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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면 여행자는 당황하게 마련이다. 그림처럼 근사한 풍경일지라도 끈적한 어둠에 물들어 기억 속 잔영만 남기고 몽땅 묻혀버린다. 뭐 방에 들어 앉아 한잔하는 것 이외에는 딱히 할게 없다. 그러나 야시장이 생겨난 목포의 경우는 좀 다르다. 자연적 풍경과 달리 사람은 밤에 모여들어 또 하나의 매력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뭔가 먹고 마시고 사고, 왁자지껄 떠들썩한 야시장은 그렇게 여행의 밤을 빛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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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여 자유시장. 목포 산정동 자유시장은 원래 도깨비 시장이라 불렸다. 원래 위치였던 목포역 뒷편에 노점들로 차려진 시장이었다. 전남 각 지역에서 기차를 타고 모여든 ‘아마추어’ 상인들이 역 근처에서 장사를 하다 오후 차를 타고 싹 사라졌대서 붙은 이름이다. 지금의 상설시장으로 옮긴 지도 2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도깨비 시장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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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시장은 물건값이 저렴하고 횟집과 백반집 등 먹을 곳도 많아 인기를 끌었지만, ‘할인마트의 공세’에 이은 ‘재래시장의 침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순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목포시가 행정자치부의 지원을 받아 ‘관광 야시장’으로 자유시장을 탈바꿈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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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예전처럼 시장 영업을 하다 금·토요일 해가 저물면 입구와 중앙 통로에 50여개의 노점들이 들어선다. 기존 시장내 점포와 합하면 250개다.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다. 낙지를 젓가락에 돌돌말아 구워내는 낙지호롱부터 이탈리언 빠네스프까지 있다. 홍콩의 유명 야시장 몽콕(旺角)이나 타이베이 스린(士林)처럼 먹거리의 천국이다. 관광 야시장 답게 지역색이 물씬 나는 먹거리도 가득하다. 홍어를 넣은 동그랑땡부터 떡갈비, 돼지수육, 탕수강정 등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간단한 주전부리가 저렴한 가격표를 달고 줄줄이 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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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채를 서서 먹을 수 있는 컵 잡채가 작은 것이 1000원(큰것 3000원)부터 시작한다. 컵술 한잔을 놓고 맛볼 수 있는 돼지수육은 한접시 5000원, 홍어동그랑땡 5000원, 막걸리에 홍어를 간단하게 내주는 홍탁은 1만원이다. 먹음직스러운 문어꼬치, 돼지껍데기와 닭똥집을 각각 3000원에 팔고 떡갈비과 염통(5개)은 각각 2000원 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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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에 가장 인기있는 음식은 스프가 무한리필되는 빠네스프(4000원). 남진 야시장의 명물이 됐다. 먹거리 뿐 아니라 귀고리, 머리끈 등 작은 액서세리부터 공예품 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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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을 더욱 흥겹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시장 한켠에 있는 DJ박스다. ‘남진 야시장’이라는 이름에 충실하게 신청곡을 문자로 보내면 즉석에서 틀어준다. 주로 남진의 히트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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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푸른 초원 위에~”로 시작하는 ‘님과 함께’가 들려오면 정말 님과 함께 여행 온 커플의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빈잔’이 울려퍼지면 홍어 안주에 막걸리를 마시던 남정네들이 술잔을 높이 들어올린다. 여행 중 싸워서 서먹한 이들에겐 ‘미워도 다시 한번’이, 처음 시작하는 연인들에겐 ‘변치마오’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물론 세밑에 목포까지 일하러 온 내겐 ‘가슴 아프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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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도 한다. 흥겨운 타악리듬의 ‘난타쇼’가 펼쳐지고 색소폰 연주자, 트로트 가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문화를 덤으로 끼워주는 인심좋은 시장이 바로 남진 야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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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도 목포는 한결 따뜻했다. 서울에서 불과 너댓 시간 달려왔을 뿐인데 얼굴에 와 닿는 바람의 기세가 낯설만큼 온순하다. 목포역 앞에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얼핏 구운 생선 냄새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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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대로 목포는 항구다. 징검다리처럼 놓은 다도해를 바라보는 항구, 그리고 들어오는 어선마다 그득한 신선한 바다 먹거리가 지천인 곳이다. 신안 앞바다부터 멀리 추자도까지 연근해가 모두 목포의 찬장이다. 그래서 민어, 조기, 우럭, 병어 등 맛난 생선에 낙지와 육회 등 ‘목포’하면 당장 떠오르는 음식이 부지기수다.
