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성(6월15일)

[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지난 2010년, 사진 전용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이 등장한 후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든 적이 있다. 앱을 실행하기만 하면 실시간으로 전세계의 날씨와 이슈, 사람살이를 살펴볼 수 있어 매우 신기했고 로맨틱하기까지 했다. 이용자가 많아지며 인스타그램에서는 해시태그(#)를 이용한 ‘소통’이 활성화됐다. ‘selfie’ ‘셀카’ ‘소통’ ‘맞팔’ 등의 문구가 자주 눈에 띄었으며, 실생활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훈남, 훈녀들이 곳곳에 넘쳐났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B가 슬며시 다가와 고민을 털어놨다.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세지(DM)로 대화를 몇 번 주고 받던 남성과 만나 술을 마셨는데, 어쩌다보니 잠자리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것. B의 인스타그램을 통한 충동적인 만남은 이후에도 수차례 이어졌고, 다른 친구 몇몇 또한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성을 만나 데이트나 잠자리를 즐기곤 했다.

인스타그램은 어느새 ‘플러팅’(flirting, 희롱하는, 시시덕거리는, 장난삼아 연애하는 등의 의미를 지닌 용어)의 장이 됐다. 사진 몇 장만으로 상대의 외모와 생활반경, 성향 등을 파악해 가벼운 호감만으로 쉽게 접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모든 플러팅 행위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 가벼운 즐거움을 위해 (심지어 연인이나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도) 플러팅을 즐기는 이들이 꽤 많으며, 그로 인해 상처 받는 사람들도 다수라는 사실은 미리 인지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예가 개그맨 유상무 사건이다.

유상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난 여성을 성폭행하려했던 혐의로 경찰 조사 중이다. 그에게는 인스타그램으로 교제해오던 또 다른 여자친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친구 B가 만났던 수많은 남성들에게도 연인이 있었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로 만났기에 B에게는 관계의 도덕성이나 진실함을 주장할 여지조차 없었고, 그 관계는 일순간 즐거움으로 끝이 났다.

인스타그램 유행 이전에는, 또다른 SNS인 트위터로 만나 데이트나 교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혼자에게 깜빡 속아 엉엉 울고 이를 갈던 사람도 있었고, 또 다른 계정으로 수많은 이성에게 플러팅을 지속하는 상대의 모습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물론, 인연을 만나 결혼에 성공한 사람들도 있긴 하다.

여튼 중요한 사실은 그 어떤 경로로든 스스로 상처받지 않아야한다는 점이다. 즐기는 것도 좋고 쉬운 것도 좋지만 지나치게 순진하지는 말자. SNS는 결코 현실의 거울이 아니다.

ss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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