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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현정기자]안방은 ‘꼰대’들의 반란?

노년층을 뜻하는 은어인 ‘꼰대’들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안기고 있다. tvN 금토극 ‘디어 마이 프렌즈’를 비롯해 SBS 주말극 ‘그래 그런거야’, JTBC 예능 ‘힙합의 민족’에는 6080 장년층이 중심에 서있다. 이들은 소통불가한 ‘뒷방 늙은이’가 아니라, 인생의 황혼기에 누구보다 착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개성있는 모습으로 웃음과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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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디어 마이 프렌즈’. 화면캡처

‘디어 마이 프렌즈’(노희경 극본·홍종찬 연출)는 작정하고 이른바 ‘꼰대’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살아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는 ‘꼰대’들과 꼰대라면 질색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청춘의 유쾌한 인생 찬가를 다룬 작품. ‘시니어 어벤져스’ 신구(80), 김영옥(79), 나문희(75), 김혜자(75), 주현(73), 윤여정(69), 박원숙(67), 고두심(65) 등 베테랑들이 주인공이다. ‘젊은층’인 고현정-조인성 커플의 이야기가 ‘양념’으로 들어갈 정도다. 이들은 청춘못지 않게 뜨거운 우정과 사랑,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신세대를 대변하는 박완(고현정 분)의 눈에 영락없는 ‘꼰대’인 이들은 자식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기센 엄마요, 남편이 젊은 시절 바람 피운 걸 알면서도 자신에게 알리지 않은 친구와 수십년간 앙숙으로 지내며, 귀가 잘 안들려 큰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허허벌판에서 볼일도 보지만 나름의 아픈 사연도 있다.

지난 21일 방송에선 조희자(김혜자 분)와 문정아(나문희 분)가 뺑소니 사고를 자수하러 경찰서를 찾아 두손을 꼭잡고 서로 “내가 했다”며 죄를 끌어안으려는 눈물나는 우정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남편에게 폭행당한 문정아의 큰 딸을 자신의 일처럼 챙기는 이영원(박원숙 분), 오충남(윤여정 분)의 속깊은 우정도 진한 여운을 남겼다. 5회 예고편에선 박완과 서연하(조인성 분)의 사연이 공개되며 충격과 슬픔을 예고했지만 ‘꼰대처녀’ 오충남의 이성재(주현 분)를 향한 설레는 늦깎이 사랑도 시작된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4회까지 4% 안팎의 평균 시청률로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을 통틀어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장년층 뿐만 아니라 20~49세의 남녀 시청층에게 고른 공감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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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래 그런거야’. 화면캡처

‘그래 그런거야’는 22일 방송에서 이순재(81)와 강부자(75) 부부가 달콤한 신혼인 조한선-왕지혜 부부 못지 않은 과감한 스킨십으로 달달함을 전했다. 유종철(이순재 분)이 집앞에서 출근길 뽀뽀를 하는 유세현(조한선 분)과 유리(왕지혜)를 보고 방으로 돌아와 자신에게 새 옷을 건네는 아내 김숙자(강부자 분)에게 과감하게 기습뽀뽀를 했다. 종철은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라며 과거 신혼시절을 회상했고 김숙자는 “이 양반이. 섬뜩하다”고 말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래 그런거야’는 가족의 이름으로 서로 사랑하고 갈등을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힙합의 민족 출연자들, 대박기원 화이팅[SS포토]
JTBC ‘힙합의 민족’.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국민대통합 힙합한마당을 표방한 ‘힙합의 민족’은 평균 65세 할머니들이 래퍼로 변신해 자신들의 녹록치 않았던 인생과 젊은날의 사랑 등을 가사로 전해 감동을 전하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에선 할머니 래퍼들이 20대 청춘과 세대공감을 위해 성균관대 축제를 찾아 경연을 펼쳤다. 배우 김영옥(79), 양희경(62), 이용녀(60), 이경진(60), 문희경(51),방송인 최병주(71), 에어로빅 강사 염정인, 경기명창 김영임(60) 등 8명의 ‘할미넴’이 경쟁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날 방송에선 파이널 무대 순서 정하기 무대에서 문희경-MC 스나이퍼가 ‘양화대교 갱스터’를 부르며 최고점수를 받아 오는 27일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있다. 할머니가 ‘젊은층의 전유물’로 치부되던 힙합에 도전하는 모습에서 예상치 못했던 진지함과 뜨거운 열정이 쏟아져 초반부터 호평받았고 할머니와 젊은 프로듀서가 세대를 초월해 소통하며 시즌2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황혼의 배우나 출연자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은 노년층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아니다”라며 “인생의 풍파를 거친 황혼의 이들도 청춘못지 않은 열정과 감정이 살아있다는 걸 드라마나 예능을 통해 보여줘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니라, 머지 않은 나의 미래 모습이기도 해서 젊은층에게도 사랑받고 공감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hj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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