요즘같은 겨울의 제철 요리도 많다. 우선 아직 질겨지지 않은 가을 낙지 탕탕이와 신선한 생고기가 술상을 맡고, 살이 탱탱한 알배기 조기는 밥상을 책임진다. 구덕구덕 말려 푹 끓여낸 우럭간국은 해장 담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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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꺼뜨리기 위해선 간단한 산행이 좋다. 목포의 상징인 유달산. 해발 228.3m에 불과하지만 바다에서 바로 솟아난 산의 기개가 대단하다. 노령산맥 큰 줄기가 무안반도 남단에서 불쑥 솟아오르며 태평양을 굽어본다. 기암괴석으로 머리를 올린 ‘작은 월출산’의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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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속였다는 노적봉으로부터 유달산에 오르면 오밀조밀 언덕을 따라 형성된 목포 시내로부터 삼학도, 목포 앞바다를 한눈에 담으며 쉬엄쉬엄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이것저것 사진 찍으면서 올라도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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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눈물’ 이난영 노래비, 정오를 알리던 오포대, 근사하게 바다를 조망하는 정자를 지나면 바로 마당바위다. 조금 비탈 위에 들어선 너럭바위에 앉아 부는 바람에 땀을 식힌 후 일등바위에 오르면 된다. 유달산은 바다에 바로 인접한 셈이라 높이에 비해 전망이 좋다. 특히 석양이 질 무렵 오르면 황금빛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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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와서 갓바위로 향했다. 유달산, 삼학도와 함께 목포를 상징하는 아이콘 중 하나다. 예전에는 갓바위 해수욕장도 있었지만 지금은 물이 들어 바다 위로 놓은 데크를 따라 코 앞에서 바라볼 수 있다. 갓을 쓴 것처럼 생겼대서 갓바위라지만 생긴 모양은 꼭 투구같다. 다스베이더가 스톰트루퍼와 함께 서있는 듯한 형상. 갓바위가 놓인 해안절벽을 데크 입구에서 바라보면 또 포효하는 사자 머리같다. 사자 입 속으로 누런 해가 들어올 때 산책 삼아 둘러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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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학도는 이미 섬의 모습은 아니다. 1960대 말 삼학도는 간척사업을 통해 육지로 변했다. 부두와 공장이 들어서고 주택도 생겨났다. 대삼학도, 중삼학도, 소삼학도 등 술집 안주 이름처럼 대중소로 나뉜 이 세개의 섬은 목포 출신들의 애정을 여전히 듬뿍 받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복원사업을 진행한 결과, 여전히 육지라지만 그나마 난개발의 흔적은 지웠다. 반동강이 난 소삼학도와 중삼학도 사이에 흙을 쌓아 메웠고 이난영의 수목묘가 있는 난영공원도 지었다.
2016년 병신년 새해 시작 즈음에 다녀온 목포는 ‘눈물’을 씻고 점차 밝은 모습을 찾아가는 중이다.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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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목포 시장 호핑투어=도로와 철길을 따라 사람과 물산이 모여들던 목포에는 이름난 시장이 많다. 남교동 중앙시장은 역에서 걸어갈 수 있다. 건어물 등을 팔던 시장은 북항으로 옮겼지만 현재 남교동 목포중앙식료시장, 먹자골목이 남아있다. 긴 골목 안에 떡집과 전집, 순대집, 족발집 등이 가득한 먹자골목은 저렴한 가격에 소주 한잔 나누기 좋은 곳이다. 남진야시장이 있는 자유시장 역시 역과 멀지 않다. 택시를 타도 딱 기본 요금 쯤이다.
낮에 가도 좋다. 민어와 조기, 건어물 등을 사고 맛있는 집에서 식사도 할 수 있다. ‘계절음식’을 판다는 식당이 많은데 제철 식재료란 뜻이다.
구 청호시장은 청과와 해산물, 건어물 등을 파는 점포와 좌판이 중심이다. 가장 재래시장의 형식을 띠고 있는 만큼 또 가장 저렴한 시장이라고 한다.문의 목포시청 관광과(061)270-8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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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전남도청이 있는 남악 신도시로 달려가서 ‘도청한우’에서 부들부들한 생고기를 실컷 먹었다. 겨울철에 더욱 좋은 생고기. 서울보다 생고기를 즐기는 남도의 식문화를 제대로 즐겼다. 죽은지 얼마 안돼 사후경직이 일어나기 전 썰어낸 탱탱한 소의 우둔살에 매콤달콤한 장을 듬뿍 찍어 입안에 넣으면 이만한 디저트가 없다. 선홍색 우둔살은 부드럽고 생 차돌박이는 질겅질겅 씹히는 맛이 좋다. 생고기를 먹은 후엔 당연히 불에 익힌 고기다. 육질좋고 고소한 한우구이를 서울보다 퍽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061)281-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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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동 갯내음은 육회낙지탕탕이로 유명한 집이다. 신선한 고기에다 펄펄 뛰는 낙지를 잘게 다져 한번에 숟가락으로 떠먹는데 술안주로 그만이다. 다먹고나면 밥을 비벼주는데 이또한 고급스러운 별미다.(061)281-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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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 안에 있는 나현식당은 제철 식재료로 맛깔나는 음식을 차려내는 집. 간재미회와 생선구이, 매생이, 감태 무침, 우럭간국 등을 맛볼 수 있다. 솜씨가 좋아 곁들인 찬도 하나하나 별미다. 말린 우럭을 쌀뜨물에 사골처럼 오래 고아 낸 우럭간국은 시원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061)245-5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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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하당에 위치한 홍대포는 다양한 안주를 딱 먹을만큼 한접시씩 주문해 먹을 수 있는 실내포장마차다. 비싼 값에 늘 많은 양을 주문해야하는 집에 지쳤다면 이러한 시스템도 2차, 3차를 즐기는 술꾼들에겐 딱이다.(061)284-2567.
뼈다귀 해장국으로 전국에 입소문을 탄 해남해장국은 푸짐하고 고소한 국물로 이름높지만 자리가 몇개 없어 늘 긴줄을 드리우는 집이다.(061)244-0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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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곳=하당에는 관광호텔과 깔끔한 모텔들이 많다. 샹그리아 비치 관광호텔은 위치도 좋고 풍경도 빼어나다. 조식도 여느 한정식집 못잖게 정성이 가득하다. 역시 목포다.(061)28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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