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최근 유로파리그를 3연패하는 기염을 토한 세비야의 유소년팀 출신으로 세비야 1군에서 10년간 활약했고, 그 후 2013년에 맨시티로 이적해 뛰고 있는 스페인 국가대표 미드필더 헤수스 나바스(30).


다음 시즌부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시티에 부임하면서 본인의 입지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는 가운데 그는 태연하게 '과르디올라 감독과 나의 스타일이 잘 어울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기자가 묻기도 전에 한국 축구에 대한 기억을 먼저 말하는, 그리고 차가워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농담을 던지는 의외의 모습도 갖고 있었다.


나바스 : (행사 진행자로부터 인터뷰 할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한국에서 온 기자인가? 만나서 반갑다. 어릴 때 2002년 월드컵에서 스페인 대 한국의 8강전을 응원하며 지켜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Q) 한국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전에 스스로 먼저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선수는 처음이다. (웃음) 그런데, 그 경기에선 한국이 이겼지 않나. 본인은 좀 슬펐을 것 같다.


나바스 : 물론 나는 스페인을 응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다.(웃음)


Q) 오늘 인터뷰 시간이 제한적이니 바로 중요한 질문부터 시작하자. 우선, 본인과 맨시티의 이번 시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바스 : 우선 나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즌에 아주 많은 경기에 출전했고 또 만족스러운 활약을 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출전시간에 대해서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팀이 리그나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은 아쉽다.


Q) 현재 태어나고 자란 스페인을 떠나서 잉글랜드에서 뛰고 있다. 그런데 십대 시절에 공황장애와 강한 향수병을 앓아서 국가대표팀에 합류가 늦어진 적도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잉글랜드에서의 생활은 괜찮은가? 그런 정신적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나바스 : 맞다. 어린 시절에는 그런 일들을 겪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론 힘든 경험이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질문에는 특별히 대답할만한 비결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축구를 아주 사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더라.


Q) '축구에 대한 사랑'으로 공황장애를 극복했다는 것인가?


나바스 : 맞다.(웃음)


Q) 너무 간단한데(웃음). 혹시 다른 이유는 전혀 없었나?


나바스 : 없다.(웃음)


Q) 알겠다. 잉글랜드와 스페인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세비야에서 오래 뛰다가 잉글랜드로 왔는데, 무대를 옮기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었나? 또 본인이 경험한 두 리그의 차이점은 어떤 것이 있나?


나바스 : 우선 경기의 템포가 아주 다르다. 프리미어리그는 정말 템포가 빠른 리그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스피드와 리그의 스타일 자체가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3시즌을 뛰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나와 프리미어리그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Q) 이제 두 감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곧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시티에 부임할 예정이고, 본인을 영입한 페예그리니 감독은 팀을 떠나게 됐다. 우선 과르디올라 감독의 '티키타카'식 스타일이 본인의 스타일과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나?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하면 본인의 입지가 불확실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


나바스 : 물론이다. 나는 내가 과르디올라 감독의 스타일에 아주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물론 볼을 오래 소유하면서 패스를 통해 플레이를 만들어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경기장을 폭넓게 사용하면서 측면 윙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감독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에서 내가 바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그럼 반대로 페예그리니 감독은 이제 팀을 떠나게 됐는데


나바스 : 내겐 참 고마운 감독이고 그가 팀을 떠나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으로서 그는 맨시티에 온 첫 시즌에 리그 우승을 거뒀고 두 번의 리그컵 우승을 거뒀으며 이번 시즌에는 맨시티를 이끌고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그는 맨시티에서 충분히 좋은 활약을 했고 맨시티팬들에게 좋은 감독으로 기억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Q)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 이후에 본인의 목표는?


나바스 : 과르디올라 감독은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해본 감독이고 맨시티에 와서도 분명히 그 목표를 갖고 선수들을 지도할 것이다. 나도 그와 함께 아직 못해본 우승, 특히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해보고 싶다.


Q) 경기 중에 보면 주로 오른쪽 측면에서 민첩한 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쳐내며 크로스를 올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혹시 경기 전에 상대 수비수들에 대해 연구를 미리 하고 경기에 들어가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저 상황에 따라 본능적으로 드리블을 하는 것인가?


나바스 :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경우는 타고 난, 또는 어려서부터 연습해서 몸에 밴 동작이다. 그 때 그 때 경기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드리블을 구사하는 편이다. 물론 감독이나 팀의 전술적인 요구를 고려해서 플레이스타일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나의 플레이스타일은 선천적인 것이다.


Q) 본인에 대해 '클래식 윙어'라고 부르는 전문가들이나 팬들이 많다. 현대 축구에서 특히 최근 들어서는 윙어들이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기보다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득점을 노리는 일이 많은데 본인은 그와 반대로 전형적인 윙어의 플레이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우선 팬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에 대해서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바스 : 선수에게 그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팬들이 나를 그런 이름으로 불러주고 기억하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나에게 나만의 스타일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본인은 앞으로도 그 스타일을 고수하고 싶은지, 혹은 감독이나 축구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시도할 생각도 있는지?


나바스 : 내 스타일을 지키고 싶다.


Q) 아까 2002년 월드컵 한국 대 스페인전을 응원하며 봤다고 말했었는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열렸던 한국과의 평가전에서는 멋진 중거리슛 골을 넣기도 했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있는지?


나바스 : 물론이다. 마침 그 골이 내가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 넣은 첫 골이었다. 그리고 그 골이 결승골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너무 기뻤던 것이 지금도 생각난다.


Q) 마지막으로 이걸 궁금해하는 팬들이 꽤 많았다. 경기 중에 보면 항상 상의를 하의 안에 넣고 플레이하는데, 물론 그런 선수들이 있지만 유독 항상 그런 편인 것 같다.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바스 :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그게 깔끔하고 멋있어보이지 않나?(웃음) 난 그렇게 생각한다.(웃음)


사진, 글. 리버풀=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london2015@sportsseoul.com


* 나바스가 2010년 6월에 대한민국을 상대로 터뜨린 자신의 국가대표팀(성인) 첫 골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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