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카낭 스타디움
2016년 하계올림픽 개·폐회식 및 축구 결승전이 열릴 마라카낭. 리우데자네이루 |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악연의 땅, 남미에서 한국스포츠 저력을 펼쳐라.’

2016년은 남미 대륙에서 열리는 최초 올림픽, 제31회 리우 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해다. 그 동안 남미 대륙은 경제난 등으로 인해 올림픽과 거리가 먼 곳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는 정치 안정과 경제 호황을 두 축으로 삼아 개최 드라이브를 걸었고 ‘재수’ 없이 단 번에 유치에 성공했다. 첫 남미 올림픽, 종합 대회에선 미지의 곳인 브라질에서 열리다보니 세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 선수단은 그 동안 악연이 많았던 남미 땅에서 4회 연속 세계 ‘톱10’ 진입을 노리고 있다.

◇빈곤층 63%…올림픽 성공 개최 가능한가

리우 올림픽은 한 나라가 월드컵 개최 2년 뒤 하계올림픽을 바로 개최하는 첫 사례가 된다. 멕시코(1968년 올림픽·1970년 월드컵) 서독(1972년 올림픽·1974년 월드컵) 한국(1988년 올림픽·2002년 월드컵) 등 하계올림픽을 먼저 유치하고 그 다음 월드컵을 열었던 적은 두 차례 있었으나 순서가 반대인 적은 없었다. 브라질 정부는 2년 전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경기장 및 각종 인프라 건설에 무려 140억 달러(약 14조원)을 쏟아부었는데, 이는 국민들의 엄청난 저항을 불러오기도 했다. 브라질이 ‘축구의 나라’로 알려졌지만 막상 대회가 열리자 주요 도시에선 월드컵 개최 반대 시위가 끊이질 않았다.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하계올림픽 관련 경기장 및 인프라 건설 비용 역시 월드컵과 맞먹는 13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2억 브라질 인구 중 빈곤층은 무려 63%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먼저 열린 브라질 월드컵 때 실사단 파견 등을 통해 대회 준비 상황과 국민적 지지도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 이어 “늦장 공사 없이 대회가 개최 전까지 완벽하게 준비되길 바란다”고 브라질 정부 측에 촉구했다. 하지만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신용등급 하락 위기에 몰리는 등 최근 브라질에 닥친 불황이 국민적 반대로 연결돼 하계올림픽 성공 개최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새해를 앞두고 “브라질이 정치·경제적으로 어렵지만 리우 시민들과 국민들 지원을 받아 성공 개최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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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가 5일 영국 런던 그리니치파크 왕립 포병대 사격장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사격 남자 50m 공기권총에서 우승,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환호하고 있다. 런던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남미 징크스’ 떨쳐내고 4회 연속 ‘톱 10’ 일궈라

한국스포츠는 2012 런던 하계올림픽에서 역대 최다 금메달인 13개를 획득, 1988 서울 올림픽(4위) 이후 최고 순위인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9위, 2008 베이징 올림픽 7위에 이어 런던 대회 5위까지, 매년 두 계단씩 성장해나갔다. 그러나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독일 등 스포츠 강국들이 건재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순위 상승은 어렵다. 대한체육회도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내 4회 연속 10위 이내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2년 전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1무2패로 참패하고 물러나는 등 한국스포츠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남미 대륙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적이 거의 없다. 브라질은 비행기로 30시간을 이동해야하고, 시차도 12시간이나 난다. 계절도 정반대다. 한국 선수들 입장에선 컨디션 조절에서부터 최악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선수단은 전통의 메달밭을 잘 일궈내 ‘톱 10’을 지켜낸다는 각오다. 진종오(사격) 기보배(양궁) 양학선(체조) 박인비(골프) 안창림(유도) 이대훈(태권도) 김현우(레슬링) 신아람(펜싱) 등이 리우 하늘에 애국가를 울리게 할 기대주로 꼽힌다. 손연재(리듬체조)의 사상 첫 리듬체조 메달 획득 여부와 ‘추락한 스타’ 박태환(수영)의 재기 여부에도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런던 대회와 달리 브라질 사정 등이 열악해 한국 선수들을 위한 별도 훈련 캠프 설치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중간 기착지인 미국 등에서 시차 및 기후 적응 훈련을 철저하게 실시해 톱 10 달성에 문제가 없도록 모든 준비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 명소’에서 땀 흘릴 ‘세계적 선수들’

하계올림픽은 육상 경기장에서 개·폐회식을 치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리우는 다르다. 조직위원회는 월드컵 결승전이 두 차례나 열렸던 유서 깊은 축구장 ‘마라카낭’에서 개·폐회식 및 남자축구 결승전을 열고, 육상 종목은 후안 아벨란제 올림픽 경기장에서 별도로 치르도록 했다. 양궁은 매년 1월 지구촌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리우 카니발 개최 장소 ‘삼바드롬’에서 열도록 했다. 배구 세부종목인 남녀 비치발리볼은 세계적인 해변 코파카바나에서 벌이기로 하는 등 리우의 명소들이 전부 경기장으로 쓰인다.

세계적 스타들도 올 여름 리우에 집결할 태세다. 단거리 육상스타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3회 연속 3관왕(100m·200m·400m 계주)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수영에선 19세 ‘괴물 소녀’ 케이티 레데키(미국)가 자유형 및 계영에서 5관왕을 노린다.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남자 단식을 포함, 3개 전종목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조던 스피스(미국)와 제이슨 데이(호주) 로리 매킬로이(아일랜드·이상 남자) 리디아 고(뉴질랜드) 박인비(한국)가 펼칠 골프 남녀 라이벌전도 빼 놓을 수 없다. 르브론 제임스 등 NBA 스타들이 모인 미국 남자농구대표팀은 농구 인기가 많은 브라질에 많은 팬들 몰고다닐 전망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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