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킹캉’ 강정호(29·피츠버그)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파워를 자랑하며 시즌 3호 홈런을 때려냈다. 복귀 후 5경기만에 3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가공할 파워행진을 보여주고 있다.

강정호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에 6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전해 2-4로 뒤진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추격에 불을 지폈다. 신시내티 선발 투수 알프레도 사이먼을 상대로 직구와 커브를 지켜보며 노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지만 3구째 시속 122㎞짜리 커브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변화구에 타이밍을 빼앗겼지만 엉덩이가 뒤로 빠진 상태에서 공을 쫓아가 임팩트 순간 오른손을 놓으면서 끝까지 배트를 돌리는 기술적인 타격으로 홈런을 만들어냈다.

피츠버그 강정호, 개막전 출격을 향해~
[브랜든턴(미 플로리다주)=강명호기자] 29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 브랜든턴에서 전지훈련중인 피츠버그 파이리츠 강정호가 타격훈련에 앞서 연습스윙를 하고 있다. 2016.02.29.

강력한 파워가 동반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홈런이었다.

기세를 올린 강정호는 5- 5 동점이던 9회초 또 다시 선두타자로 나서 유격수 내야안타와 상대 유격수의 1루 악송구 실책으로 볼이 카메라존으로 들어간 사이 안전 진루권을 얻어 2루에 안착했다. 후속타자의 희생번트로 3루로 간 뒤 조디 머서의 우전적시타로 홈을 밟아 결승점을 올려 5-4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한 강정호의 타율은 0.250에서 0.333(15타수 5안타)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9월 부상 이후 232일만에 복귀한 강정호는 지난 7일 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복귀 첫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화려한 귀환을 알린 후 5경기에서 15타수 5안타 3홈런 타율 0.333에 장타율 1.000, OPS 1.253을 기록, 왜 피츠버그가 그를 애타게 기다렸는지를 실력으로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부상을 입기 전까지 타율 0.287, 15홈런, 58타점으로 순항하다 상대 수비수의 거친 태클에 무릎을 다쳐 수술대에 올랐는데 긴 부상공백에도 불구하고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업그레이드된 파워에 밀어치고 당겨치고 기술적인 타격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층 좋아진 수읽기와 자신감으로 무장해 적극적인 초구 공략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강정호는 지난 7일 복귀전에서 6회 상대 좌완 불펜 타일러 라이언스의 145㎞ 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고, 8회엔 케빈 시그리스트의 6구째 151㎞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이미 지난 해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에 적응을 마친 터라 공백기간에 상관 없이 자신있게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어지간한 힘으로는 밀어쳐서 홈런을 만들어내기는 힘들다. 또 파워포지션이 아닌, 엉덩이가 빠진 상태에서 홈런을 만들어내는 것도 기술적인 부분 이외에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강정호는 국내에서도 엄청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힘을 키웠는데 지난 해 메이저리그 진출 초반 넥센 선수들과의 통화에서 “난 메이저리그 선수들한테 비하면 아기였다”고 토로한 바 있다. 클럽하우스에서 동료 선수들의 몸을 보며 ‘우물안 개구리’라는 자각을 했다는 얘기인데 무릎부상으로 재활을 하는 기간 상체 운동 등 가능한 웨이트트레이닝을 얼마나 많이 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강정호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더 붙였고 지난 해 보다 더 무거운 배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업그레이드된 파워의 배경을 설명했다.

초구 공략도 많아졌는데 10일 신시내티전까지 12타석에서 6차례나 초구를 공략했다. 적극적인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성향을 역이용한 것인데,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초구부터 적극적인 공략을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면 유인구도 많아질 것이고 여기에도 대비해야한다”며 배터리 상대 수읽기가 한 단계 올라섰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12일 경기에선 첫 2개의 유인구를 지켜보며 볼 2개를 골라낸 후 스윙에 임했다. 4회 두번째 타석에선 상대의 몸쪽 깊은 공에 맞고 사구로 출루했다. 강정호의 예상대로 초구공략으로 좋은 결과를 나타내자 유인구가 많아진 것이다.

강정호는 지난 해 인상적인 활약으로 신인왕 후보 3인에 오르며, 한국프로야구 출신 타자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개척자 역할을 했다. 박병호, 이대호 등이 인상적인 활약을 펴치는 가운데 한국프로야구 출신 1회 메이저리그 타자의 자존심을 지키며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있다.

whit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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