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창원솔라타워에서 바라본 진해 앞바다. 멀리 거가대교도 보인다. |
|
[창원=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봄 향기가 진해도 부끄러워 마산” ‘꽃피는 산골’ 창원에 갔다. 벚꽃을 미리 보려했음이다. 역시 어리석다. 모든 것이 때가 있거늘 제 아무리 서두른대서 대자연이 먼저 보여주겠는가. 제 아무리 여행기자라도 감히 진해 벚꽃을 담을 기백이 없었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한 열흘 일찍 갔다. 늘 풋꽃만 보고 와서 봤노라 아는 체 했다.
 |
| 진해 벚꽃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36만그루의 왕벚이 지금부터 시작이다. |
|
신문 마감의 특성을 핑계 댔지만 사실 꽃보다 많은 구경꾼을 헤치고 꽃에 다가설 용기가 부족했다. 경화역과 여좌천 하늘을 뒤덮고 소나기같은 꽃비를 날리는 그 유명한 왕벚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미리 고백하자면 올해도 그랬다.
 |
| 진해군항 안에 위치한 고 이승만 대통령 별장. 이곳에도 봄이 왔다. |
|
전국에 수많은 벚나무 군락이 있지만 벚꽃하면 군항제를 여는 진해(창원시 진해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봄내음이 진해서 진해, 밤하늘도 밝히는 그 연분홍이 진해서 또 진해다.
 |
| 진해 군항 내 있는 고 이승만 대통령 별장. |
|
 |
| 진해 군항 |
|
◇꽃보다 진해3월24일 기준, 진해 벚꽃은 아직 일렀다. 하지만 또 어떠랴. 가만 내버려둬도, 아니 가로 막는대도 저절로 툭툭 터져 하늘을 뒤덮을 것을. 너무도 화사한 벚꽃이 가리기 전 진해의 맨 얼굴을 둘러보기로 했다.
진해는 해군기지로 알려진 도시다. 이를테면 미국의 샌디에고다. 섬과 육지 사이의 내해(內海) 속 요새같은 항구를 군항으로 만들었다. 세계를 넘보던 해군력을 자랑하던 일본군이 찾아내 만들었다.
 |
| 진해 군항 해군사관학교 앞 정박해있는 거북선. |
|
세월이 흘렀다. 우리 해군 역시 진해를 대양으로 뻗어나가는 중심 기지로 키웠다. 이지스함이 정박하고 구축함이 즉시 기동출동하는 심장부로 진해 군항을 길렀다.
군항은 국가기밀 시설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너무도 아름다운 곳이다. 매년 사월이면 찰랑찰랑 봄바람에 만발한 꽃잎을 뿌려대는 그런 몽환적 풍경을 자랑한다. 그래서 연중 딱 한번 개방한다. 유일하게 허락된 기간, 진해 군항제가 유명한 이유다.
 |
| 군항제 기간 공개되는 진해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
|
군항 안의 꽃은 바깥의 것보다 더 아름답다. 이유는 바로 수령(樹齡) 때문이라고 하는데 광복 직후 진해 시내의 벚나무는 일제 잔재 ‘사쿠라(櫻)’라 해서 모두 베어버렸다. 그러다 왕벚의 원산지가 제주도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다시 심었는데 아직 어리다. 허나 군항 안의 것은 그대로 살아남은 터라 죄다 아름드리 굵은 중년의 나이로 화사한 완숙미를 뽐낸다.
군항 안에선 벚꽃과 함께 평소 보기 어렵던 시설을 함께 볼 수 있다. 아! 사진 촬영은 허가되지 않는다. 세밀히 기억해서도 서술해서도 안된다. 적이 당신의 페이스북에 ‘페친’으로 위장해 들어와 ‘좋아요’ 대신 군사 기밀을 죄다 훔쳐갈 지 모르기 때문이다.
 |
| 진해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전시된 고 최규하 대통령의 해병대 군복. |
|
이날 본 것을 군사보안에 기준해 설명하자면, 미리 허가된 버스를 타고 군항에 들어와 아직 피지 않은 벚나무의 도열을 지나 손원일 제독, 지덕칠 중사 등 해군 영웅의 동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고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에 가게 된다. 별장은 푸른 바다 옆에 있지만 바다에 군함이 떠있을지도 모르니 그곳을 바라봐선 안된다.
별장은 작지만 단아하다. 광복 직후 자유중국 장개석 총통과 함께 태평양 국가의 단결을 논의했다는 곳이다. 작은 의자와 당시 책상 등 남아있는 유품을 둘러보는 시간을 갖는다.
 |
| 진해 해군사관학교 내 박물관. |
|
다시, 봐서는 안될 것을 수도 없이 지나면 해군사관학교에 들어선다. 해군의 최고 ‘우상’인 이순신 장군과 안중국 의사의 유물 몇점. 그리고 해군의 역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보안상의 이유로 화장실이 없지만 이것저것 둘러보며, 일반인들에겐 육군보다 덜 익숙한 해군에 대해 잘 배워갈 수 있다.
