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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이대호(34)가 메이저리그(ML)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성하며 올시즌 미국에서 뛰는 한국인 빅리거는 7명이 됐다. ML행 막차를 탄 이대호는 시애틀과 스프링캠프 초청권을 포함한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시작이 마이너 신분이기 때문에 스프링캠프에서 인정받아 메이저리그 엔트리에 들어가야만 1년 4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이대호는 국내 최고 타자로 군림했고 KBO리그 보다 한 수 위라는 일본프로야구(NPB)에서도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등 에이스로 활약했다. 기량 면에서 확실하게 검증된 그가 시애틀과 스플릿계약을 맺고, 미국행을 선택하자 기대와 우려가 혼재한다. 이대호의 선택에 대해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평가와 비효율적 모험이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다행히 한·일 무대에서 충분히 기량을 보여줬기에 미국에서도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는 반응은 긍정적이다.
어쨌든 스플릿 계약은 선수가 메이저와 마이너 신분일 때의 내용이 상이하다. 그래서 한국인 ML에이전트 1호 길성용(46) 스포츠매니지먼트인터내셔널 대표는 이대호의 계약에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ML사무국과 선수협회는 지난해 1월부터 공식 에이전트 자격 시험제도를 도입했고 길성용 대표는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제너럴 에이전트 자격증을 취득한 인물이다.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 도움을 주는 에이전트가 되고 싶다”고 강조하는 길 대표는 “이대호의 계약을 보면 수장급이 아닌 에이전트가 시애틀 구단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구단측과 밀고 당기는 과정이 필요한데, 초반 계약을 덜컥 물어버린거 같다. 선수의 조급한 마음도 한 몫 한거 같다”라고 진단했다.
길 대표는 이대호의 세부계약 조건이 밝혀지지 않은 데에도 의문점을 표시하며 “스플릿계약을 하더라도 메이저리그에서 받는 연봉을 마이너리그에서 그대로 보상받게 하거나, 마이너리그에 3회 이상 내려 보내면 그 다음부터는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남기는 규정도 있다. 그런 부분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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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길 대표는 “미국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 어느 팀인지 몰랐던 김현수처럼 이대호 역시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 않나”라는 의구심을 피력했다.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는 계약에 관해서는 “에이전트에게 일임했다”며 “2년간 총액 700만 달러라는 말만 들었다”고 밝힌바 있다.
길 대표는 “에이전트가 30개 구단과 메이저리그 선수협회간의 계약사례를 파악하고 있었다면 표준계약서 내에서 일부 조건을 추가하거나 삭제하는게 가능한데, 이번 건은 선수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사인한거 같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가장 아쉬운 점으로 “내가 만약에 에이전트였다면 스콧 보라스처럼 버텼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뛴 선수는 어느 정도 검증을 마쳤기 때문에 데려가는 것이다. 계약 과정에서 에이전트가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구단의 입장을 더 반영하게 된다. 미국 구단은 가장 낮은 조건을 처음에 내민다. 이때부터 밀당이 필요한데, 덥석 물었다. 상식적인 수준보다 작게 받은 박병호도 그런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길성용 대표는 꿈을 향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대호의 의지와 별개로, 계약만 놓고서는 “미국측 에이전트가 확정 금액에서 커미션만 챙기는 정도에서 계약을 마무리 한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한편 이대호는 미국 현지 캠프 합류를 위해 취업비자 발급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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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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