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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일제 강점기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고초를 당했던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귀향’의 열기가 뜨겁다. 사랑스러운 소녀가 일제에 인권을 유린당한 역사적 사실을 영화를 통해 지켜봐야하는 자체가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역사를 잊으면 안된다는 사명감으로 영화관을 찾아가는 국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가수 겸 방송인 이현우의 “한복 입은 여인을 범했다”는 실언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현우는 tvN ‘수요미식회’에서 막국수의 맛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오이 두 조각이 올라가고 계란 노란 지단이 두 조각 올라가고 그 위에 배가 올라가 있는데, 쪽진 머리 비녀 꽂은 듯한 그런 형상이었어요. 이게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그래서 열심히 빗어놓은 걸 내가 확 흩트려서 막 귀신처럼 하고 싶지가 않았다. 뭔가 범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그쳤으면 그나마 좋았으련만 그는 “범했어요. 맛있더군요”이라고 말했다.

여성을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 칭하는 발언을 방송인이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문제의 발언이 버젓이 방송될 수 있었다는 점이 놀랍다. 해당 발언을 한 이현우도, 그 발언을 방송으로 내보낸 ‘수요미식회’ 제작진도 문제의식이 없었던 셈이다.

출연자의 문제보다 제작진의 문제가 더 커보이는 것은 제작진이 “범했어요” 발언을 하는 화면에 호랑이 그림과 함께 자막을 처리한 때문이다. ‘여자의 정조를 빼앗다’는 뜻을 가진 ‘범하다’는 단어를 동음이의어인 호랑이로 대체해 웃음을 유발하려고 한 의도가 분명해보였다.

그러나 제작진 측은 “‘한복 입은 여인을 범했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여성비하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방송과 방송인은 대중적 파급력이 크다. 그런 만큼 공공성이 중요하다. 의도가 없었다면 무의식의 발로일텐테 이는 의식보다 더 무섭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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