 |
| 진해 군항 마을에는 일제강점기 육전대에 항거했던 조상들의 일화를 조형물로 재현해놓았다. |
|
 |
| 진해 군항마을 해군 해병대 조형물. 얼핏보면 외출 나와서 술 한잔 하는 모습같기도 하다. |
|
군항 앞에는 오랜 시간 해군과 함께 해온 마을이 있다. 이른바 군항마을. 거리에는 여러 조형물이 섰다. 들여다보니 일본 육전대를 쫒아낸 우리 조상 농민 할아버지 상, 일경에 의해 고문을 당하는 민중, 해군과 해병이 어깨동무하고 가는 장면(보기에 따라 왠지 술 한잔 얼큰하게 취해서 부축하는 듯 하기도 하다) 등이 브론즈 상으로 만들어졌다.
 |
| 러시아 풍으로 지은 진해 우체국 |
|
진해 중원로터리 일대에는 ‘군항역사길’로 불리는 지역이 있다. 일제 강점기였던 1910~1930년대 지어진 오랜 건물 들이 남아있다. 익숙한 듯 낯선 나지막한 지붕의 건물. 러시아 양식으로 지은 진해우체국(사적 219호)과 1926년 지은 진해역(등록문화재 192호), 1930년대 일제 강점기 해군통제부 병원장 사택(등록문화재 193호)도 남아있다.
 |
| 진해 군항마을에 위치한 수양회관. |
|
가만보니 우뚝 솟은 2층짜리 일본식 건물이 있다. 요정으로 쓰였던 수양회관인데 지금은 곱창 전골을 먹을 수 있다. 이밖에도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김두환이 청요리를 먹던 원해루, 지역 문인들의 아지트 흑백다방 등이 오롯이 남아 옛 정취를 자아낸다.
 |
| 진해 팥이야기 단팥죽. |
|
반이 뚝 잘린 기왓집도 있고 팥죽집도 근사하다. 군산 영화동이나 포항 구룡포 부럽지 않을 정도로 당대의 영화가 고스란이 남은 곳이다.
 |
| 진해 군항마을. |
|
 |
| 진해탑. |
|
 |
| 진해탑에서 바라본 진해앞바다. |
|
◇진해는 항구다진해 앞 바다를 보기 위해 높은 곳에 두번 올랐다. 한곳은 군항마을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는 제황산 꼭대기의 진해탑이고 나머지 하나는 친환경 에너지 시설인 해양솔라파크다.
모노레일은 ‘홍콩 명물 피크트램’ 처럼 가파른 비탈을 서서히 오른다. 언덕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까 그토록 보지말라던 군항이며 진해 앞바다까지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
| 진해탑에서 바라본 진해 시내와 앞바다 풍경. |
|
원래 러일전쟁 직후에 승전 기념으로 이곳에 일제가 탑을 세웠는데, 광복 이후 이를 허물고 해군을 상징하는 지금의 진해탑을 세웠다. 탑에 오르면 진해를 다 가질 수 있다. 멀리 바다며 뒷편의 산, 가까이는 시내에 우뚝우뚝 솟은 목욕탕 굴뚝과 아파트(부유자탕, 대창아파트 등 이름도 생소하다), 버스정류장, 로터리 등이 모두 보인다.
 |
| ‘해병혼’이 새겨진 시루봉. |
|
먼산에 뭔가 하얀 글씨가 보인다. ‘해/병/혼’ 해병대를 상징하는 말이다. 맞다 해병대가 포항으로 이사가기 전 모든 해병대의 역사가 진해에 있었다. 누구나 빨간 명찰을 달기위해 한번은 올라야 할 천자봉(시루봉) 역시 진해가 원조다.
 |
| 창원솔라타워 전망대. |
|
해양솔라파크 솔라타워는 건물이 아니라 그 자체가 발전시설이다. 태양광 발전과 친환경 에너지 홍보를 위해 사방이 탁 트인 바닷가에 우뚝 섰다.
136m높이의 해양솔라타워는 국내 단일건물 최대인 시간 당 600kw를 생산하는 곳이다. 하루 평균 생산량은 2000kw로 200가구 정도가 사용하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솔라타워가 생산하는 전력(연간 약 55만kw)은 원유 11만ℓ를 대체할 수 있으니 그만큼 환경보호에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
 |
| 봄을 맞아 고혹적인 색을 발하고 있는 진해앞바다. |
|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대단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면 360도 사방이 창으로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멀리 거제 칠천도까지 바라보이는 바다에는 둥글둥글한 섬들이 떠있다. 오토캠핑장으로 유명한 소쿠리섬과 잠도, 지리도, 우도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압권은 바로 120m 높이의 전망대 일부 공간을 유리바닥으로 만들어 놓아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스카이워크 공간. 지금 떠올리는데도 벌써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소름이 돋는다.
 |
| 진해 창원솔라타워에는 살벌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스카이워크가 있다. |
|
사진을 찍기 위해 잠깐 서 봤는데도 아찔하다. 까마득한 땅바닥에 주차된 차량이 꼭 터닝메카드 장난감 크기다. 현기증을 유발시켜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이 있다면 아마도 대한민국 전부에 공급할 수 있을 듯 하다.
