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에버턴
토트넘 손흥민(오른쪽)이 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에버턴과 원정 경기에서 상대 드리블을 막아서고 있다. 캡처 | 토트넘 페이스북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예기치 않은 ‘3대 악재’에 토트넘 손흥민(24)이 흔들리고 있다. 침체에 빠졌다가 지난 달 29일(한국시간) 왓포드전에서 절묘한 힐킥으로 부활의 골(시즌 4호골)을 넣은 그가 새해 첫 경기에서 또다시 쓴맛을 봤다. 손흥민은 4일 영국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에버턴과의 원정 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24분 크리스티안 에릭센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내심 연속골을 기대했으나 경기 내내 상대 수비벽에 허둥지둥했다. 결과는 유효슛 0개. 1-1 무승부로 경기가 끝난 뒤 영국 축구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5.99를 매기면서 양 팀 통틀어 최저 점수를 줬다.

◇악재 하나:컨디션 난조

단순히 에버턴전 부진만 놓고 볼 게 아니다. 한 달 사이 손흥민의 입지는 크게 줄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5시즌을 보낸 손흥민은 줄곧 붙박이 주전 공격수로 뛰었다. 그러나 지난달 이후 치른 6경기 모두 후반 종반 교체로 뛰고 있다. 지난해 9월 이적 후 5경기 3골을 넣으며 골 갈증에 시달리던 토트넘을 깨운 손흥민이나, 족저근막염 부상, 재활을 거친 뒤 좀처럼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부상 복귀 후 치른 3경기에서 부진하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그의 임무를 ‘조커’로 바꿨다. 상대 수비가 지쳤을 때 손흥민의 장점인 빠른 발과 정확한 슛을 앞세워 효과를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민한 몸놀림, 반 박자 빠른 공 처리, 송곳 같은 슛 등 그의 장점이 이상하리만큼 자취를 감췄다. 이날 에버턴 수비진도 손흥민의 공격 패턴을 읽고 강하게 막아섰다. 더구나 분데스리가 시절 12월 말부터 한 달여 겨울 휴식기를 보내는 등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손흥민이다. 반면 EPL은 같은 기간 박싱데이를 시작으로 한창 순위싸움이 치열하다. 유로파리그 출전까지 병행, 숨 돌릴 틈이 없는 일정으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워하고 있다.

◇악재 둘:경쟁자 활약

아이러니한 건 손흥민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 팀과 경쟁자는 오름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400억의 사나이’로 불리며 화려한 토트넘에 입성한 손흥민에겐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초반 무득점에 시달린 원톱 해리 케인은 3개월 사이 13골을 몰아넣으며 확실한 해결사로 떠올랐다. 또 손흥민의 실질적인 경쟁자들이 포진한 2선에선 크리스티안 에릭센~델레 알리~에릭 라멜라가 완벽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특히 1996년생 신예 알리의 맹활약은 손흥민이 벤치로 밀려난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알리는 나이답지 않은 노련미와 뛰어난 기술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에버턴전에서도 0-1로 뒤진 전반 막판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문전에서 부드럽게 가슴으로 제어한 뒤 오른발 동점골을 터뜨리며 리그 5호골(3도움)에 성공했다. 가뜩이나 이날 손흥민과 대비되는 활약을 펼쳐 입지를 굳건히 할 것으로 보인다.

◇악재 셋:정신적 부담

스스로 부진을 씻어야 한다는 부담은 그라운드 곳곳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에버턴전에서 한 차례 슛 기회를 잡았으나 평소보다 준비 동작을 오래 하다가 상대 수비 몸을 때렸다. 가장 주목할 장면은 후반 막판 상대 수비수 존 스톤스와 볼 다툼이다. 스톤스가 위험 지역에서 공을 잡았을 때 손흥민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스톤스는 당황해하지 않고 좌, 우로 움직이며 현란한 개인기로 손흥민을 농락했다. 무게 중심을 잃고 공을 빼앗지 못한 손흥민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자책했다.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는 표현이다. ‘스마일 보이’로 불리며 축구장 안팎에서 늘 웃고, 즐기는 손흥민의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더구나 온전히 축구에만 집중해야 할 때 여자 연예계 스타와 열애설까지 불거지는 등 주변에서도 그를 둘러싼 여러 소문이 나돌고 있다. 여러모로 스스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평정심을 되찾는 게 우선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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