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전화위복'이란 말이 이만큼 적절할 수 있을까. 위기의 순간이 닥칠 때마다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MBC '무한도전'이 이번에도 기적을 이뤄냈다. 지난 2011년 소집 해제한 하하의 합류 이후 잠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부터 '무한도전'의 위기설은 때마다 한번씩 불거졌다. 2014년 음주운전 적발로 하차한 길, 약 6개월 뒤 노홍철까지 같은 논란으로 하차하면서 크게 휘청이는 순간이 있었다. 또한 지난해 정형돈까지 건강상 이유로 방송을 잠정 중단하면서 '5인 체제로 가능할까'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우려에 대한 '무한도전'의 대처는 이번에도 영리했다. '무한도전'은 다양한 위치를 대표하는 예능인들을 초대, 보기좋게 대박을 터뜨렸다. 위기의 순간마다 게스트를 출연시켜 오히려 웃음을 배가시킨 '무한도전'의 '똑똑한 게스트 사용법', 그 역사를 되짚어 봤다.

▲ 정형돈 건강상 잠정 활동 중단-'예능 총회' 편 이경규(2016년 1월)
지난 9일 방송된 '무한도전'에는 2015년을 빛낸 예능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펼쳤다. 이경규, 김구라, 김성주, 김숙, 윤정수, 서장훈, 박나래, 김영철, 유재환, MC그리 등이 출연한 가운데 '예능계 대부' 이경규가 분위기를 압도하며 큰 웃음을 만들었다. 이경규는 데뷔 37년 차인 만큼 노련한 입담을 과시하면서 베테랑으로 불리는 예능인들을 들어다 놨다 했다.
이경규는 2015년 예능을 돌아보며 '쿡방'에 대해 라면을 개발한 자신이 쿡방의 원조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신원호 PD와 전화 연결을 통해서도 의외의 웃음을 터뜨렸다. 또한 정형돈의 빙송 중단에 대해 "공황 장애니까 공황은 공황이 메워야 한다"라며 아픔을 승화시키는 입담을 펼치기도 했다. 이어 종방연과 휴가가 있는 드라마와 달리 인기에 따라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는 예능프로그램의 숙명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또한 항상 웃음을 줘야 하는 예능인들에게만 더욱 엄격한 잣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했다.

▲ '그 녀석' 노홍철 하차-'극한 알바' 편 차승원(2014년 12월)
'극한 알바' 편은 큰 목소리와 독한 입담으로 '무한도전'내 존재감을 발휘했던 노홍철이 빠졌지만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았던 특집이다. 이날 멤버들은 배우 차승원과 함께 초심으로 돌아가 열정을 불사르고 서민들의 애환을 어루만졌다. 차승원은 박명수에게 깜짝 몰래카메라를 성공시켜 홀로 63빌딩 창문을 닦게 만들어 웃음을 유발했고, 유재석과 탄광촌에서 석탄을 캐내며 감동을 만들었다.
'극한'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만큼 높은 수위의 노동을 하며 멤버들은 예상보다 훨씬 힘들어했지만 직접 서민들의 삶의 현장에 뛰어든 시간은 소중하고 특별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같은 해 연이어 하차한 멤버들을 대신해 남은 멤버들이 어느 때보다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해줬고 끈끈한 우정으로 뭉친 팀워크를 확인시켰다.

▲ '그 전 녀석' 길 하차-'선택 2014' 편 김희애(2014년 5월)
'무한도전' 차세대 리더를 뽑는 특집 '선택 2014'에는 배우 김희애가 깜짝 등장했다. 앞서 한 달 전 길의 하차로 준비하던 여러 프로젝트들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잠시 위태로운 순간 김희애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당시 온, 오프라인 투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유재석은 유세 과정에서 '밀회' 김희애를 패러디했고, 직접 그를 찾아 나서 섭외했다.
해외 일정을 위해 인천공항을 방문한 김희애는 자신을 만나러 온 유재석을 보고 "유느님이다"라고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예능감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무한도전'을 포함한 여러 방송에서 김희애 성대모사를 숱하게 보여준 김영철과 김희애의 공개적인 첫 대면이 많은 화제를 모았다. 김희애는 김영철의 짓궂은 패러디 개그에도 면박과 칭찬을 오가며 능숙하게 받아줘 웃음을 자아냈다.

▲ 하하 복귀 후 부진-'조정 특집' 조인성 & '무도 클래식' 소지섭(2011년 7, 8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하하가 소집 해제 후 ‘무한도전’에 복귀하면서 약간 주춤하던 시기였다. 장기 프로젝트였던 '조정 특집'에 발 벗고 나선 배우 조인성은 예능과 조정 테스트에서 모두 만점의 실력을 보여줬다. 당시 군 전역 후 처음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조인성은 녹슬지 않은 예능감을 선보였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장난을 잘 받아치고 멤버들의 자리를 위협할만한 재치로 연신 폭소를 자아냈다.
배우 소지섭의 데뷔 후 첫 단독 예능 출연도 '무한도전'이었다. 소지섭은 정준하와 의리를 지키며 녹화에 두 번 참여했고 시꺼먼 먹물을 얼굴에 뒤집어쓰면서 거침없이 망가졌다. '무한도전' 클래식으로 돌아가 흰색 쫄쫄이 의상에 황금망토까지 걸친 소지섭은 에어펌프와 튜브에 바람 넣기 대결을 펼치며 몸을 불살랐다. 배우 타이틀을 잠시 두고 제대로 망가진 소지섭의 모습에 호감도와 시청률이 동시에 상승시킨 특집이 됐다.
뉴미디어팀 신혜연기자 heilie@sportsseoul.com
사진=MBC 제공,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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