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601040017195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수비수 이영표(왼쪽)과 맨유 미드필더 박지성이 2007년 2월4일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두 팀 맞대결 도중 볼경합을 펼치고 있다. 런던 | 박진업기자 upandup@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손흥민과 이청용의 ‘코리안 더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박지성이 맨유에 온 뒤 10년이란 시간 동안 프리미어리그 ‘코리안 더비’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적지 않다. 13명이란 선수가 잉글랜드와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만나 서로 적으로 싸워야 했던 그들은 어떤 뒷얘기를 남겼을까.

#1.박지성-이영표의 동반 귀가=

2007년 2월4일. 지금은 손흥민이 몸 담고 있는 토트넘의 홈구장 화이트하트레인에서 박지성과 이영표의 프리미어리그 두 번째 ‘코리안 더비’가 열렸다. 10개월 전 박지성이 이영표에게 볼을 빼앗아 웨인 루니에게 어시스트하는 ‘사고’를 친 뒤 처음 만난 날이었다. 이날은 이영표가 왼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반면, 박지성은 맨유 로테이션 정책에 따라 후반 22분 교체로 들어갔다. 홈 팀 토트넘이 오히려 공격에 치중하면서 이영표의 공격 전개를 박지성이 수비하는 ‘거꾸로’ 상황이 자주 잡혔다. 흥미로운 장면은 경기 뒤 벌어졌다.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두 선수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웃으며 함께 믹스트존에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는 함께 걸어가며 그라운드 밖을 빠져나갔다. A매치 때문이었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끌던 당시 한국축구대표팀은 7일 그리스와 평가전을 풀럼 홈구장인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기로 했다. 공교롭게 런던 연고 토트넘에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마친 박지성은 이날 이영표 집에서 식사를 한 뒤 대표팀 숙소로 곧장 합류했다.

#2.이동국의 옐로카드=

이동국은 2007년 1월부터 1년6개월간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데뷔전인 2007년 2월24일 레딩전에서 후반 40분 교체투입된 뒤 골대를 강타하는 슛을 때렸다. 그 슛만 들어갔어도 프리미어리그에서 큰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가 미들즈브러에서 받은 마지막 경고다. 2007년 11월3일 이동국은 토트넘과의 홈 경기에 후반 33분 교체로 들어갔는데 옐로카드 한 장을 받고 그라운드를 나왔다. 토트넘 수비수 이영표를 상대로 한 반칙이었다. 토트넘 역습 찬스에서 이동국이 수비를 하다가 이영표를 크게 넘어뜨리면서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3.조원희의 유일한 풀타임=

조원희는 2008시즌 수원 삼성 우승에 공헌한 뒤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톰스크(러시아), 모나코(프랑스)와의 계약이 무산된 뒤 그가 둥지를 튼 곳은 한 수 위 리그로 꼽힌 프리미어리그 위건 애슬레틱이었다. 2009년 1월부터 1년간 위건 유니폼을 입은 그가 유일하게 풀타임을 소화한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바로 ‘코리안 더비’였다. 조원희는 그 해 12월31일 맨유와의 원정 경기에 90분을 모두 뛰었고, 경기 직후엔 박지성과 유니폼을 교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경기는 조원희의 축구종가 고별 무대이기도 했다. 이듬 해 1월2일 수원은 조원희를 위건에서 임대 방식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4.8분 짜리 양박더비=

박지성부터 손흥민까지 총 13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를 누볐거나 현재 뛰고 있다. 그 중 유일하게 한 번도 프리미어리그 선발로 나서지 못한 선수가 바로 전 아스널 공격수 박주영이다. 그런 그에게 박지성과의 맞대결은 짧고 소중했다. 2012년 1월23일 그는 맨유전에서 후반 38분 애런 램지와 교체투입되며 불과 8분 전 역시 교체로 들어간 박지성과 만났다. 그 경기는 박주영이 아스널에서 뛴 유일한 프리미어리그 경기이기도 했다.

#5.코리안더비 다시 붐업 될까=

‘양박 더비’를 끝으로 ‘코리안 더비’는 급격히 감소했다. 2013년 12월29일 기성용이 뛰었던 선덜랜드와 김보경이 뛰었던 카디프 시티 맞대결까지 1년 11개월간 한국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마주치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 만큼 한국 선수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었다는 뜻이다. 가장 최근 ‘코리안 더비’는 2014년 12월3일 기성용과 윤석영(QPR)이 만난 것이다. 지난 시즌 마지막 라운드에 기성용과 이청용이 붙는 시나리오도 제기됐으나 기성용이 무릎 뼛조각 수술로 조기 귀국하면서 무산됐다. 올시즌 다시 ‘코리안 더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성용 이청용이 팀 내 일정 부분 입자를 확보한 가운데 3000만 유로(400억원) 사나이 손흥민이 토트넘에 왔기 때문이다. 20일 토트넘-크리스털 팰리스전은 ‘코리안 더비’ 부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silva@sportsseoul.com

기사추천