통해 첫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무대에도 오른다.

이경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의 이경규. 출처|방송화면캡처

◆전성기는 또 오는거야! 예능대부에서 양세바리까지

올 상반기는 유독 익히 알던 예능인들이 새롭게 조명되는 기회가 많았다. ‘예능대부’ 이경규는 지상파와 케이블을 가리지않고 만능 활약을 선보이며 ‘살아있는 예능전설’임을 과시했다. MBC‘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반려견이 낳은 강아지 6마리와 함께 출연해 사상최초 ‘눕방’으로 웃음을 주더니 꽃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채운 ‘꽃방’ 등 쌍방향 방송에서도 유연한 예능감을 뽐냈다. 최근에는 SBS‘일요일이 좋다-런닝맨’, tvN‘SNL코리아’, MBC‘라디오스타’에 연달아 출연하며 ‘갓경규’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양세형
개그맨 양세형. 스포츠서울DB

그런가하면 데뷔 13년차 양세형은 MBC‘무한도전’나들이로 절정의 예능감을 과시하며, 급부상했다. ‘코빅’의 터줏대감으로 ‘직업의 정석’, ‘솔로탈출캠프’, ‘게임폐인’ 등 코너로 이미 실력은 검증받았지만, ‘무도’는 대중성이라는 면에서 양세형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특히 ‘무도’의 정통 시리즈 ‘무한상사’에 이어 역대급 특집이라 할 수 있는 ‘릴레이툰 특집’에서 만화가 이말년과 환상의 궁합을 보여주며 웃음 사냥을 하고 있다.

‘흥궈신’ 김흥국과 ‘양배추’ 조세호는 “왜 안 왔어?”로 대동단결했다. MBC‘세바퀴’에서 김흥국이 “왜 안재욱 결혼식에 안 왔냐?”고 질책한게 이토록 대박이 날줄은 그들도 몰랐을 터. 억울한 표정의 조세호가 “모르는 사람인데 어떻게 가요”라고 대답한게 ‘왜안왔어’ 놀이의 시초가 됐다. 이후 조세호의 불참을 놀리는 대유행이 벌어지면서 ‘프로불참러’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전성기를 함께 제조한 김흥국과 조세호는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입담을 과시하며 웃음을 주고 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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