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티요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의 새외국인 투수 카스티요가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대전 | 이주상기자.rainbow@sportsseoul.com

[대전=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화 새 외국인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27)가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직구 최고구속이 159㎞(롯데 전력분석 스피드건 기준)까지 측정되자 전력분석원들 사이에서도 탄성이 흘러 나왔다.

카스티요는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6 KBO리그 롯데와 정규시즌 홈경기를 통해 데뷔했다. 스스로 100마일(약 161㎞)까지 던질 수 있다고 밝힌 것처럼 빠른공이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볼이 다소 가볍고, 일정한 투구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남았다.

시즌 10번째 1만 3000석 매진사례를 이룬 이날 카스티요가 마운드에 오르자 관중석이 술렁였다. 에스밀 로저스가 팔꿈치 부상으로 하차했기 때문에 카스티요의 구위에 눈길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 롯데 톱타자 손아섭을 상대로 150㎞짜리 바깥쪽 직구를 초구로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아내자 환호성이 터졌다. 2구와 3구가 잇따라 155㎞까지 측정되자 의문부호는 느낌표로 바뀌기 시작했다. 김문호를 상대로 2구째 슬라이더(142㎞)를 점검한 것을 제외하면, 1회초에 던진 13개의 공 중 12개를 직구로 선택했다. 1회에 이미 156㎞까지 나와 몸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SS포토]새용병 카스티요, \'한화의 빛이 되리라~\'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의 새외국인 투수 카스티요가 한화팬 앞에 첫선을 보여주고 있다. 대전 | 이주상기자.rainbow@sportsseoul.com

2회초에는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황재균을 상대로 체인지업(134㎞) 슬라이더(134㎞)를 차례로 점검한 뒤 직구 하나가 볼이돼 3볼 노스트라이크가 됐다. 황재균이 직구 타이밍에 마음먹고 배트를 휘둘렀는데 바깥쪽에서 가운데로 살짝 몰린 153㎞짜리 직구가 중견수 뒤쪽 전광판 최상단까지 날아가는 대형홈런으로 연결됐다. KBO리그 타자들의 힘을 가늠할 수 있는 한 방이었다.

카스티요의 진가는 이 때 드러났다. 강민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초구에 157㎞짜리 직구를 바깥쪽에 꽂아 넣었다. 황재균이 공략한 코스에 더 강한 공으로 응수한 것이다. 7회까지 105개를 던지며 홈런 한 개를 포함해 4안타 1실점했다.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볼넷을 3개였고 삼진도 3개를 잡아냈다. 자신의 말처럼 “맞혀잡는 유형의 투수”라는 것도 입증했다. 슬라이더는 최고 146㎞까지 측정됐는데, 5회초 선두타자 김상호를 상대로 던진 바같쪽 슬라이더가 이날 최고 구속이었다. 상황에 따라 각이 크지만 상대적으로 느린(최저 134㎞) 슬라이더와 컷패스트볼처럼 짧고 빠른 슬라이더를 고루 던졌다. 체인지업은 143㎞까지 측정됐고 2회초 1사 후 박종윤을 1루수 땅볼로 돌려세울 때 던진 체인지업이 이날 최고 구속이었다.

[SS포토]정민태 코치와 이야기하는 카스티요, \'오늘은 어땠냐면요~\'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7회를 끝내고 덕아웃에 들어온 카스티요가 정민태 코치와 이야기를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7회까지 1실점하며 호투했다. 대전 | 이주상기자.rainbow@sportsseoul.com

킥은 무릎이 허리 높이 정도까지 밖에 올라가지 않지만 스트라이드 한 발이 지면에 닿기 직전까지 중심을 축발(오른발)에 남겨두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을 쥐고 있는 시간이 긴데 비해 팔 스윙 스피드가 빨라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히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퀵모션 하듯 킥을 짧게 한 뒤 바로 던지는 변칙투구도 두 차례 가량 보여줘 상황에 따라 투구폼으로도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영리함이 느껴진 대목은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였다. 주력이 다소 느린 주자가 1루에 있을 때에는 퀵모션이 1.30~1.37 정도로 평균 수준이었는데, 손아섭이 1루에 있을 때에는 1.20~1.27로 빨라졌다. 견제동작은 1.21초대로 잡기보다 묶어두는 기본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베이스커버 등도 빼놓지 않고 해 기본기가 탄탄한 투수라는 인상을 줬다.

다만 황재균에게 홈런을 맞을 때나 3회초 1사 후 손아섭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하는 장면에서는 구속에 비해 볼이 무겁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볼끝이 날리는 경향이 있어 투구 밸런스가 맞지 않거나 악력이 떨어지면 직구 타이밍에 스윙하는 힘있는 타자들에게는 장타를 허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남겼다. 다만 몸쪽 승부를 적극적으로 한다면, 이날 드러난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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