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조영철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하며 2016시즌 상주 상무 선수로 뛰게 된 조영철이 전지훈련지인 경남 삼천포시의 숙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삼천포 |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뽀얀 얼굴과 선한 웃음을 떠올렸는데 상주 선수단 틈에서 조영철(27)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짧은 머리,검게 그을린 얼굴,강해진 눈빛.군인이 된 축구선수 조영철은 외모부터 분위기까지 모두 달라져 있었다.

조영철은 지난 해 후반기 울산에 입단하며 K리그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었다. 요코하마~니가타~오미야 등 일본 J리그 클럽에서 뛰다 카타르리그로 옮겼던 그는 20세 이하 대표팀을 시작으로 올림픽대표팀과 A대표팀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수였다. 고향팀 울산에 입단하면서 K리그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지만 반 시즌동안 리그 2경기만을 치르고 군입대를 선택했다. 주변에서는 의문의 시선을 그에게 보냈다. 조영철은 “지난 해 여름 울산에 합류하면서 운동을 못한 시간들이 있다보니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선수는 항상 자신의 몸상태를 100%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입대 제한 연령인 만 27세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그 스스로 환경을 바꾸고 각오를 새롭게 할 계기가 필요했다. “울산에서 경기를 못 뛰던 때 속상하기도,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 입장이 되니 과거에 가졌던 간절함이 살아나더라. 서른 중반까지 선수생활을 한다고 내다봤을 때 프로선수로 성인무대에서 뛸 수 있는 시간의 절반 정도를 지나보냈다. 남은 축구인생에 중요한 시점에서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싶어 입대를 결심했다”는 것이 조영철의 설명이었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프로선수로서의 후반전을 준비하기 위해 재정비에 돌입한 셈이다.

상주 상무 선수들
상주 조영철(맨 왼쪽)이 훈련을 마친 뒤 동료들과 함께 경기장을 걸어나오고 있다.

조영철은 축구인생 후반전에는 전반보다 더 열심히 뛰어 골을 넣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시점에 서있었다. 경기에 나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으며 지난해 1월 호주 아시안컵 이후 멀어진 태극마크도 되찾고 싶은 열망을 품고 있었다. “내가 만든 결과지 않나. 내 스스로 몸관리가 안됐으니 그에 대한 평가는 달게 받아야 한다”는 그는 “입대를 계기로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다른 종목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나보다 어린 선수들이 더 많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너무 편하게 살았구나. 그동안 노력이 부족했구나’하는 반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해 K리그에 오면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지만 제대로 하지 못했다. 상주가 승격해 올해 클래식 무대에서 뛰게 된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지난해 보여주지 못한 것을 올해는 꼭 해낼 것”이라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조영철의 굳은 각오는 훈련과정과 연습경기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조진호 상주 감독은 “새로 가세한 선수들 가운데 조영철의 몸상태가 가장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성실하게 뛰는 모습이 보이고,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날카롭다. 이번 시즌 팀 공격력에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영철은 “감독님이 강조하는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몸은 힘들어도 그 말에서 힘을 얻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상주를 강등 1순위로 꼽겠지만 깜짝 놀랄만한 모습을 보여주겠다. 기존 선수들과 빠르게 융화돼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면서 상주의 잔류를 이끄는 것이 올 시즌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기록해 조영철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싶다. 시즌 개막전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김정우~이근호~이정협을 잇는 ‘군데렐라’가 또 한 번 등장한다면, 다음 차례는 조영철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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