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박미선, 이경실, 송은이, 김숙, 김지민, 신봉선, 이국주 등 많은 개그우먼들이 예능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개그우먼 춘추전국시대'를 연 가운데 그 중에서도 최근 개그우먼 박나래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수년 간 공개 코미디로 내공을 쌓은 그는 데뷔 10년 만에 자신의 진가를 여지없이 뽐내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985년 10월 출생으로 올해 만 30살이 된 박나래는 지난 2006년 KBS 21기 공채로 정식 데뷔했다. 그해 공개 코미디의 시초인 KBS2 '폭소클럽 2'의 단역으로 개그계에 발을 디딘 그는 '개그 사냥', '개그 콘서트'의 '패션 NO.5', '폭탄스', '슈퍼스타 KBS' 코너에 출연하며 개그우먼으로 인지도를 높여갔다. 개그 인지도 뿐만 아니라 외모 가꾸기에도 힘쓴 그는 지난 2008년 "여자답게 살고 싶었다"며 성형 사실을 당당히 고백, 네티즌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프로라면 본업은 물론 외모까지 가꿔야 한다고 생각한 박나래는 그렇게 대중의 '어릿광대'가 되어 더 독하게 뛰고, 기고, 구르며 '웃음을 전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개그에만 집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뷔 초중반 대중들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다.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원래는 연기자가 꿈이었지만, 주변의 권유로 우연한 기회에 개그우먼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힌 그는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어느 순간 대중들이 웃음을 터뜨릴 때 희열보단 회의감이 더 크게 몰려왔다. 예상치 못한 비난과 손가락질에 남 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개그에 대한 회의가 종종 몰려오기도 했지만 박나래에게 개그는 '천직(天職)'이었고, 버릴 수 없는 '업'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상파의 굴레를 조금 벗어나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케이블채널로 발길을 돌렸다. 2012년 tvN 개그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 시즌3'의 '썸&쌈'을 시작으로 '요상한 민박집', '초저가 항공' 등에 출연하며 대중의 마음을 조금씩 연 그는 지난 7월부터 '중고&나라' 코너를 통해 마동석, 김구라, 김상중, 혁오 등 기막힌 분장개그로 '인간 복사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개그계의 대세로 급부상했다. 동료들 사이에선 이미 소문난 재주꾼이던 그가 이를 통해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분장 개그'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9월 23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박나래는 이날 방송에서 개그계의 진정한 탕아로, '19금 개그의 황태자' 개그맨 신동엽과 맞먹는 아찔한 발언으로 안방극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특히 즉흥 애드리브로 김구라의 기대에 부응했으며, 안양 예술고등학교, 상명대학교 연극과 출신다운 반전 연기력을 선보이며 또다른 매력을 어필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힘입어 국내 최정상 예능 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에까지 출연한 박나래는 지난 17일 방송된 '바보전쟁, 순수의 시대' 특집에 '뇌순녀' 5호로, 그야말로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었다. 클럽에서 디제이(DJ)로도 활동 중인 그는 '바보 어벤져스' 멤버들의 댄스 신고식에서 골반을 격하게 튕기는 이른바 '활력 발사' 댄스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의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가수 간미연의 노래인 '파파라치'에 맞춰 방송인 홍진경과 춤을 춘 그는 팔꿈치로 이엔지(ENG) 카메라를 흉내내며 데뷔 10년 차 개그우먼의 내공을 뽐냈다.


'라디오스타', '무한도전' 등 지상파의 내로라하는 프로그램의 후광을 등에 업은 박나래는 최근 '예능은 콘텐츠 경쟁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까지 접수하며 대세 굳히기에 나섰다. 내일(31일) 방송되는 '마리텔'에서 그는 절친 동료 장도연과 함께 '코미디 빅리그'에서 선보여 화제를 모은 분장 개그를 콘셉트로 한 '박장대쇼'를 진행한다. 이미 지난 25일 진행된 생방송 녹화에서 둘만의 특급 케미를 선보이며 큰 화제를 낳았는데, 본방에서 '마리텔'의 기발한 편집과 만나 얼마나 신선한 재미를 선보일지 벌써부터 이목을 끌고 있다.



이처럼 지상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인기를 끌고 있는 박나래에 대해 많은 이들은 '시대가 변하면서 그의 개그가 인정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 말도 일부 맞겠으나, 그보다는 박나래의 한결같은 노력이 바탕이 됐다. 그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늘 '신인'의 자세로 프로그램에 임했고, 개그를 향한 열정과 패기를 마음 속에 지니고 다녔다. 뿐만 아니라 그 밑바탕에는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피나는 노력'이 수반되고 있었다.


지난 27일 방송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나래는 "항상 사람은 때가 있다",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은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다 안 웃어도 나를 보고 한 사람만 웃어준다면 그 사람을 보고 끝까지 개그를 하겠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때 그의 목소리에는 개그를 향한 열정과 진심이 묻어났다.


이날 "최근 인기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면서 주변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나 많아졌다"고 밝힌 박나래는 대중의 사소한 한마디에 요즘 큰 감동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인기, 어떤 때 확 느껴집니까"라는 질문에 "예전에는 지나가면 많은 분들이 '걔 아니야, 걔?'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셨는데, 요새는 '잘 봤어요, 박나래 씨'라고 이렇게 말씀해주신다. 그게 너무 감사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뉴미디어팀 김도형기자 wayne@sportsseoul.com


사진=방송화면 캡처, 박나래 SNS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