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김정환 역으로 분한 배우 류준열의 매력이 안방극장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소꿉친구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소년의 모습을 현실감 있고 섬세하게 표현한 류준열은 시청자, 특히 여성 팬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으며 요즘 가장 핫한 '대세남'으로 등극했다.


벌써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수식어까지 생긴 그는 '응팔'에서 자신에게 맞는 옷을 제대로 입었다. 무뚝뚝하고 무심한 성격이지만 친구들과 가족들, 짝사랑 상대인 덕선을 누구보다 걱정하며 그 마음을 헤아리는 의외의 세심함을 지닌 정환은 반전 매력을 갖춘 인물이다. 그리고 전형적인 미남이 아니라 쌍꺼풀 없는 눈에 개성 강한 외모가 강점인 류준열은 그 덕분에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인 정환 역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 지난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정우 분)역을 연상케 하며 이른바 '츤데레'(겉으로는 까칠하지만 뒤에서 챙겨주는) 캐릭터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류준열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의 지난 작품을 돌아봤다.



류준열의 공식적인 데뷔작, 지난 3월 15일 개봉한 영화 '소셜포비아'는 SNS에서 벌어진 마녀사냥으로 인한 한 사람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파헤쳐 가는 SNS 추적극이다. 자살한 한 여자의 죽음으로 각기 다른 계층의 사람들의 모습을 비춘 이 무거운 작품 속에서 류준열은 인기 BJ 양게 역을 맡아 누구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몸에 달라붙는 배기바지부터 화려하기 그지없는 머리띠 등 난해한 패션으로 시선을 강탈한 그는 102분 속 상영 시간 동안 주연만큼 눈에 띄는 '신 스틸러'였다.


'소셜포비아'를 연출한 홍석재 감독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색다른 매력을 가진 이 신예에 대해 "오디션을 볼 때 이미 양게 캐릭터는 완성이 되어있었던 것 같다. 양게 역할을 하기 위해 태어난 배우 같았다"며 "촬영할 때 양게가 너무 튀는 것 아닌가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편집하면서 그저 '준열 씨 사랑해요'만 외쳤던 기억이 난다"고 극찬했다.


또한 류준열은 지난해 10월 8일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소셜포비아'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아프리카 방송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직접 시청해보니 굉장히 빨리 빠져들었다. 3일 정도 재밌게 보다 보니 유명해지기 위해선 배우보다 BJ가 더 빠를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 신인답지 않은 능청스러움을 보이기도 했다.



1986년생으로 올해 30세, 계란 한판을 꽉 채운 류준열은 신인이라기엔 비범한 연기력을 가지고 있다. 배우로서는 다소 늦은 나이인 서른에 이름을 알린 류준열의 데뷔 이전 '비공식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


지난 2013년 성균관 대학교 영상학과의 졸업작품 '이코노믹 러브'에서 주인공의 연애를 코치해주지만 이론만 빠삭한 연애 못하는 친구. 종일 가벼운 말투에 치아에 교정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류준열의 모습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적인 캐릭터다. 또 다른 단편 영화 '미드나잇 썬'은 구화교육을 받은 청각장애인 남매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룬 작품으로 러닝타임이 23분인 짧은 영화지만 제15회 장애인 영화제 우수상, 제1회 가톨릭 영화제 장려상 등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각종 연극과 단편영화로 쌓은 내공으로 스크린을 경험해본 류준열은 신인답게 다양한 장르에 진출했다. 지난 6월 종영한 KBS2 '프로듀사'에서 김수현의 방송국 입사동기 역을 맡아 안방극장에 잠깐 얼굴을 내밀었으며 지난해 9월 발매된 클래지콰이의 '내게 돌아와'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남자 주인공 역을 맡기도 했다. 위아래로 분할된 화면을 통해 남녀 주인공이 재회하는 것처럼 독특하게 연출된 영상에는 대사 없이도 전해지는 솔직한 감정선이 돋보였다.


류준열의 치명적 매력을 알아본 것일까. 지난 7월 8일 최민식, 설경구, 이정재, JYJ 등 쟁쟁한 스타들이 속한 대형 기획사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는 류준열과 전속계약 소식을 전했다. 씨제스 측은 "개성 넘치는 연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배우 류준열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올 하반기 '응답하라 1988'을 시작으로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속사의 말대로 류준열은 '응답하라 1988' 이후에도 쉬지 않고 달릴 예정이다. 류준열은 내년 2월 개봉 예정인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조연 '지훈' 역을 맡았으며 엑소 수호가 출연해 화제가 된 영화 '글로리데이'에서는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지난 21일 방송된 '응답하라 1988' 6회에서 동네 친구 덕선(혜리 분)을 향한 본격적인 짝사랑을 예고한 류준열은 1980년대 감성과 학창시절 서툴지만 순수했던 첫사랑의 아련함을 잘 그려내고 있다. 정신없고 화려한 인기 BJ부터 누군가를 가슴에 품은 풋풋한 소년의 모습까지 어떤 역할이든 완벽하게 소화한 류준열이 또 어떤 무심한 매력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지 주목된다.


뉴미디어팀 김수현 기자 jacqueline@sportsseoul.com


사진=tvN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스틸컷, 뮤직비디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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