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 포스터
순정. 제공|리틀빅픽처스

[스포츠서울 김정란기자]어쩌면 가족보다 친구가 중요했을 학창시절. 영화 ‘순정’(이은희 감독)은 가족처럼, 혹은 한 몸처럼 사랑하며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다섯 친구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소현 도경수 연준석 이다윗 주다영 주연의 영화 ‘순정’이 26일 CGV왕십리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영화는 생방송 중 23년 전 어린시절을 함께 지냈던 친구의 이름이 적힌 한 통의 편지를 받고 당시를 회상하는 라디오 DJ 형준(박용우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순정’은 1991년의 섬에서 자란 다섯 친구의 이야기인만큼, 전라남도 고흥의 한 섬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찍었다. 1991년이라는 시대배경을 적시한 영화인만큼 영화 전반에 걸쳐 1990년대의 감성이 자연스럽게 젖어있다. 아하, 캔자스 등 귀에 익숙한 팝음악과 무한궤도의 ‘여름이야기’,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 등 대중가요도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익숙하게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섬이라는 공간을 어색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익숙한 음악 덕이 큰 듯하다.

이은희 감독은 자칫 과해서 어색하거나 신파로만 흐를 수 있었던 이야기를 섬세한 연출로 잘 매만졌다. 성인배우들과 아역배우를 연결하는 것이 때로 전체적인 흐름을 깨는 영화들도 있지만, ‘순정’은 그 부분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남겼다. 다만 서로를 좋아하는 범실(디오)과 수옥(김소현)의 이야기가 다소 후반부 설명에 기대고 있다는 것은 조금 아쉽다.

진지한 친구와 조금 까불거리는 친구라는 캐릭터들의 조합은 친구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에서 많이 사용된만큼 다소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범실 역의 도경수, 수옥 역의 김소현은 물론 길자 역의 주다영과 개덕 역의 이다윗, 산돌 역의 연준석 등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식상함을 상쇄한다.

그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영화 ‘카트’ 등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도경수도 이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아이돌’이라는 꼬리표를 떼도 될 만큼 범실 역에 잘 녹아든 모습을 보여준다.

어린시절 친구들의 부모로 출연한 황석정, 이대연 등 배우들의 연기도 이 영화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큰 몫을 한다.

고등학생들의 우정과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을 다룬 만큼 MSG 없는 영화지만, 나름의 반전이 있어 지루하지는 않다. 군무보다 어려웠을 도경수의 막춤 등 잔잔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도 많다.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과 패션 등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은 2011년 개봉했던 영화 ‘써니’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여자들의 학창시절 우정이 기둥줄거리였던 ‘써니’와 달리 어린시절 풋풋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7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써니’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아련하고 따뜻함을 전할 영화 ‘순정’은 오는 2월 24일 개봉 예정이다.

peac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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