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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와 공격수 즐라탄 류비안키치(왼쪽)와 광저우 헝다 미드필더 파울리뉴가 5일 일본 사이타마스타디움 2002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라와-광저우 헝다 대결에서 볼경합하고 있다. 제공 | 아시아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중국 프로축구,그 중에서도 대표 선수로 부를 수 있는 광저우 헝다가 올 시즌 비틀거리고 있다. 아시아 무대에서 초라한 성적을 내며 조기 탈락 위기에 몰렸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끈 명장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부임 1년도 되지 않아 쫓겨날 가능성이 커졌고 후임으론 다음 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사령탑에서 물러나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떠오르고 있다.

◇무-패-무-패…광저우의 추락

광저우는 지난 5일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H조 4차전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 7분 무토 유키에 내준 선제골을 만회하지 못해 0-1로 무릎을 꿇었다. 이날 패배로 광저우는 2무2패(승점 2)가 되면서 H조 최하위로 밀려났다.무엇보다 4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는 게 충격적이다. 지난 2월 24일 무관중 속에서 열린 포항(한국)과의 홈 경기를 0-0으로 비긴 광저우는 이후 시드니FC(호주) 원정에서 1-2로 패하고 우라와와 2연전에서 1무1패를 기록하는‘무-패-무-패’ 행보를 하고 있다. 3승1패(승점 9)인 H조 선두 시드니FC를 뒤집기는 불가능해졌고 2위 우라와(승점 7)에도 5점이나 뒤져 있어 각 조 1~2위에 주어지는 16강 티켓 확보가 아주 어려운 상황이다. 광저우가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기고 우라와가 모두 지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광저우 조별리그 탈락은 2012년 이 대회 처음 참가한 이래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광저우는 지난 해까지 8강~우승~8강~우승을 오가며 아시아 최정상권팀으로 군림했다.

◇외국인 보강+자국 선수 탄탄…‘이럴 팀이 아닌데’

광저우는 쉬자인 구단주가 중국 정부 ‘축구 굴기’ 프로젝트 이전부터 구단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오늘날 ‘아시아의 맨시티’로 성장시킨 팀이다. 지난 3월엔 구단 전체 주식 가격이 219억 위안,한국 돈으로 약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구단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광저우는 지난 해 여름 스콜라리 감독과 파울리뉴(토트넘·이적료 191억원)를,올 겨울엔 잭슨 마르티네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적료 550억원)를 영입하면서 전력을 보강했다. 다른 중국 구단들과 달리 벤치에 앉는 선수들도 중국 대표팀 명단에 뽑힐 정도로 자국 멤버 실력도 탄탄해 어지간하면 무너지지 않을 팀으로 꼽혔다. K리그도 광저우 만큼은 인정했다. 그러나 ACL에서 4연속 무승으로 탈락 직전에 처했고 자국리그에서도 개막전에서 장외룡 감독이 이끄는 충칭에 패하는 등 위력이 급감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5년 호황 끝났다? 그 이유는…

광저우 추락 이유로는 5~6년간 누린 호황 후유증과 스콜라리 감독 지도력 부재,훈련 기간 부족,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실패 등이 꼽힌다. 이장수 전 광저우 감독은 “팀이라는 게 항상 좋을 순 없지만 이렇게 부진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중국 슈퍼리그 5연패도 했고 아시아 정상도 두 번 올랐으니 후유증이 있을 만도 하다”며 “클럽월드컵까지 치르느라 지난 해 12월 중순까지 선수들이 실전을 뛰었는데 그 영향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스콜라리 감독도 “겨울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며 짧은 프리시즌에 따른 준비 부족을 거론했다. 중국 언론은 동기부여 결여와 함께 장신 공격수인 마르티네스 영입이 실패로 귀결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마르티네스는 현재 ACL에서 4경기 무득점(슈퍼리그 3골)에 그치고 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후보로 밀려 떨어진 경기 감각이나 킬러 본능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스콜라리 감독이 최근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 브라질 대표팀(2014년 월드컵)에서 연이어 실패하는 등 ‘한 물 간 감독’이었다는 평도 나온다.

◇스콜라리 가고, 히딩크 오나

중국에선 광저우 조별리그 통과 확률이 거의 없다고 관측하면서 스콜라리 감독도 경질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후임이 흥미로운데 포털 ‘시나닷컴’은 히딩크 감독을 유력 후보로 올렸다. 광저우는 2012년 여름 이장수 감독과 결별한 뒤 마르첼로 리피와 파비오 칸나바로, 스콜라리 등 세계적인 명망을 갖춘 지도자를 벤치에 앉혔다. 자금이 넉넉하기 때문에 스콜라리 후임으로도 세계적인 감독을 데려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에 히딩크 부임설이 벌써부터 나도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내년에 70살이 된다. 하지만 한국 및 호주 대표팀 경험을 통해 아시아가 낯익고 ‘마지막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저우 부임이 어울리지 않는 그림은 아니다. 슈퍼리그에서 홍명보 항저우 감독과 ‘사제대결’을 할 수 있다는 점은 한국팬들에게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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