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
임창용이 고향팀인 기아 유니폼을 입고 선수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사진은 해태시절인 1998년 임창용의 투구 장면.(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가 임창용(40)을 품에 안았다. 두 달 간 여론과 ‘밀당’ 끝에 결정을 내렸고, 속전 속결로 계약에 합의했다. 괌에서 개인 훈련 중이던 임창용은 28일 서둘러 귀국했다. 마무리 부재에 시달리던 KIA는 확실한 카드를 하나 얻었고, 현역생활 연장을 통해 명예회복을 원하던 임창용도 고향에서 멋진 마무리를 꿈꿀 수 있게 됐다.

◇결정 후 속전속결, 현장도 몰랐다

지난 2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허영택 단장에게 “임창용은 언제 합류하느냐”고 물었다. 허 단장은 “아픈 곳을 찌른다”면서 껄껄 웃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여론도 있고,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까 고심하고 있다”고 말꼬리를 내렸는데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일주일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이 감지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측이 사견을 전제로 해외 도박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 안지만과 윤성환의 수사를 보류할 방침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증거가 부족해 소환조사를 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경찰쪽에서는 사실상 무혐의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로 진출해 팬들의 시선도 ‘임창용 혼자 덮어쓰는 모양새가 됐다’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여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KIA는 지난 22일 박한우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시즌 출정식을 했다. 이날 구단 프런트는 오전부터 업무보고와 시범경기 준비로 분주했다.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마무리 부재”가 최대 아킬레스로 거론된 터라 해결방안이 필요했다. 시범경기 후 개막까지 단 나흘밖에 시간이 없어 촉박했다. 구단에서 결단을 내리자 속전 속결로 진행됐다. 지난 27일 한화와 시범경기가 끝난 뒤 미디어데이 참석을 위해 김기태 감독이 서울로 이동하자 구단 수뇌부는 마지막 회의를 했다. 이미 임창용과는 의견을 주고 받은 상태였다. 협상을 주도한 KIA 오현표 운영실장은 “현장 모르게 진행했다. 혹여 부담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용히 진행했다. 2~3일 만에 결정난 사안”이라고 말했다. 오승환과 함께 미국에 머물다 지난 26일 귀국한 스포츠인텔리전스 그룹 김동욱 대표는 “순식간에 계약이 체결됐다. 합의하기까지 두 달 가량 걸렸지만 임창용 선수가 고향팀으로 돌아갈 수 있어 다행”이라며 웃었다.

◇동료 야구인들의 도움 큰 힘 됐다

스포츠서울이 KIA에 임창용 영입을 제안한 것은 지난 1월 11일(본지 3면 참조)이다. 임창용이 삼성에서 방출된 뒤 두문분출 할 때 이대진 투수코치와 정회열 2군 감독 등 선배 야구인들이 “훈련하고 있으라. 야구선수가 야구로 용서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힘을 실어 줬다. 프런트도 분주했다. 성난 팬심을 돌려야 영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연봉을 사회에 헌납하고, 72경기 징계기간 동안 유소년 야구 발전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라는 제안을 한 것이다. 실제로 임창용은 연봉 3억 원 전액을 기부하고 재능기부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 실장은 “임창용 선수가 먼저 얘기를 꺼내더라. 연봉이 얼마이든 전액 기부하고, 후배들이 조금 더 좋은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하더라. 함께 있던 김 대표도 깜짝 놀랐다”고 귀띔했다.

위기도 있었다. 좀처럼 돌아서지 않는 여론에 구단도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임창용의 측근은 “구단에서 발을 빼는 듯 한 움직임도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이대로 은퇴해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2월 초 만난 한 구단 관계자는 “임창용이 먼저 나서 ‘백의종군 하겠다.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그래야 구단도 움직일 수 있는데, 여론이 너무 안좋다”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시범경기 개막 직후 김기태 감독은 “그룹 이미지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 않겠는가. 같은 야구인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답답하지만, 구단도 구단의 입장이 있으니 현명한 해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3주 뒤 구단이 결정을 내렸다. 지난 27일 밤 계약 확정 소식을 들은 임창용은 곧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그만큼 ‘팀’이 그리웠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말 필요없이 야구를 통해 백의종군 하겠다”고 강조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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