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 오승환, \'돌직구를 받아라!\'
[주피터=강명호기자] 세인트루이스의 오승환이 지난 달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피터의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 가볍게 캐치볼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내가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개막에 맞춰 한 단계씩 밟아 가겠다.”

이런 ‘루키’가 또 있을까. 데뷔전이지만 베테랑의 관록이 묻어났다. ‘끝판왕’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이 한·일 세이브왕 다운 구위로 깔끔한 메이저리그(ML) 데뷔전을 치렀다.

오승환은 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위치한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ML 시범경기 마이애미와의 원정경기 3회말 2사 만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초반이지만 0-2로 뒤진 터라 추가점을 내주면 승부의 추가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마운드에 오르는 것에 익숙한 오승환은 오히려 밝은 표정으로 데뷔 무대를 맞이했다.

J.T 리얼무토를 첫 타자로 상대한 오승환은 초구로 바깥쪽 직구를 선택해 볼을 던졌다. 2구도 같은 코스였지만 이번에는 스트라이크존 안쪽으로 집어넣어 스윙을 이끌어 냈다. 오승환 특유의 회전이 많이 걸린 무거운 돌직구에 리얼무토의 배트가 살짝 밀려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가 됐다. 단 두 개의 공만으로도 ‘돌직구’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투구였다.

\'밝은 미소\' 오승환, \'표정, 살아있네!\'
[주피터=강명호기자] 오승환이 지난 달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피터의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며 동료들과 밝게 대화하고 있다.

4회 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자신의 투구에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체크하는데 집중했다. 선두타자 저스틴 맥스웰을 만난 오승환은 슬라이더를 3개 연속 던지며 구위를 점검했다. 초구로 가운데 높은 슬라이더를 찔러 넣은 뒤 2구째도 바깥쪽 슬라이더를 볼로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3구 역시 슬라이더를 선택했는데, 이번에는 가운데에서 떨어지는 볼로 맥스웰이 어떻게 나오는지 타진했다. 휘어지는 각이 큰 슬라이더와 컷패스트볼처럼 예리하게 꺾이는 두 가지 구종을 섞어가며 실험을 했다. 이후 직구 두 개를 몸쪽으로 던졌지만 모두 볼이 돼 풀카운트에 몰렸고 바깥쪽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던져 2루수 땅볼로 솎아 냈다. 투수 옆을 스치는 코스였지만 배트 끝에 맞아 타구 스피드가 느렸고 2루수가 가볍게 처리했다.

토미 메디사를 상대로는 슬라이더만 3개를 던져 좌익수 플라이를 유도했다. 초구 2구를 모두 같은 코스로 던진 뒤 3구째를 조금 높게 던졌는데, 직구 타이밍에 스윙한 메디사의 배트 끝에 맞아 타구가 뻗어 나가지 않았다. 오승환이 던지는 슬라이더는 직구 타이밍에 스윙을 하다 히팅 포인트에서 걸릴 가능성이 높아 제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 9개로 2아웃을 잡아낸 오승환은 로버트 안디노에게 컷패스트볼 두 개로 2스트라이크를 잡아낸 뒤 몸쪽 높은 공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안디노가 꿈쩍도 하지 않자 오승환은 가운데 높은 직구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크게 튀어오르며 투수 키를 넘겼지만 유격수가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타구였다. 오승환은 1.1이닝 동안 15개의 공을 던져 내야 땅볼 두 개와 뜬공 두 개로 아웃카운트 4개를 잡아냈다. 직구는 6개를 던졌고 컷패스트볼 4개와 슬라이더 5개를 각각 구사했다.

\'빨간새\' 오승환, \'새가 되어 날아가리~\'
[주피터=강명호기자] 오승환이 지난 달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피터의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의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와 인터뷰에서 “오승환의 공이 사방으로 움직였다. 배트 중심을 피해갔다. 구속에도 변화를 줬고, 움직임도 좋았다. 오승환이 아웃 카운트를 늘릴수록 우리도 그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환 역시 “결과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밸런스에만 신경 쓸 뿐이다. (첫 등판에서) 느낌이 좋았다. 공의 움직임에 만족하고, 내가 원하는 곳에 던졌다는 것에 만족한다. 개막에 맞춰 한 단계씩 밟아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과 일본을 평정한 ‘끝판왕’은 ML 무대에서도 위축이라는 것을 몰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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