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스페인 평가전 명단 발표하는 슈틸리케, 자신감 갖고 싸워라!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23일 파주 NFC에서 내달 치를 스페인 및 체코와의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선수 20명을 발표하고 있다. 파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파주=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원칙을 지켰지만 출혈도 만만치 않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내달 열리는 스페인(1일), 체코(5일)와의 유럽 원정 2연전에 나설 20명의 대표팀 명단을 23일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발표했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면 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다는 선발 기준을 지키면서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김진수(호펜하임) 등 대표팀 단골 손님들이 상당수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또 올시즌 들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한 이정협(울산)도 합류가 불발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표팀 명단을 통해 선수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정작 오랜만에 찾아온 유럽 원정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황태자도, 붙박이도 없다…원칙 지킨 슈틸리케 감독

이번 대표팀 명단 가장 큰 특징은 슈틸리케 감독이 원칙을 고수했다는 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3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앞두고 “소속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자신감을 되찾길 기대한다”며 경기 감각이 떨어진 유럽파들을 불렀다. 하지만 소속팀 주전경쟁에서 밀려난 태극전사들은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달라진 게 없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칼을 빼들었다. ‘황태자’로 불리는 이정협도 과감하게 유럽 원정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지난해 ‘슈틸리케호’의 최고 히트상품이었던 이정협은 올시즌 10경기에 출전해 1골1도움에 그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과 이정협 중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이정협은 주말마다 코칭스태프가 지켜봤다. 하지만 득점력이 미미해서 아쉽게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기성용과 함께 ‘쌍용’으로 불리며 최근 수년간 대표팀 붙박이 주전으로 꼽힌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의 낙마도 눈길을 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은 박주호 김진수와 비슷한 상황이다. 올시즌 초반부터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고, 교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전에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대표팀 선발이 힘들거라고 한 적이 있다. 상황이 딱히 변하지 않아서 안 뽑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부상으로 인해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김영권(광저우 헝다) 등의 대표팀 합류가 불발되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새로운 얼굴들을 불러들였다. 이번 대표팀에는 윤빛가람(옌볜 푸더)이 3년9개월만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1년 이상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이용(상주)과 윤석영(찰턴)도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차포’ 뗀 슈틸리케호, 유럽 원정 압박감 이겨낼까

대표팀 유럽 원정은 2014년 3월 열린 그리스전 이후 2년 3개월만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세계적인 강호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최강의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이번 대표팀에는 박주호(도르트문트) 김진수 이청용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동중인 선수들이 포함되지 못했고, 김영권 이정협 등 최근 대표팀에서 공·수 핵심자원으로 활약한 선수들도 유럽 원정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한국 축구 수준이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유럽 국가들에 비해 한 수 아래임은 분명하다. 이번 유럽 2연전을 통해 얼마나 세계적인 강호와의 간격을 좁혀느냐를 확인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한국은 최근 유럽 원정에서 쓴 맛을 자주 봤다. 2013년 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맞대결에서는 0-4로 완패했고, 2012년 5월 스위스에서 열린 스페인전도 1-4로 졌다. 이번 원정은 유럽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이 엔트리에서 탈락하면서 더욱 부담스러운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망신당하지 않게 잘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고 현실적인 각오를 전했다. 기성용은 “대표팀이 부상 등의 이유로 100% 멤버가 아니다. 이번 2연전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도전자 입장에서 유럽 강호들과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우리가 아시아권에서 어느정도 수준인지 확인한 만큼 세계적인 유럽 강팀과의 평가전 통해 능력을 시험해보겠다”고 전했다. 유럽 원정을 통해 한국 축구가 자신감을 얻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2012년 5월 열린 스페인과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한국은 1-4로 패했다. 그 경기 영상을 입수해서 봤다. 2-8로 져도 크게 이상하지 않는 경기였다”고 강조하면서 “누구를 상대하든 우리의 축구철학을 잊지 말아야한다. 한국 축구를 지켜보며 자신감과 용기가 부족할 때가 있었다. 스페인전도 이기기 위해 준비를 할 것이다. 승리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원정 갈 필요가 없다”고 힘주어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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