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가수 김바다, 고유진, 이영현, 김종서, 치타의 공통점은? 바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 1라운드에서 탈락해 충격을 안긴 '가왕급 실력파' 가수들이라는 점이다. 판정단은 가면을 벗은 이들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시청자는 이들의 탈락에 크게 아쉬워했다. 가수들의 입장에서 '복면가왕'은 "모든 가면 아래 목소리는 평등하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는 알렉스의 말처럼 신인이든 베테랑이든 편견 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무대라는 것이 최고의 장점. 다만, 1라운드의 경우 듀엣 대결로 펼쳐지면서 실력파 가수들이 가창력을 뽐내기 보다는 조화로운 무대로 완성도를 높이다 보니 실력으로는 가왕급인 탈락자들이 속출하기도 한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보고 싶은, 1라운드 탈락자들을 꼽아봤다.


▲ 래퍼가 이렇게 노래를 잘하다니! '대반전 매력' 치타


부드럽게 끈적이는 목소리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은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무대매너를 선보였다. 1라운드 대결 상대인 '동작그만'과 자우림의 '매직카펫라이드'의 구절을 주고 받으며 각기 다른 매력으로 유쾌한 듀엣 무대를 꾸민 '나랏말싸미'는 5표차로 아슬아슬하게 탈락했다. 이어 공개된 나랏말싸미의 정체는 다름 아닌 긴 머리 가발을 쓴 래퍼 치타였다. 가면 뒤로 모두의 예상을 뒤덮는 반전을 보여준 치타는, 이날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치타는 "원래 꿈은 보컬리스트였다. 불의의 사고로 래퍼로 전향하게 됐다"고 꿈을 접은 이유를 들려줬다. 판정단의 추리를 완벽히 따돌린 그는 패널들의 요청으로 3라운드에 준비한 발라드곡 가수 김범수의 '슬픔 활용법'을 열창하던 중 기어이 눈물을 흘렸다. 치타는 "'복면가왕'에 나와서 꿈을 이뤘다"면서, 노래에 대한 꿈을 잃지 않았다고 벅찬 심경을 전해 모두를 뭉클하게 했다.



▲ 너무 가린게 문제였어, '가창력 대표주자' 이영현


가면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공룡 인형으로 가려 판정단을 혼란에 빠뜨린 '노래하는 트리케라톱스' 이영현은 시원한 성량과 폭발적 에너지가 담긴 목소리로 관객들을 단번에 압도했다. 빅마마 출신의 이영현은 앞서 MBC '나는 가수다'에서 활약하며 팀이 아닌 솔로가수로서 가창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미 잘 알려진 가창력이었으나 체형을 완벽하게 커버한 분장 때문일까, 결과는 뜻밖이었다.


판정단 중 작곡가 윤일상이 "이 분이야말로 '가왕급'"이라며 알아봤지만 결과는 1라운드 탈락. 가면을 벗고, 객석의 탄식을 들으며 관록의 가창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BMK의 '꽃피는 봄이 오면'을 완벽히 소화한 이영현은 무대를 마치고 이어진 인터뷰에서 "쉬는 동안 목소리를 바꿨다. 정확한 평가를 받아보고자 했다. 관객들이 들려주시는 박수와 함성이 내게는 채찍과 당근"이라며 "지금은 편한 언니, 누나이고 싶다. 나는 잊으셔도 되지만 내 노래만은 여러분 곁에 머물렀으면 한다"고 덧붙여 시청자들을 가슴 뭉클하게 했다.



▲ 여기 나올줄 몰랐지, '록의 전설' 김바다


이영현에 이어 김바다까지, 지난달 10일 방송된 '복면가왕'은 그야말로 충격의 연속이었다. 진한 블루스 리듬이 돋보이는 1라운드 미션곡 '서울의 달'을 부르고 탈락한 '커트의 신 가위손' 김바다는 본인이 직접 선곡, 편곡한 지드래곤의 '삐딱하게'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 박수를 받았다. 펑크 록을 기반으로 시원한 가창력을 선보이며 무대를 장악한 김바다가 가면을 벗고 정체를 밝히자 패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김바다의 노래에 "아마추어 같다"고 평한 작곡가 김형석은 그의 정체가 공개되자 "대가한테 제가 망언을 했다"며 급사과하기도 했다.


