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상주
울산 이정협(가운데)과 상주 김성환(오른쪽 두번째)이 13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개막라운드 맞대결에서 공을 바라보며 자리를 다투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얼룩무늬가 들어간 유니폼을 입은 상주 상무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서자 상주시민운동장을 찾은 축구팬들은 환호했다. 전투복의 얼룩무늬를 채용한 상주의 올시즌 유니폼은 다른 구단들의 디자인과 차별화된 독특한 스타일이다. 지난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이벤트성으로 준비했던 얼룩무늬 유니폼이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에 착안해 올시즌 아예 상주만의 특색있는 유니폼으로 제작했다.

상주의 올시즌 중심 테마는 ‘리얼 솔저’(진짜 군인)다. 상주 상무는 경북 상주시를 연고로 하는 시민구단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국군체육부대 소속의 선수들로 구성된 군팀의 특수성도 함께 갖고 있다. 시민구단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군팀의 이미지를 애써 순화하거나 숨기려하지 말고 다른 팀들이 가질 수 없는 상주 구단만의 색채로 특화하자는 생각이다. ‘상무부대’의 색을 지우기 위해 더 강한 상주 구단의 색을 칠하려다보면 팀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 있다. 상주와 상무의 특색을 조화롭게 배색해 이질감없이 팬들에게 다가서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3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울산과 개막전에서 실시한 장외 이벤트는 상주 구단의 ‘군팀 특화’ 전략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군용물품 납품업체를 어렵게 섭외해 일명 ‘군데리아’로 불리는 군대식 햄버거를 만들어 팬들에게 제공했는데 준비한 1100인분이 순식간에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남성팬들은 자신의 군대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한바탕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었고, 여성팬들은 생소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먹을거리에 관심을 보였다. 구단 관계자는 “군대에서 먹던 맛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군납업체를 힘들게 설득해 재료를 공급받았다. 여러 이벤트를 해봤지만 관중들이 이렇게 길게 줄을 선 것은 처음 본다”며 반색했다. 팬들의 호응이 좋아 군대 특화 먹을거리를 더 확대할 작정이다. K리그 몇몇 구단이 선수들의 이름을 붙인 도시락이나 햄버거 등을 출시했던 것 처럼 상설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경기장 안에도 군팀의 특수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것들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시즌 서포터들이 자리한 쪽의 골대 뒷편에 가변좌석을 설치했는데 종합운동장의 성격상 다른 종목 선수들도 사용해야하는 만큼 대규모로 설치할 수 없었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휴전선 감시초소인 ‘GP’(Guard Post)로 이름을 붙이고 전방초소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구단 관계자는 “서포터스의 이름이 그레이트 피플(Great People)이라 머릿글자가 ‘GP’로 같은 것도 잘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상주 팬들이 최전방에 나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킨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됐다. 여름철에는 가변석에 위장막을 씌워 그늘을 만든다거나 ‘GP’ 주변에 이동식 매점인 ‘황금마차’를 운영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마련하고 있다. ‘상주 상무는 군인 팀이다’는 것을 특화하기로 마음먹자 시도해볼 것들이 더욱 다채로워졌다.

지역밀착 활동도 군팀답게 기획할 수 있을 전망이다. 농업인구의 비중이 큰 상주는 농번기 일손이 부족해 경기장을 찾는 지역 주민들의 수가 뚝 떨어진다. 농번기에는 군 병력이 대민지원 활동을 펼치며 일손을 돕곤 하는데 군인인 상주 선수들이 나설 수 있다. 연고지역 대민지원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들과 면대 면으로 가깝게 만나며 남다른 친밀함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에 가장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주민들과 빠르게, 남다른 친밀도를 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인회나 축구교실, 배식봉사활동 등 여타 구단들이 실시하고 있는 지역밀착 활동과 확실한 차별을 둘 수 있는 점도 매력포인트다. 구단 관계자는 “군인 팀이라는 점은 상주 구단이 가진 확실한 정체성이다. 부정하거나 숨기려할 것이 아니라 이를 더 드러내 차별화하는 쪽으로 발상을 전환하고 있다. 군팀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지역 주민과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설명했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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