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감독석은 공석중
1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5회 현재 한화가 두산에 16-2로 뒤지고 있다. 6회초부터 김성근 감독이 감독석을 비우고 있다. 덕아웃표정도 쓸쓸하기만 하다. 대전 | 이주상기자.rainbow@sportsseoul.com

[대전=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감독이 경기도중 벤치를 비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화 김성근(74) 감독은 1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6 KBO리그 두산과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6회초부터 벤치에서 모습을 감췄다. 6회말 한화 공격이 끝난 뒤 이날 주심을 맡은 최수원 심판원이 1루 더그아웃을 찾아 자초지종을 물었고, 김광수 수석코치의 설명을 들은 뒤 경기를 재개했다. 한화측은 “건강상의 이유로 급히 병원으로 이동했다. 김광수 수석코치에게 권한 대행을 맡긴 뒤 자리를 떠났다”고 밝혔다. 감기 몸살 증세가 심한데다 어지럼증까지 느껴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웠다고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한대화 경기 운영위원은 “심판위원들이 클리닝 타임이 끝난 뒤 감독이 벤치에 없는 것을 확인했다. 화장실에 갔나보다 싶어 경기를 진행했는데 6회말 한화 공격이 끝날 때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7회초를 앞두고 더그아웃에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4회에도 잠깐 자리를 비웠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심을 맡은 최수원 심판원은 “6회초가 끝난 뒤 감독님이 안보여서 물었더니 화장실에 가셨다고 하더라. 6회말에도 안계셔서 ‘감독님이 안계시면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고 말씀드리자 (김광수 수석코치가) 병원에 갔다고 하더라. 김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지정하고 가셨다고 해서 기록실에 무전기로 이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SS포토]김성근 감독의 한화 덕아웃, \'침묵만이 흐르네...\'
1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5회초 두산 공격 때 벤치에 앉아있는 김성근 감독의 모습이 보인다. 대전 | 이주상기자.rainbow@sportsseoul.com

규정상 큰 문제는 없다. 야구규칙 2.50 매니저·감독 (c)항에는 ‘감독이 경기장을 떠날 때는 선수 또는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지명해야 한다. 만일 감독이 경기장을 떠나기 전까지 감독대행을 지명하지 않거나, 지명을 거부했을 때는 주심이 팀의 일원을 감독대행으로 지명해야 한다’고 돼 있다. 최 주심이 김 수석코치에게 물은 것도 감독 부재 이유와 대행을 누가 지명됐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다만 김 수석코치가 6회초 종료 후 감독 거취를 묻는 주심에게 “화장실에 갔다”고 말 한 부분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김 감독은 지난 12일 대전 두산전이 끝난 뒤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어떻게 해도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끙끙 앓고 있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이날 주전 포수 조인성이 왼쪽 종아리 부분파열을 당해 전력에 공백이 생겼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 투수와 배터리 코치 교체를 결정하는 등 개막 직후부터 매일 불면의 밤을 보냈다. 12일에는 불펜에서 투수들을 체크한 뒤 윌린 로사리오와 최진행에게 타격 조언을 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13일에는 눈에 띄게 컨디션이 나빠 보였다. 선수단 훈련이 끝난 뒤 이례적으로 감독실에서 수면을 취했다. 이날도 경기 전 취재진 면담 일정을 취소하고 휴식을 취했다. 구장에 도착한 이후 단 한 번도 그라운드에 나오지 않았다. 구단측은 “어제(13일)부터 몸이 안좋으셨다. 오늘은 경기시작 20분전까지 누워 계셨다”고 귀띔했다.

[SS포토]6회부터 감독석을 비운 김성근 감독, \'코치들만이..\'
1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부터 김성근 감독이 감독석(오른쪽)을 비우고 있다. 대전 | 이주상기자.rainbow@sportsseoul.com

일교차가 큰 날씨이기도 하지만, 개막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팀 성적 때문에 몸에 탈이 난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도 시즌 중에 극심한 스트레스로 밤 잠 설치기 일쑤인데 감기 몸살이 겹쳐 경기 도중 벤치를 떠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역시 1회부터 선발투수 김용주가 볼넷을 남발했고, 구원등판 한 송창식도 난타를 당하는 등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 위원의 말을 토대로 살펴보면 4회에도 한 차례 몸에 이상 징후를 느꼈고, 어지럼증이 계속 돼 클리닝 타임 때 병원으로 떠난 것으로 보인다. 한화측은 “강성인 트레이너와 함께 구단 지정병원인 을지병원으로 가셨다”고 말했다. 구단측은 “혈압과 어지럼증 검사에서는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확한 건강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정밀 검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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