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지난 주말 안방극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배우'는 뜻밖에도 22일 방송된 MBC '내 딸, 금사월'에 카메오 출연한 '국민MC' 유재석이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들의 24시간을 빌려주는 대신 기부금을 받아 사회에 환원하는 '무도드림' 특집의 일환으로 정준하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선데 이어 유재석이 22일과 29일 '내 딸, 금사월' 방송분에 출연하는 것. 유재석이 점 하나 찍고 나와 1인3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무한도전' 멤버들의 정극 도전기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MBC '이산'을 시작으로 '내조의 여왕' 등에 출연한 바 있는 '무한도전' 멤버들은 지난 9월 추석특선영화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의 더빙을 맡아 목소리 연기력을 뽐내기도 했다. 콩트처럼 단순히 웃기기 위한 연기가 아닌 진짜 '연기'에 도전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정극 도전기를 살펴보자.



무한도전 정극 도전의 시초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3월 '무한도전' 멤버들은 배우 김수로, 정수영의 지도 아래 정통 연기에 도전했다. 당시 배우보다는 예능인으로 더 각광받던 김수로의 등장에 '정극 특집이 아닌 콩트 특집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기우에 불과했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연출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무한도전 멤버들은 대사 톤, 감정신, 움직임 하나하나 디테일한 부분까지 지도를 받으며 연기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이후 이효리와 함께 드라마 '로맨스'를 촬영한 멤버들은 앞선 지도를 바탕으로 정통 연기에 나섰고, 사랑 연기는 물론 웃음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어찌보면 '정극'이라 표현하기엔 다소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으나, 연기를 향한 멤버들의 자세 만큼은 높은 점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로맨스'를 통해 정극의 맛을 본 멤버들은 이후 진짜 정극 도전에 나섰다. 2008년 1월 방송된 '박반장의 무한도전' 특집에서 멤버들이 MBC '이산'의 카메오로 짤막하게나마 출연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박명수는 주모에게 농을 거는 배역으로 유일하게 대사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잦은 NG로 인해 결국 유재석에게 대사를 넘기게 됐고, 유재석은 박명수와는 달리 단번에 OK 사인을 이끌어내며 스태프의 박수를 받았다.


이렇게 '무한도전' 멤버들의 정극 도전기가 시작되면서 연기 스케일 또한 점점 확장됐다. 멤버들은 2009년 당시 전국 평균 시청률 22.1%(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특히 당시 면접자로 등장한 유재석은 "공시, 고시란 고시는, 다, 다시 한 번, 해야겠네요"라고 실수를 연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멤버들의 정극 도전은 올해 들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9월 방송된 '추석특집 주말의 명화'에서 멤버들은 영화 '비긴 어게인(Begin again)' 더빙에 도전하며 성우로 변신해 목소리 연기에 나섰다. 안지환, 박선영, 이우신 등 유명 성우들의 지도하에 더빙에 도전한 멤버들은 바쁜 스케줄에도 영화를 보며 대본 사이사이에 배역의 디테일을 빼곡히 메모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영화 '테드: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테드 역)', '잠베지아: 신비한 나무섬의 비밀(하롱이 역)', '산타의 매직 크리스탈(요타 역)' 등 다수의 애니메이션 더빙으로 나름의 연기력을 갖춘 하하가 주인공 댄(마크 러팔로) 역을 맡아 완성도 높은 연기를 펼치며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유재석(데이브·애덤 리바인), 정준하(스티브·제임스 코든) 등도 거부감 없는 연기력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지난 21일 방송된 '무도드림' 특집에서 2000만 원의 출연료로 '내 딸, 금사월'에 낙찰된 유재석은 드라마에서 천재 화가, 허당 비서, 톱스타 역 등 1인 3역에 도전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자신의 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은 그동안의 방송 내공을 앞세워 빼어난 정극 연기를 선보였다.


유재석은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은 존재감으로 더욱 빛을 발했다. 괴상한 복장으로 대걸레에 물감을 묻혀 벽에 그림을 그리던 유재석은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반전 매력을 과시했다. 유재석 덕분에 '내 딸, 금사월' 시청률은 전 주 대비 2.8% 상승한 26.7%를 기록하며 '유재석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내 딸, 금사월' 측은 유재석이 오는 29일에 다시 한 번 출연한다고 예고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무한도전 멤버들의 정극 도전이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무한도전 멤버들은 평균 10년 이상의 방송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탄탄한 내공이 쌓인 것"이라며 "예능 뿐만 아니라 영화 더빙, 뮤지컬, 시트콤 출연 등으로 연기 실력도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고 전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정극 도전은 화제와 시청률 등 파급 효과로 출연 프로그램에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비긴 어게인'의 경우 '로스트 스타(Lost Star)', '노 원 엘스 라이크 유(No One Else Like You)' 등 노래가 음원차트 역주행에 성공했고, '내 딸, 금사월'의 경우 시청률이 3% 가까이 오르며 유재석 출연 효과를 제대로 봤다.


뉴미디어팀 김도형기자 wayne@sportsseoul.com


사진=MBC 제공,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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