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팀쿡 CEO

[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애플의 팀 쿡, 구글의 순다 피차이, 카카오 이석우 전 CEO의 공통점은? 이들 모두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를 앞세운 IT 기업 CEO라는 점이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법이 테러 범죄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폰5C의 암호를 미연방수사국(FBI)이 풀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명령을 거부하면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사기업이 자사 고객정보를 지키려는 노력이 과연 국가 안보를 앞세워 ‘빅브라더’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국가에 대항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팀 쿡은 미 법원의 명령에 대해 “고객의 보안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전례가 없는 (정부의) 명령에 우리는 반대한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고 법정 방어에 들어갔다.

순다 피차이_구글

이러한 입장에 구글 CEO 순다 피차이도 한 수 거들었다. 순다 피차이는 트위터를 통해 “기업에 해킹을 강요하는 것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갖고 타협하라는 것”이라며 “사용자의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보안을 구축했고, 합법적인 법의 요청에 따라서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의 기기와 데이터를 해킹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못박았다.

특히 구글은 중국 당국의 검열을 거부하는 등 갈등을 빚은 끝에 지난 2010년 세계 최대 인터넷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던 중국에서 철수하는 강수를 두며 프라이버시 문제와 검열에 대해서 매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왔다.

다음카카오 전대표 이석우
카카오 이석우 전 CEO

이러한 비슷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있었다. 지난 2014년 국내 대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카카오가 다음과의 합병을 공식화한 후 며칠이 되지 않아 검찰이 수사를 위해 카카오톡 메시지를 검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용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이석우 전 CEO는 긴급 간담회를 열고 “검찰 영장에 불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고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석우 전 대표는 검찰 영장 불응에 대한 후폭풍으로 카카오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퇴사까지 했다. 한국 정부는 법인이 아닌 이석우 전 대표를 ‘아동 음란물 방치 혐의’로 조사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했고 결국 카카오는 검찰의 감청 요청을 수용했다.

구글도 쉽지 않은 길을 걸은 예가 있다. 최대 인터넷 시장인 중국을 상대로 6년 가까이 제대로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것이다. 구글 순다 피차이 CEO는 중국의 모바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새롭게 중국 시장 재진출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 프라이버시 검열이 심각한 중국에서는 메일 서비스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팀 쿡 역시 쉽지 않은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물론 미국 보수층을 대변하는 공화당 트럼프 후보마저도 애플에 대한 압박을 하고 나선 것. 하지만 온라인 권익 단체인 ‘미래를 위한 싸움’은 오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영국, 홍콩, 독일 30여 개 도시에 있는 애플 스토어 앞에서 지지 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애플의 반응에 업계에서는 “팀 쿡이 내린 단호한 조치로 애플을 이용해 오던 소비자는 물론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법정 공방을 거치게 된다면 이러한 믿음은 더욱 쌓일 수 밖에 없다”며 “애플 입장에서 전세계적인 이용자들의 호감을 얻고 또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해킹 프로그램을 내놓더라도 끝까지 싸움했다는 것에 많은 소비자들이 애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낼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jw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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