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인간 대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세기의 바둑 대결이 숱한 화제를 만들며 마무리됐다.

대국 시작전만해도 어떻게 기계에 불과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길 수 있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2500년의 바둑의 역사와 우주의 원자수 보다 많다고 하는 10의 100제곱에 이르는 무한대에 가까운 변수를 어떻게 인공지능이 계산을 해 직감을 가진 인간을 이길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내리 3국을 내주며 패배를 선언하자 인류는 ‘놀라움’과 ‘충격’에 빠졌다. 인간의 기술이 여기까지 왔구나하는 놀라움을 던졌고, 영화속에서 본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는 암울한 세상이 조만간 닥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인류를 충격으로 몰아 넣었다.

이 즈음부터 인간과 알파고의 대결이 불공정하다는 논란이 급격하게 힘을 얻었다. 알파고의 정체를 알지 못한 상황에서 이세돌의 기보를 모두 가지고 있는 알파고와의 대결이 과연 공정한가부터, 한 대의 컴퓨터가 아닌 수 천 대의 컴퓨터를 돌리는 듯 확장이 가능한 클라우딩 컴퓨터를 상대로 한다는 것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또한 제한시간이 무한대의 CPU를 활용하는 알파고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등등등 수많은 논란이 제기됐다.

이러한 논란은 알파고의 다음 목표가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될 수도 있다는 뉴스의 반응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네티즌들은 어떻게 인간이 정교화된 게임의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느냐는 반응을 내놨다. 동시에 맵 곳곳에서 멀티를 관리하고 맵핵으로 상대의 반응을 읽고 있는 상황을 인간이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논란은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대결 규칙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 부족에서 나왔다. 기본적으로 알파고는 인간의 시각 정보에 준하는 정보와 반응도 인간에 준한 속도라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만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번 알파고와의 대결에 대해서 세세한 룰에 대한 정보가 대중들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 대해 구글은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컴퓨팅 자원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정보의 교환을 위한 네트워크 장치를 별도로 설치했는지 등등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많은 대중들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놀라움보다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대중들의 충격은 인공지능 알파고가 집에 있는 PC급 정도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 정도로 인식을 했기 때문에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세기의 대결에 활용된 컴퓨팅 자원은 세계 최고 구글의 데이터 센터에 있는 1000여개가 넘는 CPU(중앙 처리장치)를 가진 엄청난 용량의 컴퓨터라는 것은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다.

잘못된 정보나 부족한 정보는 오해를 낳는다. 더구나 급속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환경에 대한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대중들에게 인공지능의 빠른 발달은 두려운 존재임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 없이 ‘지금까지 컴퓨터가 정복하지 못한 바둑을 둔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이라는 그럴듯한 마케팅 용어만 내세운 대결이 과연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봐야할 부분이다.

앞으로 구글이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을 더 원한다면, 명쾌한 룰과 정확한 기술적인 정보로 대중들의 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부터 고려해야할 것이다.

jw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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