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LA 다저스는 클레이턴 커쇼와 잭 그레인키의 강력한 원투펀치를 앞세워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의 강자로 군림했지만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번번이 패착을 두고 있다.
사이영상을 거머쥔 그레인키를 지구 라이벌 애리조나에 뺏긴데 이어 데이비드 프라이스(보스턴), 조니 쿠에토, 제프 사마자(이상 샌프란시스코), 조던 짐머맨(디트로이트), 마이크 리크(세인트루이스) 등 프리에이전트(FA) 투수를 연달아 놓쳤다.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는 메디컬체크에서 이상이 발견돼 계약 직전 영입이 무산됐다. 해가 저물도록 절대 에이스 커쇼의 뒤를 받칠 투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누가 다저스의 제 2선발이 될지가 다저스를 둘러싼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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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현지 언론들이 류현진을 다저스 마운드의 ‘넘버2’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MLB닷컴, ESPN 등 주요 매체들은 연말을 맞아 각 구단별로 2016시즌을 예상하는 특집기사를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는데 이들의 공통적인 시각은 ‘내년 다저스의 성적은 류현진의 회복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는 것이다. MLB닷컴은 27일(한국시간) 거물급 투수 영입에 번번이 실패한 다저스의 분위기를 전한 뒤 ‘커쇼 뒤에서 그를 도와줄 선발 투수가 필요하다. 다저스엔 3명의 경험많은 베테랑 투수가 부상에서 복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험 많은 베테랑 투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거론된 이름이 바로 류현진이다. MLB닷컴은 ‘좌완 류현진은 지난 5월 이후 왼쪽 어깨 수술을 받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서 그의 복귀와 ‘제2 선발’로서의 활약을 기대했다. MLB닷컴이 류현진에 이어 꼽은 2명의 제2선발 후보는 브렛 앤더슨과 브랜던 맥카시였다.
ESPN도 같은 날 ‘류현진이 건강하게 복귀한다면 지구 우승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구 라이벌인 샌프란시스코가 쿠에토와 사마자를 데려갔고 애리조나가 그레인키를 영입하는 등 경쟁팀들의 마운드가 한껏 높아진 가운데서도 다저스의 손을 들어준 배경에는 류현진이 있었다. ESPN은 NL 서부지구를 분석하면서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의 예상을 바탕으로 ‘다저스가 95승 68패를 기록해 1위를 기록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87승 75패)가 2위, 애리조나(79승 83패)가 3위로 뒤를 이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시즌 92승 70패보다 오히려 더 나은 성적을 예상한 것이다. ESPN은 ‘다저스가 최악의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지만 세계 최고의 투수 커쇼가 있다. 그리고 류현진과 브렛 앤더슨이 300이닝,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5.1을 합작하면 큰 문제가 없다. 건강하게 던질 수 있다면 두 투수 모두 정말 좋은 투수’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복귀 및 활약 여부가 다저스의 1년 농사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이다. 류현진은 현재 한국에서 연말을 보내고 있으며 1월 중순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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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시장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는 다저스가 제2선발을 외부에서 영입할 가능성도 높다. LA타임스도 ‘어깨와 팔꿈치를 다쳤던 류현진과 맥카시가 돌아온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복귀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고 복귀한다고 해도 예전의 구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와 대만 출신의 FA 투수 천웨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카드가 마에다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ML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마에다는 미국에서 머물다 26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마에다가 귀국 직전 머물렀던 곳이 바로 LA다. 마에다는 25일 에이전트인 애덤 카츠와 함께 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해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등 구단 고위 관계자들과 직접 만났으며 구장 시설물들까지 찬찬히 들여다봤다. MLB닷컴도 몇몇 소식통을 인용해 ‘다저스가 마에다를 만났다’고 전한 뒤 ‘마에다를 잡기 위해서는 포스팅 비용 2000만 달러와 함께 5년 총액 8000만 달러 정도를 투자해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에다는 이번 시즌 히로시마 소속으로 29경기에 선발 등판해 15승 8패 방어율 2.09를 기록하며 센트럴리그 다승왕과 함께 사와무라상을 수상한 특급 투수다. 2010년에도 리그 다승왕과 탈삼진왕을 동시에 거머쥐며 사와무라상을 받은 적이 있다. 내년에 28살이 되는 젊은 나이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그레인키가 떠난 뒤 지나치게 좌완에 편중된 선발진의 컬러를 바꿔줄 수 있다는 점이 다저스의 관심을 듬뿍 받고 있는 배경이다. 마에다 없이 선발진을 꾸릴 경우 다저스는 커쇼, 류현진, 앤더슨, 알렉스 우드까지 왼손 선발만 넘쳐나게 된다. 일본 언론들도 이런 부분을 주목하며 마에다의 다저스행을 기정 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 매체들은 ‘다저스는 마에다 외에 다른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 같다. 해를 넘기기 전에 이적이 결정될 수도 있다’, ‘다저스는 과거 노모 히데오, 구로다 히로키 등 일본인투수들을 영입한 경험이 있다’ 등의 소식을 전하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과연 부상을 털고 돌아올 류현진이 커쇼와 원투펀치를 이루게 될지, 마에다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커쇼의 뒤를 받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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