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센 언니’. 최근 들어 자주 접할 수 있는 단어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여성 스타들을 일컫는 말로, 내숭 따위는 없는 모습으로 남성팬들 뿐만 아니라 여성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면서 '걸크러쉬'(Girl Crush) 열풍을 몰고왔다. 걸크러쉬는 사전적으로는 '여자가 여자에게 충격을 받는다'는 의미로, 트렌디하게는 '여자가 여자에게 반하는 것'을 뜻한다.


걸크러쉬는 갑자기 나타난 열풍은 아니다. 최근 들어 자주 사용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닮고 싶다’라는 개념의 ‘워너비’라는 단어가 걸크러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워너비’가 단순히 동경하는 대상의 생활 방식 등을 닮고 싶어하는 것이라면, 걸크러쉬는 워너비의 개념에 팬심이 결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걸크러쉬’에 대한 개념을 남성에 대입한다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 등 운동선수들에 흠뻑 빠져있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걸크러쉬 열풍의 시작은 이효리와 투애니원에서 비롯됐다. 이효리와 투애니원의 공통점은 ‘불꽃같은 카리스마’로 이들은 최근 방송된 엠넷 ‘언프리티랩스타’의 ‘센 언니’들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과거 걸그룹이 청순하고 순수한 이미지였다면 이효리와 투애니원은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솔직하고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줘 많은 여성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효리가 결혼 후 활동을 하지 않고 있고, 투애니원 역시 활동이 적어지면서 ‘걸크러쉬’는 다시 ‘워너비’의 개념으로 돌아갔다. 이때 다시 ‘걸크러쉬’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엠넷 ‘언프리티랩스타’였다.


여성 래퍼들이 매회 살벌한 김장감이 맴도는 경연이라는 서바이벌 속에서 상대를 이기기 위해 자신의 진심을 담은 랩이나 상대를 저격하는 디스 랩을 선보인다. 래퍼들의 촌철살인 같은 랩에 시청자들은 통쾌함을 느끼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언프리티랩스타’를 통해서는 제시와 치타 같은 ‘센 언니’들이 확실한 지지를 받으면서 ‘대세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제시는 노래 제목대로 ‘쎈언니’ 콘셉트로 컴백해 여성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언프리티랩스타’를 기점으로 다양한 방면으로 걸크러쉬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의 ‘여군특집’에서는 혹독한 군생활을 견뎌내면서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는 여성들이 팬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박하선, 김소연 등은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고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으며, 걸스데이 혜리는 귀여운 외모 속에 감춰진 악바리 근성과 애교로 ‘대세스타’로 발돋움했다.


걸그룹은 음악 방송 무대와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을 통해 각자의 매력을 발산했다. 대표적인 것이 나인뮤지스의 자체 제작 리얼리티 ‘나뮤캐스트’와 MBC 에브리원 ‘EXID의 쇼타임’, ‘에이핑크의 쇼타임’, QTV ‘포미닛의 트래블 메이커’ 등이 있다. 이들은 방송 무대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털털한 모습을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이며 많은 여성들을 ‘입덕'(덕후 생활에 입문한 것)하게 했다.


또한 남성성을 표현하면서 여성팬들의 팬심을 자극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에프엑스의 엠버와 마마무의 문별이다. 데뷔 초부터 남자 같은 외모와 스타일이던 엠버는 최근 ‘진짜사나이’에서 매력을 뽐냈고, 누구보다 털털하고 순수한 캐릭터로 사랑을 받고 있다. 마마무 문별은 마마무의 인기에 날개를 달아준 ‘음오아예’ 뮤직비디오에서 남장을 했는데, 이 남장이 엑소 시우민과 비투비 민혁을 닮은꼴로 유명해지면서 여성팬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과거 ‘오빠부대’에서 보이듯 여성들의 팬덤 문화는 확실한 힘을 지녔다. 여성팬들은 남성팬들에 비해 충성도가 높으며, 팬덤의 하위 문화를 형성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여성팬들이 많다는 것은 여성 스타들에게 있어 같은 여자에게도 인정받았다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뉴미디어팀 장우영기자 elnino8919@sportsseoul.com


사진=스포츠서울 DB, 이효리 팬카페, 나인뮤지스 EXID 마마무 제시 페이스북, 혜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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