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자영기자] 정부가 국민의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을 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올해 연말부터 국내 담뱃갑 포장지에는 흡연 경고그림이 부착되는데 수위, 위치 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담배업계와 흡연가 단체들은 “지나치게 혐오스러워 불쾌함이 든다”며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고, 반면 금연운동 단체, 비흡연가들은 “금연 효과와 더불어 사전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흡연 경고그림을 두고 의견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정부가 22일 회의를 열고 혐오도의 적절성 등에 대한 찬반양론을 수렴하기로 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담배
흡연가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은 21일 세종시 국무조정실 앞에서 ‘한국형 담뱃갑 경고그림 반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제공 | 아이러브스모킹

◇흡연 경고그림 시안 10종 공개…12월 경고그림 의무적 부착해야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말 흡연 경고그림 시안 10종을 공개했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경고그림 시안에는 폐암, 후두암, 구강암 등 질병 부위를 적나라하게 담은 모습과 조기 사망, 피부노화 등 흡연 폐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모습 등이 담겨있다.

복지부는 오는 6월 23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경고그림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12월 23일 이후 국내에서 판매되는 담뱃갑에는 확정된 경고그림이 의무적으로 부착돼야 한다. 경고그림은 담뱃갑 포장지 앞면과 뒷면 상단에 면적의 30%를 넘어야 하며, 경고 문구를 포함하면 각 면적의 절반 이상이어야 한다.

복지부는 작년 담뱃값 인상과 더불어 흡연 경고그림 도입으로 오는 2020년까지 성인남성 흡연율이 OECD 평균 수준인 29%까지 낮춰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담배업계·흡연가 단체 반발 “경고그림 너무 혐오스러워…효과 미미”

시안이 공개된 직후 담배업계와 흡연가 단체 등은 즉각 반발했다. “경고 그림이 너무 끔찍해 혐오감을 주고,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주류 광고와의 ‘차별’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흡연가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은 21일 세종시 국무조정실 앞에서 ‘한국형 담뱃갑 경고그림 반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회원들은 “보건 당국이 공개한 경고그림 시안이 지난치게 혐오스러워 시각적,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킨다”며 경고그림 수정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또 연예인 인물이 새겨진 소주사진과 후두암 사진이 담긴 담뱃값 피켓물을 들고 “일반 국민에게 흡연자들은 혐오대상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담배업계도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KT&G, 한국필립모리스, JTI코리아, BAT코리아 등 담배 제조업체들로 구성된 한국담배협회는 최근 흡연 경고그림 시안이 국민건강증진법에 위배된다며 보건복지부에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국담배협회는 “‘경고그림은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한 국민건강증진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금연단체 “청소년 등 사전 예방 효과 기대…경고그림 면적 늘려야”

반면, 금연운동 단체를 비롯해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들은 금연 효과와 더불어 흡연 예방 차원에서 적극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우준향 사무총장은 “흡연 경고그림은 흡연자들에게 금연 효과를 이끌어내고, 신규 흡연자들에 대한 일종의 ‘진입 장벽효과’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특히, 청소년들의 흡연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교육적인 효과와 더불어 사전 예방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 사무총장은 또 흡연 경고그림 위치 논란에 대해 담뱃갑 ‘상단’에 표기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흡연 경고그림 도입 취지에 비춰봤을 때 하단에 배치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현재 담뱃갑의 이미지가 상단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고그림은 하단에 배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호주 등 선진국 처럼 경고그림이 담뱃갑 면적의 75~80% 이상을 차지하도록 점진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는 22일 담배협회, 한국담배판매인회를 비롯해 금연단체 등을 한 자리에 모아 흡연 경고그림 수위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향후 경고그림 수위가 낮춰질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sou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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