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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
때로 실시간 음원 차트 1~100위를 살펴봐도 딱히 마음에 와닿는 노래를 만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인디 음악에 귀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올해 초 만난 한 뮤지션은 단언했다.“홍보-마케팅이 열악해서 알려질 계기가 없을 뿐이지 국내 인디신에 정말 다양하고 훌륭한 뮤지션이 많다. 둘러보면 반드시 자신과 색깔이 맞는 아티스트, 음악을 발견할 수 있다. 인디 음악을 들어야 할 이유? 안 들으면 손해다.”올해 20주년을 맞이한 국내 인디 음악의 폭과 깊이는 생각보다 넓고 깊다. 가요 기획사가 중심이 된 메이저 시장에 비해 제작과 유통방식이 소박하지만 기존 가요 못지 않은 ‘대중성’을 지닌 팀도 많고, 대안이 될 만한 또는 실험적인 팀도 차고 넘친다. 단지 홍보 수단이 다양하지 못해 자신들의 노래를 PR하지 못하는 인디 팀들이 직접 자기 자신, 자신들의 노래와 앨범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번에 소개할 팀은 최근 인디신 뿐 아니라 가요계 전체가 주목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우효다. 지난해 데뷔해 동료 뮤지션과 팬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우효는 최근 첫 정규앨범‘어드벤처(Adventure)’를 발매했다. 타이틀 곡 ‘K드라마’와 ‘아마도 우린’을 포함해 총 11곡이 수록돼 있는데 모두 직접 작사 작곡했다. 참여 뮤지션의 면면도 화려하다. 지난 싱글앨범으로 인연을 맺은 필터(Philtre)를 비롯해 한국 일렉트로닉의 장인 퍼스트에이드(First Aid), 밴드 디어클라우드 리더 용린, 십센치의 공동프로듀서 요한(E;glue), 힙합 대표주자 더콰이엇(The Quiett) 지난 정규앨범 ‘2’ 참여로 인연을 맺은 프라이머리 등이 우효의 앨범에 힘을 보탰다.다음은 유학 중인 우효가 런던에서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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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싱어송라이터 우효입니다.
저는 93년생이고 현재 런던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저의 첫 정규앨범 ‘어드벤처’가 발매되었어요. 작년 5월에 EP앨범 ‘소녀감성’으로 여러분께 처음 인사드리게 되었는데 이렇게 또 여러분께 다가갈 기회가 생기게 돼서 정말 기뻐요. 이번 앨범은 총 11개의 트랙으로 구성돼 있는데 대부분 최근 1~2년 사이에 만든 곡들이에요. 한국에서 만든 곡도 있고 방학중에 스페인에서, 학기중에 영국에서 만든 곡들도 있어요. 이번 여름 방학 기간 동안 서울에서 편곡, 녹음, 믹싱 등의 후반 작업을 해서 완성했습니다.
이 앨범은 저의 현재를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앨범인 것 같아요. 소녀감성은 청소년기의 다이나믹한 내면의 변화들을 표현한 앨범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덜 감정적인 대신 더 적극적이고 거침없이 저의 가치관과 신념을 얘기하는 앨범이에요.
한곡 한곡에 담긴 저의 의도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안녕’과 ‘아마도 우린’은 나와 연인 사이에 애틋한 감정은 사라졌지만 계속 함께하고 싶은 의지는 남아있는 상태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랑은 그저 상대방이 사랑스러워서 같이 있고 싶은 느낌만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서 함께 하기로 선택하는 용기와 의지에 더 가까운 개념인 것 같아요.
‘스쿨버스’와 ‘K드라마’ 역시 사랑에 대한 (귀여운) 정의를 내려주는 노래들이에요. ‘사랑은 부족하고 연약한 내가 너를 위해서 강해지기로 결심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고, 나의 만족이 아니라 너의 행복을 위한 희생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라는 메세지를 담고 싶었어요.
‘UTO(Unidentified Travel Object)’는 어떤 4차원적인 소녀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벗어나서 용감하게 모험을 떠난다는 슬프지만 희망찬 노래입니다. 환경이나 상황이 주는 압력에 굴하지 않고 순수함, 소신, 믿음을 지켜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ENTS(Everyone Needs The Sun)’는 우리는 모두 살아가는 목적이 필요하고 그 목적이 되어줄 존재를 항상 갈망하고 있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어요. ‘Grace’는 그 목적을 상실해서 방황하고 있는 사람에게 돌아오라고 따뜻하게 손짓하는 가사를 담았어요.
마지막으로 여러분과 ‘어드벤처’라는 앨범을 함께 나누고 싶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싶어요. 저는 성격이 급해서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미리 판단하고 빨리 그 일에 대한 고민, 기다림, 노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하는 안 좋은 습관이 있어요.
빨리 지나쳐가야 나를 위한 진짜 모험을 다른 곳에서 시작할 수 있을 거란 착각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데 내 앞에 주어진 사소하거나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운 일 속에 내가 원하는 모험으로 날 이끌어줄 지름길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요즘 많이 느끼고 있어요. 행복은 가장 평범하고 수수한 모습으로 조용히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매력없게 다가올진 몰라도 어쩌면 오래 전부터 여러분을 기다려왔고 여러분을 위해 계속해서 준비되고 있는 삶의 소중한 ‘어드벤처’들을 발견하고 놓치지 않는 하루하루가 되길 바래요.
정규1집까지 함께해주신 모든 팬과 뮤지션분께 다시한번 마음을 담아 감사드립니다.
우효 씀.
monami15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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