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홈런왕\' 박병호, 가을야구에도 홈런은 계속 된다
[잠실=스포츠서울 최승섭기자] 10일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넥센의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렸다.넥센 박병호가 6회초 2사 좌중월 홈런을 날리고 있다. 2015. 10. 10.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정욱 체육2팀장] 프로야구 ‘가을 축제’가 열리고 있다. KBO리그는 지난 6일 정규시즌을 끝낸 뒤 곧바로 7일부터 포스트시즌에 돌입했다. 단 하루의 휴식도 없이 정규시즌에서 포스트시즌으로 이어지는 숨가쁜 일정 사이에 큰 ‘이벤트’가 있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최우수신인에 대한 기자단 투표다. 올해도 준 플레이오프(PO) 2차전이 열린 11일, 경기 전에 잠실구장 기자실에서 투표를 실시했다.

MVP와 신인왕을 둘러싼 논쟁은 시즌 내내 계속 됐고, 시즌 막바지와 투표일을 앞두고는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그만큼 치열했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MVP는 넥센 박병호와 NC 에릭 테임즈, 신인왕은 삼성 구자욱과 넥센 김하성의 2파전으로 좁혀진 상황이다. 특히 MVP 경쟁은, 박병호가 사상 첫 2년 연속 50홈런과 한 시즌 최다 타점 등 기록을 쏟아내고 테임즈도 사상 첫 한시즌 두 차례 사이클링 히트에 이어 전대미문의 ‘40홈런-40도루’ 대기록을 달성하면서 더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 주 야구기자들의 한 모임에서도 ‘박병호-테임즈 MVP 논쟁’은 빼놓을 수 없는 화두였다. 테임즈가 지난 2일 문학 SK전에서 첫 ‘40-40클럽’을 개설한 뒤 며칠 지나지 않은 때였다.

그 때 주고받았던 MVP 논쟁의 주요 쟁점은 대략 이렇다. ‘테임즈가 40-40클럽의 대기록을 달성했다고 MVP 수상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문제제기부터 시작됐다. 한 포털사이트에 실린 ‘MVP는 어차피 테임즈’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도 언급됐다. 또 ‘테임즈의 수상은 당연하다’는 주장과 ‘박병호가 역차별을 받는 것은 아닌가’라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하나씩 풀어보자. 박병호와 테임즈 가운데 누가 더 유력한 MVP 후보인가라는 근본적 접근부터 해보자. 참 어렵다. 우선 누가 받아도 무방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결론이다. 두 선수 모두 올시즌 양산한 대기록과 개인 성적은 MVP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다. NC 김경문 감독이 오죽했으면 “공동 수상으로 하면 어떨까”라고 말했겠는가. 그러나 어쩌겠는가. 투표 행위는 ‘어차피’ 한 명만을 골라야한다. 정치 선거에서 마땅한 후보를 고를 수 없을 때 차선의 선택을 한다지만, KBO리그 MVP는 최상의 후보가 두 명이나 돼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행복한 고민이다. 완벽한 두 후보 가운데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한다. 하나라도 더 나은 점을 찾아 ‘플러스 투표’를 하는 것이다.

[SS포토]40-40 달성한 테임즈, \'넘치는 감격이여~\'
테임즈가 2루 베이스를 들고 자신의 기록을 자축하고 있다. 이주상기자.rainbow@sportsseoul.com

쟁점을 하나씩 따져보자. 테임즈의 ‘40-40’은 위대한 업적이다. 그렇다고 MVP의 필요 충분 조건은 아니다. ‘40-40’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만 호세 칸세코(1988년) 배리 본즈(1996년) 알렉스 로드리게스(1998년) 알폰소 소리아노(2006년) 등 단 4명이 달성했다. 이들 가운데 MVP를 받은 선수는 칸세코 뿐이다. 칸세코는 1998년 오클랜드 소속으로 그해 홈런·타점·장타율(0.569)에서 전체 1위에 올라 아메리칸리그 MVP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앞서 ‘30-30클럽’에 먼저 가입했던 5명의 선수 가운데 1996년 첫 클럽 개설을 비롯해 세 차례나 기록을 작성한 박재홍뿐 아니라 누구도 MVP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는 없었다. 사이클링 히트도 앞서 16차례 기록 작성자 가운데 MVP를 받은 선수는 없다.

그럼에도 테임즈는 MVP를 받을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그는 타격 1위를 비롯해 득점·출루율·장타율까지 4관왕에 올랐다. 홈런과 타점 등 2개 부문에서 1위에 오른 박병호에 수적 우위에 있다. ‘테임즈 절대론’을 내세우는 이들의 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반론이 있다. 타격 주요 3개 부문을 휩쓸었을 때 지칭하는 ‘트리플 크라운(홈런·타점·타율)’만 따져보면, 박병호가 2개를 차지했다. 숫자만이 아니고 무게감까지 따지면 박병호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타자와 클러치히터의 지표인 홈런·타점 부문에서 사상 처음 4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박병호 지지론자는 1982년 타격 5관왕에 오른 백인천(MBC), 트리플크라운을 비롯해 타격 4관왕에 오른 1984년 이만수(삼성)와 2006년 이대호(롯데)의 다관왕 MVP 수상 실패 사례도 제시한다.

이렇듯 판단이 어려울 때는 경기 외적인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두 선수 모두 경기장 안팎에서 상당한 모범을 보여줘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다. 한국야구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떤가. 테임즈는 경기에 임하는 자세나 훈련 방법 등 동료들에게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 박병호는 오랜 무명생활을 거쳐 꽃을 피운 대기만성형 선수로 2군 선수들에게까지 희망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어려울 때는 손 빼라’는 바둑 격언이 있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꼭 한 명만 골라야 한다면, 박병호에게 기우는 마음이다. 다분히 개인적 선택이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박병호에게 마지막 선물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스포츠서울의 최종 선택은 아니다. 이같은 의견에 한 후배가 발끈 화를 냈다. “선배는 박병호와 테임즈의 성적이 뒤바뀌었을 때도 그러겠어요”라고. 그래서 “그렇다면…. 그래도 박병호지”라고 대답했다. 학연 지연 혈연은 물론, 인종,종교적 편견도 전혀 없다. 개인적 친분도 없다. 이럴 때는 마음 끌리는게 해답이다. 그건 테임즈를 지지한 그 후배도, 다른 투표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jwp9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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