 |
| 진해 소하동 김씨박물관. |
|
 |
| 김씨박물관에는 60~70년대 다양한 생활자료들이 한가득이다. |
|
전망대에서 내려와 ‘김씨 박물관’으로 갔다. 소하동 김달진 시인 생가 마을에 희한한 박물관이 생겼다. 역사문화콘텐츠디자이너 김현철 씨가 20여년 간 전국을 다니며 모은 골동품과 근대 생활문화 자료를 모아놓은 곳이다. 일제 야마하 오르간, 축음기, 진공관 앰프, 라디오, 화승총, 숯다리미 등 추억을 자아내는 생활용품들이 역시 ‘옛날 집’안에 한가득이다.
 |
| 진해 김씨박물관. |
|
골목도 60년대를 재현했다. ‘태양캬라멜’ 간판이 걸린 ‘점빵’도 있고 꼭 외갓집 같이 생긴 마당좁은 집도 전시관으로 쓰고 있다. 완벽한 ‘응답하라 60년’이다.
입장료도 없다. 그저 잠시 들러 쉬어가며 향수를 느낄 수 있어 좋다. 관광객으로선 무척 고마운 일이다.
demory@sportsseoul.com
여행정보
 |
| 진해드림파크는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곳이다. |
|
●둘러볼만한 곳=창동상상길은 한국관광공사와 창원시가 한국을 보고 싶어 하는 세계인의 이름을 하나하나 블록에 새겨놓은 길이다. 마산 불종거리에서 부리심장까지 150m 골목에 유명인이 아닌 2만3000명의 이름을 새겼다. 50~60년대 문화예술의 중심지 마산의 추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창동예술촌(www.changdongart.com)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한 공간이다. 문신예술, 마산예술흔적, 에꼴드창동 등 3가지 테마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일제강점기 식수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설한 봉암수원지(등록문화재 제 199호)는 현재 훌륭한 관광자원이 됐다. 팔용산 아래 울창한 숲과 호수, 오솔길 등이 있어 도시민들의 휴식처로 쓰인다.
 |
| 봄이 오는 진해드림파크. |
|
진해드림파크는 진해만 생태숲, 목재문화체험장, 광석골 쉼터, 청소년수련원을 갖춘 대규모 산림휴양 시설이다. 생태숲에선 아열대 희귀식물 약90종과 후박나무 등 총 145종 약 7만 본의 난대림 수목을 관찰할 수 있으며 목재문화체험장(우드랜드)에서는 나무의 생성 과정에서부터 가꾸기, 이용하기까지 목재의 활용가치와 산림문화를 직접보고 체험할 수 있다.(055)548-2694.
 |
| 창원은 어딜가나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하니 입이 즐겁다. 창원시청 인근 바다바다. |
|
●먹거리=마산의 명물 통술집은 싱싱하고 푸짐한 각종 해물 안주를 한 상 차려 내오는 독특한 술문화를 가졌다. 통술집은 1970년대부터 오동동과 합성동 통술 골목이 생겨났고 지금은 신마산에 또 다른 통술거리가 있다. 수림(055)223-1569. 강림식당(055)245-2710. 석민통술(055)243-5155 등.
 |
| 마산어시장 내 고성자연산횟집 도다리 세꼬시와 활어회. |
|
지금은 도다리쑥국을 즐길 수 있다. 창원시청 앞 ‘바다바다’는 미더덕 회와 해삼, 멍게 등 싱싱한 해물과 시원한 도다리쑥국을 잘하는 집이다.(055)286-2900.
마산어시장 내 고성자연산횟집은 맛좋은 활어회와 다양한 반찬, 조림, 튀김, 생탕(활어로 끓여낸 매운탕) 등 회 일체로 유명하다. 지금은 도다리 세꼬시가 제철이다.(055)246-7171.
 |
| 생선국으로 유명한 마산 거북집. 요즘은 도다리 해초국을 곧잘 끓인다. |
|
생선국을 잘하기로 소문난 ‘거북집’은 호래기 회와 도다리미역국, 생선구이를 잘한다. 쑥 대신 미역과 해초를 넣고 끓인 도다리 국에도 역시 봄내음이 묻어난다. (055)241-5388.
 |
| 창원 임진각식당은 소고기 국밥으로 유명한 곳이다. |
|
창원 임진각식당은 석쇠불고기와 소고기국밥으로 소문난 집. 시원 칼칼한 국물에 소고기와 양을 넣고 팔팔 끓여낸 국밥에 반찬 격으로 석쇠불고기를 함께 주문해서 먹는 식이다.(055)256-3535
●여행상품=우리테마투어(www.wrtour.com)는 4월 10일까지 매일 서울에서 오전 6시20분 버스로 출발해 군항제 기간 열리는 해군사관학교 거북선체험과, 제황산, 여좌천, 경화역 등 진해일원에 한가득 피어난 벚꽃을 즐기고 돌아오는 당일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1인 3만2000원. 같은 기간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 길과 섬진강 화개장터, 구례 지리산 산수유마을 등을 다녀오는 당일 여행상품도 판매 중이다. 2만9000원.(02)733-0882
demor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