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최서윤 기자] 영화 ‘특별수사(2016년)’에서는 대기업의 며느리 살해 혐의를 받고 사형수가 된 택시기사가 등장한다. 영화 ‘7번방의 선물(2013년)’에서도 경찰청장의 딸을 강간 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적장애인이 나온다.


모두 권력을 가진 사회적 강자들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약자들이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12월30일 폭력조직 ‘지존파’ 23명의 사형 집행 이후 약 20여 년간 법무부 장관은 사형집행을 명령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헌법 제41조에 명문화된 사형제도는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제엠네스티도 한국을 ‘실질적인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 최근 CJ CGV 등에서 개봉한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 스틸 이미지(사진제공=NEW).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공안사범이 사형을 선고 받거나 집행까지 당한 경우가 있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복역했다가 사면 받은 유인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영화에서처럼 한 건의 살인이 계기가 돼 사형 당하는 일은 현재로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동종 전과가 없는 전과자와 지적장애인이 사형을 선고 받는다는 설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유영철(2005년), 강호순(2009년) 등은 연쇄살인범이다.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몇 년째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최근 들어 ‘묻지마 범죄’ 등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사형제 존폐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피의자의 인권 보호’와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사이에 두고 갑론을박도 뜨겁다. 사형폐지론자들은 ‘인권을 경시한 억울한 죽음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존치론자들은 ‘인권을 짓밟은 흉악범죄자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국회에서는 1999년부터 사형폐지에관한특별법안이 발의돼 왔다. 15대 국회 때는 유재건 의원이, 16대 국회에선 정대철 의원이, 17대 국회 당시는 유인태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18대 국회에는 박선영·김부겸·주성영 의원이 사형제 폐지에 앞장섰다. 19대 국회에서는 유 의원이 또다시 법안을 발의, 전체 의원의 과반이 넘는 171명의 공동발의를 끌어냈다.


사형폐지법안은 발의 후 회기만료로 폐기가 반복됐다. 이 같은 상황에도 20대 국회에서 사형폐지법안이 발의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천주교 시민단체 등은 사형제도 폐지 입법화 운동을 전개하며 국회에 관련 입법 발의를 계속 촉구하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 사형폐지법안을 대표발의한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우리 사회가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사람들 마음이 각박해지고 있다. 극단적 갈등을 보이고 생명을 경시하는 분위기도 높아졌다”며 “흉악범죄가 많아지는 이 때에 더욱 생명경시풍조의 전환점을 마련하고 이러지 말자는 설득이 필요하다. 20대 국회에서는 사형폐지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사형 존치를 찬성하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사람을 죽이면 사형 당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라도 있어야 한다. 공안사범에 대한 사형집행 판결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살인범 중에서도 평균 3.4명을 살해해야 사형이 선고된다”며 “자꾸 오판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제도의 운영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형폐지법안이 발의돼도 통과 여부는 결국 ‘국민여론’이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사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사형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사형제 존립 지지 의견이 높다. 지난 2월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2015 국민 법의식 조사’에 따르면 ‘사형제 찬성’은 65.2%, ‘사형제 반대’는 34.2%로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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