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터졌다!\' 박병호...\'1타점 안타\'
[포트마이어스(미 플로리다주)=강명호기자] 4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하몬드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미네소타 트윈스와 보스톤 레드삭스 경기에서 미네소타 박병호가 미국진출 첫안타를 터트리고 있다. 2016.03.04.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박병호(30·미네소타)가 보여줄 파워의 끝은 어디일까?

박병호가 또다시 133m짜리 대형 홈런을 쏘아올리며 무시무시한 파워를 과시했다. 4월 한 달 동안에만 6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한국 프로야구 시절에 못지 않은 속도로 홈런을 생산하고 있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적응력과 적응력 이상의 파워에 미네소타 폴 몰리터 감독도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박병호는 1일(한국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필드에서 벌어진 디트로이트와의 홈경기에 5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해 0-3으로 뒤지던 4회 좌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박병호는 이날 현역 최고 투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디트로이트 선발 조던 짐머맨의 시속 140㎞짜리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짐머맨이 올시즌 허용한 첫 홈런이었다. 짐머맨은 이날까지 5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 무패 방어율 0.55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가 기록한 2자책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박병호에게 내준 홈런으로 인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이날 박병호를 집중 조명하며 ‘박병호가 벌써 6번째 홈런을 치며 이 부문 팀 내 1위를 달리고 있다. 박병호는 최고 시속 180㎞의 타구 속도로 비거리 133m짜리 대형 홈런을 쳤다’고 전했다.

미네소타는 이날 박병호의 홈런으로 이날 유일한 점수를 뽑았고 결국 1-4로 패했지만 몰리터 감독은 박병호에 대해서만큼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타석에서 꾸준함이 나아지고 있다.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공격적일 수 있을지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상대 투수가 실투하면 바로 공을 멀리 날려버린다. 박병호의 파워를 지켜보는 것은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박병호가 (4타수 무안타에 그친) 어제도 유격수 방면으로 강한 타구를 날렸고 오늘은 9회 디트로이트 마무리 투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와 맞서서도 강하게 쳐냈다. 박병호는 매 경기에서 두 차례 이상은 정확하게 공을 방망이에 갖다 댄다. 이는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병호는 “짐머맨은 제구가 정말 좋은 투수다. 몰리는 공이 거의 없었는데 딱 한 개 실투가 들어왔고 그게 홈런이 됐다. 운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지만 짐머맨을 상대로 터뜨린 이 홈런으로 박병호의 파워에 대한 물음표는 완전히 사라졌다. 박병호는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했던 지난 해 3, 4월 벌어진 25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개막 이후 19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그 이상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팀내 최다 홈런의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올시즌 신인 가운데 최다 홈런이고 아메리칸리그 전체에서도 공동 7위에 해당한다. 역대 미네소타출신 신인들 가운데 4월 한 달 동안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기록하게 됐다. 미네소타 신인들 가운데서는 1982년 켄트 헤벡이 4월 한 달 동안 8개의 아치를 그린 것이 최다였다. 이대로라면 2010년과 2015년 텍사스의 추신수가 세운 한국인 타자 시즌 최다 홈런(22개) 기록을 가뿐하게 뛰어넘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타자 시즌 최다홈런도 충분히 갈아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아시아 타자들 가운데서는 일본 출신인 마쓰이 히데키가 2004년 뉴욕 양키스에서 기록한 31홈런이 최다였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아직 득점권에서 15타수 무안타로 단 하나의 안타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홈런 6개도 모두 주자 없는 상태에서 나온 솔로홈런이었다. 그가 득점권에서 타점을 올린 것은 지난 달 28일 클리블랜드전 1회말 희생플라이 뿐이었다. 박병호는 득점권에서만 6차례 삼진으로 돌아섰는데 그 중 두 번은 만루 찬스였다. 주자가 없을 때 40타수 13안타 타율 0.325를 기록했지만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26타수 2안타로 타율이 0.077까지 뚝 떨어졌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더 집중력을 발휘하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고전했다는 얘기다. 박병호가 더 많은 타점을 목표로 내세운 것도 그래서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첫 달에 홈런 몇 개를 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팀의 승리다. 다음 달과 남은 시즌에는 더 많은 타점을 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 ‘타석에 더 많이 서면 더 안정된 타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막상 정규시즌에서 100%의 힘으로 공을 던지는 투수들과 상대해 보니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서도 “그렇지만 타석에서 점점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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