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현준
포르투갈 리그에서 2년 연속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비토리아 세투발 공격수 석현준(오른쪽). 캡처 | 비토리아 세투발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한국의 즐라탄’ 석현준(24·비토리아 세투발)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만 18세 이른 나이에 유럽으로 건너간 뒤 산전수전을 겪었다. 마침내 7번째 시즌에 포르투갈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석현준은 16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에스타디오 도 본핌에서 열린 히우 아베와 타사 드 포르투갈(FA컵) 16강에서 전반 12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뒤 중앙으로 드리블 돌파한 그는 상대 수비가 뒤로 몰리자 감각적인 왼발 감아 차기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팀은 승부차기 접전 끝에 1-3으로 패하며 탈락했으나 석현준은 3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지난 6일 벨레넨세스와 리그 12라운드에서 멀티골을 잡아낸 그는 13일 강호 벤피카전에 이어 이날 FA컵까지 쾌조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인 세 번째 유럽리그 2연속 두자릿수 득점

석현준은 지난 시즌 나시오날과 비토리아 등 두 팀을 오가면서 10골을 기록해 생애 첫 유럽리그 한 시즌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올 시즌 리그 절반도 소화하지 않은 가운데 이미 10골(리그 8, 컵대회 2) 고지를 밟아 2년 연속 두자릿수 득점이다. 한국 선수가 유럽리그에서 연속 두자릿수 골을 넣은 건 차범근 전 수원 감독과 손흥민(토트넘) 이후 세 번째다. 차 전 감독은 1981~1982시즌부터 1985~1986시즌까지 5시즌 연속 달성했고,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3시즌 연속으로 해냈다. 물론 포르투갈 무대가 유럽 4대 빅리그(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하나, 유럽축구연맹 리그 랭킹 6위다. 빅리그 진출 교두보로 여길 만큼 차세대 재능이 경쟁하는 만만치 않은 무대다. 무엇보다 한국산 장신 공격수가 유럽 무대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긴 유랑은 끝났다…궁합 잘 맞는 포르투갈

석현준에게 가장 의미 있는 건 유럽 진출 이후 한 팀에서 처음으로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점이다. 지난 2009년 아약스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 선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듬해 생애 첫 국가대표에 뽑히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돌아온 건 슬럼프였다. 잦은 부상과 방황으로 설 자리를 잃었다. 흐로닝언(네덜란드)~마리티모(포르투갈)~알 아흘리(사우디) 등 팀을 옮겨 다니면서 ‘저니맨’ 이미지를 달았다. 하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포르투갈에 복귀한 그는 오로지 축구공 하나만 바라본 끝에 비토리아에서 확실히 눈도장을 받았다. 타 리그보다 중앙 공격수를 활용한 전술이 주를 이루는 포르투갈과 석현준의 궁합이 맞아 떨어졌다. 또 스스로 “과거 겉멋에 치우진 축구를 했다”며 마음가짐도 새롭게 하면서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70% 원정 골…이젠 빅리그가 주목한다

석현준은 어느덧 포르투갈은 물론, 빅리그에서도 관심을 두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를 비롯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일부 클럽이 석현준 영입에 나섰다는 소문이 나돈다. 포르투갈이나 네덜란드 등 중소리그 공격수에 대한 관심이 큰 4대리그여서 현재 기세를 유지하면 빅클럽 러브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석현준은 리그에서 8골로 이슬람 슬리마니(스포르팅 리스본)와 득점 공동 2위에 매겨져 있다. 11골로 선두를 달리는 조나스(벤피카)와 3골 차이다. 득점왕 경쟁을 벌이는 선수들은 대체로 리그 3위권 내 팀에서 뛴다. 반면 중위권에 있는 석현준은 이들 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올시즌 10골 중 7골을 원정경기에서 뽑아내며 공공의 적으로 떠오르고 있고, 최근 리그 강호 벤피카전 골 등 강팀을 만나서도 제 몫을 하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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