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큰 그릇을 빚으려면 오랜 세월이 걸린다'는 뜻의 사자성어 대기만성(大器晩成). 요즘 연예계는 그야말로 '대기만성형' 스타들이 줄을 잇고 있다. 길게는 10년 가까이 눈물 젖은 빵을 삼키며 꿋꿋이 견뎌내 마침내 꿈을 이룬 스타들이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긴 무명 생활 끝에 이름을 알린 가수 황치열의 옥탑방 싱글 라이프가 전파를 탔다. 10년 전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구미에서 서울로 상경한 황치열은 반지하에서 시작해 지인 집, 동굴 같은 언덕 집을 전전하며 지금의 옥탑방에 정착했다. 무려 10년 동안의 무명 생활을 거친 그는 지난 3월 방송된 엠넷 예능 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를 통해 '임재범이 인정한, 전 인피니트 보컬 리스트'로 이름을 알렸고,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다.


그에게 10년이란 무명 생활은 포기하고 싶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를 꿋꿋이 견뎌낼 '초긍정의 사고'가 밑바탕에 있었다. 그는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더 잘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도 내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열심히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마음에 품고 살아왔다. 가수로 빛을 보기까지 햇수로 10년이란 세월이 걸렸으나, 이제 발동이 걸린 황치열은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



같은 날 방송에서는 개그우먼 이국주의 싱글 라이프도 소개됐다. 오랜 자취 생활 경력을 가진 이국주는 집안 곳곳의 인테리어는 물론 살림까지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2006년 MBC 15기 공채 개그우먼으로 데뷔한 그는 좀처럼 주목을 받지 못한 채 그저 그렇게 사라질 개그우먼 중의 한 명으로 버텨왔다. 그러던 지난 2011년 tvN 개그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로 자리를 옮기게 됐고, 그렇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는 물 만난 고기마냥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끼를 무한 발산했다.


이국주는 이 프로그램에서 김보성을 패러디한 '으리'와 "비겁하다. 욕하지 마 더러운 뒷골목엔 맛집이 많지요"와 같이 센스가 돋보이는 '식탐송'을 선보이며 대세 개그우먼으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도부터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한 그는 '제21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개그부문 인기상'을 시작으로 이듬해 같은 시상식에서 개그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제51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예능상을 받으며 명실상부 최고의 개그우먼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4월에는 FNC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며 소속사의 든든한 지원 아래 이국주만의 독보적인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이렇게 긴 무명생활을 거쳐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황치열과 이국주 등이 화제가 되면서 이들처럼 뒤늦게 빛을 본 스타들의 면면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중에서 '국민 MC' 유재석은 대기만성 스타의 대표격이다. 1991년 공영방송 KBS에서 주최한 '제1회 대학개그제'에서 최승경과 함께 장려상을 받으면서 데뷔한 그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리는데 무려 8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데뷔 후 뚜렷한 고정출연작 없이 방황하다 군에 입대한 유재석은 제대 후 1999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KBS2 토크쇼 '서세원 쇼'의 '토크박스'를 우연한 기회에 맡으면서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후 힘찬 날갯짓을 하기 시작한 그는 KBS2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 MC대격돌 공포의 쿵쿵따', MBC '목표달성 토요일-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 등을 진행하며 자신의 입지를 만들어나갔고, 현재 지상파 방송 3사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KBS2 '해피투게더3'를 이끌며 후배들의 롤모델 겸 귀감이 되고 있다.



MBC 인기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민하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는 고준희 역시 뒤늦게 빛을 본 경우다. 고준희는 2001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교복을 맞추러 갔다가 교복 모델 제의를 받고 'SK 스마트 교복 모델 선발대회'에서 금상을 타면서 연예계에 데뷔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경희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하며 본격적인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03년 MBC '나는 달린다'를 시작으로 SBS '건빵선생과 별사탕', MBC '종합병원2', KBS2 '추노' 등에 출연하며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큰 키와 미모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고준희의 배우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묘하게도 헤어스타일이었다. 2012년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단발의 대명사', '단발 여신'이라는 애칭을 받으며 많은 여성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후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에 특별 출연하며 조금씩 개성을 드러낸 그는 지난해 SBS 드라마 '야왕', 옴니버스 영화 '결혼전야'에 출연하며 매력 만점 스타일과 안정된 연기력을 인정 받았고, 이제는 2030여성들이 특히 좋아하는 워너비 스타로 성장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 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조정석도 뒤늦게 빛을 본 스타 중 한 명이다. 사실 그는 지난 2004년 공연계에 먼저 데뷔한 12년차 베테랑 배우다. 조정석은 그동안 '호두까기 인형', '그리스', '헤드윅' 등 인기 작품에 출연하면서 틈날 때마다 영화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8년 동안 번번이 오디션에서 낙방하던 중 2013년 그는 운명처럼 납득이를 만나게 됐다.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늘리고, 개성 넘치는 애드리브를 발산하며 조정석은 10년 무명 생활을 떨쳐냈다.


이후 조정석은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 속 왕실 근위 중대장 은시경 역에 이어 영화 '관상', '역린' 등에서 활약하며 충무로의 떠오르는 샛별이 됐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까칠하면서도 다정한 셰프 강선우 역으로 박보영과 열연하며 여성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1월 가수 거미와 열애 사실이 알려진 그는 '일과 사랑'을 두루 이루고 흐뭇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뒤늦게 빛을 본 스타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분야에서 '노력'과 '자기계발'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또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理想)'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나가는 추진력을 갖췄다. 한 방송관계자는 "데뷔와 동시에 스타로 사는 극소수 별이 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연예계에는 노력하고, 버텨내 끝내 별을 따낸 이들이 적지 않다"면서 "연예계 속설에 '뜰 사람은 뜬다'는 말이 있는데, 어쩌면 이는 당연한 '결과물' 일 지 모른다"고 말했다.


뉴미디어팀 김도형기자 wayne@sportsseoul.com


사진=스포츠서울 DB,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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