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서울 정기호기자] 2012년 5월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롯데 강민호는 1대 0으로 앞선 4회말 KIA 심동섭으로부터 큼지막한 3점 홈런을 뽑아냈습니다. 양승호 감독 옆에 있던 배트걸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강민호와 하이파이브를 했고, 이 모습은 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죠. 이후 그는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자리매김했습니다.


야구 팬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은 전(前) 롯데 배트걸 신소정(26). 그는 같은 해 9월 4일 이후 사직구장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를 놓고 일부 네티즌은 큰 인기를 얻은 그가 '스타병'에 걸린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롯데 측은 "신소정 씨가 일이 힘들다며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를 둘러싼 루머는 끊이지 않았죠. 19일 부산 광안리의 한 카페에서 신소정 씨를 만나 소문에 대한 진실과 근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롯데 배트걸로 활동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에 진학한 뒤 야구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친구들과 야구장에 자주 갔는데, 현장에서 일하면 배울 수 있는 것도 많고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았죠.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경기를 보고 싶다는 욕 심도 있었고, 무엇보다 제가 정말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 경쟁이 치열했을 텐데요


원정팀과 홈팀 더그아웃에 배트걸이 한 명씩 있는데, 그중 한 명이 몸이 안 좋아서 일을 그만두게 됐다고 들었어요. 시즌 중인데 공백이 길어지면 안 되잖아요. 구단에서는 한시가 급한데 당시에는 배트걸의 존재에 대해서 잘 모를 때라 지원자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원 후 얼마 안 돼서 구단 측으로부터 채용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처음 투입된 경기가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였는데 저는 원정팀 삼성을 보조했어요. 삼성이 3연전을 싹쓸이한 후 이승엽 선수가 "아가씨의 밝은 기운 덕분에 즐겁게 경기한 것 같아요"라며 감사 인사를 했어요. 이승엽 선수의 한마디에 제가 배트걸이란 사실이 뿌듯했어요.


- 소정씨에게 대시한 선수도 많았을 것 같아요


직접 저에게 얘기한 건 없지만, 공을 담는 바구니에 쪽지를 넣고 간 선수는 있어요. 연락을 달라는 말과 전화번호만 적혀 있어서 누군지는 모르겠고요. 제게 호감을 느낀 건 감사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서로에게 좋을 게 없고, 구단이나 선수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연락하지 않았죠. 선수들은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해서, 사적으로 연락하는 경우가 정말 드물어요.


- 인기를 얻은 뒤 '연예인 병'에 걸렸다는 얘기도 있어요


누군가 제 친구에게 "쟤 조금 떴다고 '연예인 병'에 걸린 것 같아"라고 얘기를 하면 "소정이는 원래 그런 아이야"라고 말할 정도예요. 저는 초심이 없어요(웃음). 사람은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많이 바뀌잖아요. 저는 배트걸로 활동할 때나 그 뒤에도 대단한 사람이 됐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 야구 선수와 사귀었다거나 '연예인 병'에 걸렸다는 루머는 사실과 다르군요


단언컨대, 소문은 소문일 뿐입니다.


- 그럼 왜 갑자기 배트걸을 그만둔 건가요


이 부분은 얘기하기 조심스러워요. 저는 롯데 자이언츠 구단의 협력업체 중 한 곳에 소속돼있었는데, 그 업체로부터 계약을 제안받았어요. 당시 어린 나이는 아니었는데 너무 저 자신만 생각하고 성숙하게 대처하지 못해 서로 오해가 생긴 것 같아요. 제가 조금 더 현명했다면,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생각했다면 한 시즌을 마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 그만둘 때가 돼서 그만둔 건데 사람들이 상황을 잘 모르니 여러 이야기가 나왔던 거군요


맞아요. 그렇게 된 거죠. 혹시라도 저로 인해 피해를 본 분들이 계신다면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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