록그룹 시나위의 5대 보컬 출신 김바다는 평소 TV에 얼굴을 잘 내비치지 않는 가수로 유명하다. 김바다는 시나위 이후에도 솔로활동과 밴드 레이시오스, 아트오브파티스에서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거듭하며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적 행보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시나위와 재결합했다. 이날 김바다는 "내 얼굴을 보고 록이라 먼저 판단하는 선입견 없이 무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록을 어둡고 무겁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 더위를 한 번에 날려버릴 에너지를 가진 음악이 바로 록이다. 후회 없이 무대를 마쳤다"고 말하며 록 음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김바다는 지난 17일 방송된 KBS2 '불후의명곡-전설을 노래하다' 부활30주년 특집에서 문명진의 3승을 꺾고 1승을 올렸다.



▲ 들킬까봐 감췄더니, '국민 로커' 김종서


'자나 깨나 산불조심'이라는 이름으로 조수미의 곡 '나 가거든'을 열창한 김종서는 특유의 록 창법을 감추고 클래식 창법으로 노래를 불러 신선함을 선보였다. 하지만 '정확하게 반 갈렸네'에 패배한 김종서는 이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종서는 "살짝 아쉽다"며 "고음에 가니 내 목소리가 그대로 나오길래 반 키를 낮췄는데 그냥 내 목소리로 나갔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이날 김형석과 윤일상은 김종서의 정체가 드러나기 전 "대중 가수가 아니다. 10년 이상 무대에 선 분 아닌가 싶다.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고 칭찬했고, 백지영과 신보라는 바로 "김종서"라고 추측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감추기 힘들 정도로, 누구나 아는 색깔있는 매혹적 음색을 가진 김종서의 1라운드 탈락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오랜만에 보는 그의 무대 나들이에 방송이 끝난 후에도 시청자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 두 번이나 몰라주다니, '미성 단발' 강균성


설 특집 때부터 '복면가왕'을 눈여겨봤다는 노을의 강균성은 지난 4월 트레이드마크인 단발머리를 감추기 위해 가발까지 쓰고 나왔으나 1라운드에서 떨어졌다. 노래를 부를 때를 제외하고는 감출 수 없는 예능감으로 웃음을 자아낸 강균성에게 판정단은 "저분은 노래로 평가받을 생각이 없다. 개그로 승부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박진영의 '대낮에 한 이별'을 열창한 강균성은 "3라운드까지 부를 각오로 1라운드 허스키 목소리, 2라운드 가느다란 목소리 등으로 완전히 다른 반전을 주려고 했다"며 무대를 내려온 뒤 "떨어져서 아쉽다. 나에게 표를 좀 주지 그랬느냐"고 탈락하는 순간까지 뛰어난 예능감을 선보였다.


이어 지난달 '복면가왕'은 다시 한번 발칵 뒤집혔다. 미성의 고음과 화려한 가창력으로 판정단과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웃는 얼굴의 수박씨'의 정체가 강균성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한번 출연한 터라 판정단에 전혀 언급되지 않은 강균성은 '복면가왕'에 두 번째로 출연한 최초 출연자가 됐다. 김성주는 "한 번 나온 사람이 (다시)안 나온다는 것도 편견"이라며 허를 찌른 제작진의 의중을 전했다.



▲ 흔치 않은 고음을 몰라봤네, '전천후 보컬' 고유진


중저음 보이스로 매력을 뽐낸 '뚜껑 열린 압력밥솥'의 정체가 드러나자 개그맨 김구라는 "미안하다. 사과하겠다"며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 '압력밥솥'의 정체는 플라워의 고유진이었던 것. 실력파 보컬리스트로 정평이 난 고유진의 1라운드 탈락에 판정단과 연예인 패널은 크게 술렁였다. 뮤지컬, 콘서트 등 공연과 드라마OST 작업을 통해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해온 고유진은 지난 1999년 그룹 '플라워' 1집 앨범 '티어스(Tears)'로 데뷔한 뒤 '엔드리스(Endless)', '플리즈(Please)', '눈물' 등 폭발적인 고음이 돋보이는 록발라드로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이날 고유진은 "이 프로그램의 팬이다. 처음부터 꼭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가면에 가려져 있어서 더 희열이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고유진은 무대를 마무리하며 MC 김성주의 요청에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파리넬리'의 한 소절을 '카스트라토'(여성의 높은 음역을 내는 남성 소프라노)로 완벽하게 변신해 불러 소름 돋는 가창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뉴미디어팀 김수현 기자 jacqueline@sportsseoul.com


사진= 뮤직앤뉴 tvN 제공, 페이스북 트위터 방송화면 캡처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