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비위에 동동 떠 있는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광주=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 1일 광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2015 KBO리그 삼성 라이온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비로 취소됐다. rainbow@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선수들도 느끼는 게 참 많을 겁니다. 한 경기의 소중함을 느꼈다면, 그것으로도 소득 아니겠어요?”

시즌 전 최하위 후보로 평가받던 KIA가 시즌 막판까지 5위 탈환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 KIA를 상대하는 팀조차 “김기태 감독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 이 멤버로 여기까지 팀을 끌고 왔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받을 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선수들은 아직 배가 고픈 모양이다. 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5 KBO리그 삼성과 홈경기가 비로 취소된 후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주장 이범호는 “하는 데까지 해 봐야지 않겠나.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도 체면이 있고 자존심이 있다”고 말했다. SK와 한화의 경기 결과에 따라 팀의 운명이 갈라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선수들은 누구보다 마음 편히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준 코칭스태프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범호는 “누가 우리를 5강 후보로 봤나.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 서 있는 우리들은 생각이 달랐다. 같은 사람이고, 같은 야구 선수인데, 상대에게 패하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감독님께서 먼저 움직이시는데, 선수들이 쳐다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우리가 이렇게까지 편하게 야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으니, 신명나게 놀아보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누구랄 것 없이 먼저 구장에 나와 땀을 흘리고, 실책이 나왔을 때 아쉬움보다 격려를 먼저하는 팀 분위기가 형성됐다. 시행착오도 분명 많았지만 그 과정속에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격려하기 시작하면서 말그대로 팀이 됐다. 이범호는 “혼자 감당하기 힘들면 여럿이 함께 극복할 수 있다. 이런 게 팀이다. 지난 3년간, 우리 스스로 이런 분위기를 만들지 못했다. 팬들께도 죄송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올해만큼은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키자는, 서로 말은 안했지만 가슴 속에 이런 마음을 품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도 보다 긴 시각으로 팀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시즌을 치렀는데, 우리 선수들도 지금은 매 경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1승이 얼마나 절박한지 느끼고 있다. 시즌을 치르는 중에는 간과했던 한 경기가 (시즌이)끝날 무렵에 와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스스로 느끼고 있는 것만으로도 소득이다. 이런 경험이 마지막 레이스뿐만 아니라 내년을 준비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SS포토]KIA 김원섭, 김기태 감독님 1-2로 따라갑니다
[잠실=스포츠서울 최재원선임기자]KIA의 김원섭이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KBO리그 두산과의 경기 6회초 무사 3루서 김민우의 중전 희생 플라이때 태그업해 홈인하면서 김기태 감독의 격려를 받고 있다. shine@sportsseoul.com

그렇다고 포기한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의지가 있고, 김 감독 역시도 와일드카드 진출권을 따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는 “시즌이 참 길다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남은 5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이긴다는 생각 뿐이다. 시즌 막판 모든 것을 쏟아붓고 나면 포스트시즌에서 힘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말씀도 하시는데,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할 문제”라며 웃었다. 기분좋은 상상을 하다보면 좋은 기운이 팀에 퍼져,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확신이 담긴 표정이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시간에는 연승을 하든 연패를 하든 항상 밝은 표정을 유지하자”고 강조했던 김 감독의 일침이 호랑이 군단에 ‘긍정 분위기’를 심어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분위기’가 KIA를 탈바꿈한 첫 번째 동력이 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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